서산마루에 해가 걸렸나 봅니다.
구름에 명암이 잡힙니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섰던 길입니다.
제가 원하는 대로,
저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양말도 신지 아니하고, 운동화만 걸치고
그렇게 나선 길입니다.
동네 끝에 가면, 아이스크림집이 있습니다.
아이가 돈을 가져와서 그 아이 돈으로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그랬는데,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나에게 빚졌으니,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연못에 가보는 것입니다.
그곳에 가니, 일행이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내 아이 또래의 사내아이도 함께 낚시하고 있는데,
아주 잘 잡히는 것 같습니다.
두 청년이 번갈아 가며 고기를 낚고,
꼬마도 제 수준의 크기인 작은 물고기를 낚아내서 좋아합니다.
세명이 물고기를 들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벌쭉이 웃고 있는 그들을 나는 지는 해를 배경으로 서서 셔터를 눌러줍니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개구리를 찾기도 하고,
뱀이 있나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함께 언덕에 올랐습니다.
언덕 너머, 해지는 모습이 보고싶습니다.
숲에 가려, 해는 제 명암을 구름에 보태고 뒤로 숨었습니다.
느릿느릿한 날이었습니다.
밖을 나가니, 마치 오랜 병을 앓다 나온 사람처럼 공기가 낯설었습니다.
너무, 힘이 들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온 세상이 무섭게 돌아가는 이때에,
힘들다는 소리를 내기가 두렵지만, 나는 조금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라도, 이렇게 숨을 쉬고,
천천히 느릿느릿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
아이와 달리기 내기를 했지요.
물론 "내기"를 생각해낸 것은 오로지 "재미"를 찾는 막내아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저는 먼 길을 자전거로, 나는 지름길을 달리기로..
거실까지 먼저 간 사람이 이기는 것입니다.
내 나이에 달리기는 얼마나 숨이 찬지,
간발의 차이로 아이에게 졌습니다.
트램블린에서 줄넘기를 하려느냐,
기니 픽 케이지를 청소하려느냐,
제방 청소를 하겠느냐,
들어주기 까다로운 요구가 많아서, 아이에게 그냥 아이스크림값을 도루 줄테니,
비긴 것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25센트를 더 얹어주고,
그렇게 간신히 그 아이의 사슬에서 벗어났습니다.
요즘의 하늘엔 구름이 많습니다.
바람이 심했던 허리케인을 생각합니다.
먼 먼 하늘에도 그 바람의 영향이 아닌가 그렇게 넘겨짚어봅니다.
바람이 할퀴고 가면,
하늘에 상채기가 남습니다.
그 상채기가 표현하는 모양들에 현혹당합니다.
상처는 때로는 영광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도 됩니다.
하늘을 보면서,
불같았던, 물같았던, 번개같았던 이 여름을 되새기게 됩니다.
여름내내 꿈꾸었던 해지는 저녁의 절정을 잡아내도록 힘을 들여야겠습니다.
오로지 그를 위해 사진기를 들고 집을 나서겠습니다.
해지는 시간을 확인하고, 그날의 구름과 바람의 빛깔도 미리 연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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