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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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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곳으로 <4,끝>






    박범신의 소설, <물의 나라>가 생각난다.
    시골청년의 서울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단지 제목만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있다.

    나의 마지막 여행 이야기가 주로 <물>에 관한 것이다.

    노쓰베이에 도착해서 우선 호텔을 찾았다.
    비는 하루종일 축축히 와서 어차피 캠프를 할 수는 없었다.

          호텔찾기는 캠핑장 찾기보다는 일도 아니게 쉬우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아무리 몇바퀴를 돌아도 "수영장 있음" 사인까지 걸린 모텔이나
          호텔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조금 지친 남편은 이 동네는 그런 (좋은) 호텔이 없는 가난한
          곳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영장이 없더라도 쓸만해 보이는 곳에 들어가자고 했다.
          한곳에 문의하러 갔는데, 그냥 이곳에 여장을 풀자 한다.

          나는, 처음 취지와 틀려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조금 더 돌아보자고 하고 일방통행인 도로를 몇바퀴씩 돌아
          <데이스 인> 호텔에 들렀다.
          일하는 여직원이 방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우리가 탐탁해하지 않자, 특별한 방을 원하냐고 물어본다.
          내가 아이들이 <수영장 있는 곳>을 원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번 알아봐주겠다면서 주변의 호텔,
          모텔들에 전화를 해준다.
          우리의 조건을 묻고 가격도 물어주고....

          그래서 큰애가 처음부터 원했던 <베스트 웨스턴>이란 호텔을
          소개받고, 그곳으로 달렸다.

          사실 <베스트 웨스턴>은 우리가 호텔에서 자기로 결정했던 때부터
          <큰애>가 가자고 주장했던 곳이다.
          큰애는 가끔 고급지향적인 경향이 있는데,
          그곳이 가격이 비쌀듯하여 다른데를 더 선호했던
          게 엄마 아빠의 맘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애의 바램대로 이 호텔에 여장을 풀게 됐다.
          그 시간이 저녁 9시.

          수영장 오픈이 주로 9시까지로 알고있던 우리들은 저녁
          수영을 거진 포기했었는데,
          체크인하면서 알려주는 말이 10시까지라고 한다.

          세 아이들은 짐을 놓기 무섭게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그날 저녁에는 내 수영복을 둘째가 빌려입는 바람에 나는 곁에
          앉아서 아이들을 지켜봤다.
          수영을 잘못하는 나는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머리도 가지런하게
          되지 않고, 앞으로 쏠리는데,
          아이들은, 물기젖은 까무잡잡한 얼굴에, 올백으로 뒤로 넘긴
          머리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망울을 반짝이며 솟아오른다.

          물속에 있으면 피어나는 화초들마냥, 자유스럽게 부영한다.

          세 아이를 불러서 수영시합을 시켰다.
          역시 큰애가 큰 속도 차이로 우승하고,
          균형감각이 조금 떨어지는지 둘째는 삐뚜름하게 헤엄쳐오면서
          막내와 간발의 차이로 이긴다.

          막내는 작은 몸집으로, 사각팬티에 위에도 가슴 아래까지 적당히
          내려오는 비키니 수영복이 잘 어울린다.
          이렇게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도 시간이 있는 이런 날이다.


          이날 저녁 아이들과 남편은 잠이 들고, 테이블에
          앉아서 여행 메모를 조금 했다.
          혹시 써먹을 기회가 있을 듯해. (여행기 기록에 약간의 도움을 받는다)

          다음날도 수영으로 시작됐다. 이번에는 나와 남편도 수영복을 입고 합류했다.
          사우나도 있었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스파도 있었지만 참으로
          오랫만에 작정하고 찬물에서 많이 놀았다.


          나의 수영실력은 정말 바닥. 물속에 머리를 박고
          숨을 안쉬고 앞으로 간다.
          나의 오랜 다음목표는 고개를 밖에 빼놓고 호흡을 하면서
          수영하는 것. 그렇다면 먼 거리를 헤엄쳐서
          유사시에 써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한번 해봤다. 머리를 들고 미친듯이 팔과
          다리를 흔드니 물에 떴다.

          참 감격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개헤엄으로는
          얼마나 금방 힘이 소진되는지.
          머리를 물속에 담그고 하는 수영은 물안의 고요를 즐길 수 있는데,
          이건 순전히 노동이다.
          숨을 쉬어서 편해보이던 수영법이 단숨에 지치다니,,,
          보는 것과 하는 것의 큰 차이를 이곳서도 터득한다.


          나중에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그런 식으로는 물에 빠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평형이라던가, 물속에 머리를 담그고 한참 가다가
          한번씩 숨을 내뿜고 다시 들이쉬고,
          다리와 팔을 팔자로 벌리면서 헤엄쳐야 한다는 것이다.


          군에서 수영을 배웠다는 남편과 큰애가 시합했다.
          수영장 긴 거리를 누가 빨리 돌아오는가 였는데 큰애가 이겼다.
          큰애의 득의만만한 미소.
          나중에 나에게 “엄마 나는 군인이었던(이곳서 군인이라면
          대단히 훈련된 사람을 뜻한다)
          사람을 이겼으니 더이상 수영강습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것도 나중에 내가 남편에게 확인해본 결과,
          <아이에게 져주기 시합>을 했다는 것이다.
          에고. 그러면 안되지.
          단순한 아이인데 그런 깊은 뜻을 알겠는가?
          아빠가 딸에게 설욕할 기회가 빨리 와야 하겠다. 높은 코를 눌러주게..


