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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낯선곳으로 1

 




여행생각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
작년에 세운 한국여행 계획이 무산된 이후로,
그리고 터박고 살면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만나는 재미에 내가
어딘갈 가고 싶다고 생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이었을뿐 남편과는 일찌감치 캠핑 계획을 세워놓기는 했었다.
<가게 되거나 말거나> 라는 심정으로 잡은 날짜는 8월 셋째주말,
학교가 시작될 무렵이라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어도,
이때쯤 시간이 날듯싶었다.




처음엔 미국 보스턴에 갈 생각이었다.
그곳서 찾아와준 젊은 부부 가족을 방문한다는 이유로.
그건 사실 나의 <인간관계>를 배려한 남편의 따라줌이었지,
남편의 뜻은 아니었다. 보스턴은 조금 멀다는 단점이 있었고,
집을 떠나도 가게 등 걱정이 남는 우리에겐 조금 힘든 계획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고보니, 남편은 작년부터 온타리오 북쪽에 가보자 했었다.
나는 어디를 간들 별수가 있겠나, 합류할 친구가 있다면
그쪽이 더 낫지 않을까 해서, 쉽게 대답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행날짜가 다가올수록 <보스턴>은 밀려나고
남편의 뜻을 따르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됐다.
별 볼일 없는 여행이 될지라도 남편이 가고싶어하는 곳이니
그를 밀어주는 게 좋겠다 싶었다.




여행을 작정하고 귀동냥으로 정보를 들으니, 아이들이 가보면
좋아할 곳이라는 말이었다.
니켈 광산이 있는 곳이고, 과학관이 볼만하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후덥지근했던 날씨가 천둥과 번개로 번쩍번쩍 하였다.
전기도 깜빡깜빡 나가고.
특별한 음식준비도, 마음의 준비도 덜 되어있는데 날씨까지 우중충하니,
어떤 여행이 될지 자못 염려가 되었다.




아이스박스에 쌀과 반찬 등을 담고,
천막과 의자, 침낭, 베개 등을 집어넣으니 차가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아이들이 짐에 박혀서 거동이 불편하고.





SUDBURY(서드버리)




우리가 가고자 한 곳이다. 우리 동네가 온타리오주 중서부에 속한다면,
서드버리는 한참 동쪽, 그리고 북쪽에 있다.
지리적으로는 온주 최북쪽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보존된 지역>이다.
서드버리는 큰 도시로는 온주의 거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쉬지않고 6시간 이상을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 옆 오른쪽으로는 불어가 제일국어인 쾌벡주가 붙어있어서
불어와 영어가 동시에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죠지안 베이> 호수에 삼만개의 섬이 펼쳐져 있다는
<페리 사운드>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빠른 음식> 피자와 치킨 윙, 그리고 가릭 브래드로.
이때부터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때만 되면 큰애의 입이 나오기 시작한다. <중국음식>이나 <한국음식>등 걸걸한 것을 좋아하는 그애는
거리에서 빠르게 먹는 음식이 다 싫다.




서드버리에 들어서자 바위가 눈에 띄인다.
바위산을 깎아만들어서 길 옆으로 고기 덩이처럼
결따라 깍인 바위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확실히 추운 지방이라 나무가 작고, 잎들이 가늘고 뾰족하다.
광산으로 유명한 곳 답게 채광하고 남은 돌무지가 산처럼 쌓여있고,
어디를 둘러봐도 바위와 돌뿐이다. 인구는 10만명.




이제는 잠잘 곳을 찾아야 한다. 이때쯤이면 남편이 날까로와진다.
낯선곳에서 어딘가 정착할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게 항상 쉽지 않다.
가까운 곳에 캠핑 사이트를 찾지 못하다 한곳을 찾아냈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나무가 엉성하니,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다시 되집어 나오면서 지역 <정보 센터>를 찾아서 안내문을
받아야 한다고 내가 주장한다.
큰 길을 따라서 한참 올라가니 그런 센터가 있었지만 이미 문을 닫았다.
큰 지도에서 보이는 호수를 낀 <주립공원>은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 마을에는 첫 방문자를 위한 안내 사인이 친절하게 많이 걸려있다.
어떤 가게를 가더라도, 작은 정보는 얻어들을 수가 있고.
그런 영향인지 우리가 방문자가 되니 마치 도시가 우리들을 맞아
주리라는 환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곳 사람들은 우리가 스며들어 왔다는 걸 눈치챈 기색이 없다.
막내는 부모가 혼돈에 빠진 듯하자 <캠핑은 아무데서나 할 수 없냐?
그건 불법이냐?>고 물어본다.
설왕설래 하고, 도로를 왔다갔다 하다가 해 저물기 바로전 캠핑 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캠핑할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다.
사람들의 안전과, 관리 때문인 듯 싶다. 캠핑 장소를 제공해주는 