          이러다보니, 체크아웃할 시간이 거진 되어갔다.

          사실, 이 마을은 여벌로 들른 것이어서 크게 할일을 찾지 못했다.
          호텔 여직원이 소개해준 호숫가 공원으로 갔다.

          몇몇 아이들이 수영하고 그저 시원한 바람쏘이기에 괜찮은 곳이었다.

          놀이터를 지나서 조금 가니, 작은 산책로가 나온다.
          아이들과 이곳을 걷기로 한다.

          호수를 낀 작은 수풀도로를 한참 들어가다
          호숫가로 나오니, 영 다른 느낌의 물이 펼쳐진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바위섬이 두어군데 있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아이들이 모래에서 놀다가 물속으로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한다.
          해서 보니 이곳도 경사가 완만해 걸어서 바위섬에 닿을 수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둘씩 물속 바위섬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참 맑은 하늘, 그리고 펑퍼짐한 바위, 깊지 않은 물,
            호수가를 장식하고 있는 많은 푸른 나무들…


            아이들과 바위섬에서 한참을 놀았다. 바위섬 두곳을 왔다갔다 하며.
            예정에 없던 <옷입은 채로 수영하기>로 변질되고….

            돌아오는 길은 갔던 길과 다른 곳이다.

            절반쯤 내려가니 많은 호수로 유명한 별장마을이 나온다.
            무스코카라고 불리는 마을.
            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있어서 호수도 하나하나 관찰할 겸 그 길을 탔다.

            오며 가며 호수를 보니, 그 이름들이 특색이 있다.
            “Rainy Lake”-비오는 호수, “Bear Lake”-곰 호수,
            “Horn Lake”-뿔 호수, “Axe Lake”-도끼 호수,
            “Long Lake”-긴 호수, “Sandy Lake”-모래 호수 등등,
            호수의 모양과 깃든 내용에 따라 이름들도 여러가지다.


            가는 길에 피자를 사가지고, 그중 한 호수가에 잠시 정차했다.
            피자를 싫어하던 큰애는 이번것은 맛있다며 더 없냐고 물어본다.
            두 아시안 남녀가 일광욕하고 있고, 노인 한분이
            천천히 수영하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작은 물고기 잡는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호수를 구경한 것은 좋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지도를 잘못봐서
            한바퀴를 회전한 셈이 되어버렸다.
            쉬지않고 달려도 6-7시간 걸리는 길을 돌기까지 했으니,
            저이들끼리 떠들면서 놀던 아이들이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깜깜해진 도로를 달리면서 집에서 가까와진 곳에서 아이들의
            무료를 달래주기 위해 같이 자청해서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가끔 하는 <단어놀이>.

            한 사람이 단어를 이야기하면 그것에서 연상되는
            다른 단어를 말해야 한다.

            여러 말이 돌다가 한 아이가 “기니 픽”했다.
            기니 픽은 작은 햄스터같은 애완용 동물이다.
            우리집에서 2년여전에 키웠던 적이 있다.
            밖에 꺼내 놓으면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옮겨줄때까지 마치 인형처럼 그대로 있다.
            너무 순해서 나도 이뻐했다.


            “기니 픽” 하니, 그 다음 아이가 “오삐” 한다.

            오삐는 우리가 키웠는데 죽은 그 기니픽의 이름이다.
            그 다음이 내 차례여서 나는 “죽었어”했다.

            별로 잘못한 것 같지 않았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확 어두워지더니
            그를 맡아서 키우던 큰애가 훌쩍이기 시작한다.
            “죽었어”했다는 것이다. 내참….


            여행 막바지가 울음으로 끝날뻔 했는데,
            간신히 숨을 돌린 다음에 내가 명언을 했다.

            “여행은 무엇이냐! 삶(Life)이다. 삶은 어떤 것인가?
            기쁨도 물론 있지만, 슬픔도 있고, 어려움도 있고, 모험도 있고,
            불편함도 있다. 우리가 그런 여행을 하고 오는 길이다.”


            그러고 나니, 아이들의 슬픔도 어느정도 이유가 있고,
            가끔 제 주장이 강하고 비협조적인 큰애 때문에 남편과 내가
            속상해했던 것도 이유가 마련되었다.


            드디어 집에 도착! 집에 있던 이모가 반겨준다.
            아이들은 집에 두고간 햄스터 “촬리”와
            금붕어 두마리 “킹과 퀸”이 너무나 궁금했는데, 모두 죽지 않고 잘있다.
            물론 이모에게 아이들이 부탁해놓았다.


            재상봉의 기쁨을 햄스터와 금붕어와 나누면서 아이들 셋이 나에게로 온다.
            저이들이 보니, 이모가 잘 관리해줬다는 것이다.
            햄스터와 금붕어의 얼굴이 행복해보인다고…


            그러면서 모두 1불씩 내서 이모에게 돈을 줘야겠다는 것이다.
            세아이가 이모방으로 건너가서, 감사함을 표하고 돈을 건네는 것으로
            대단원의 여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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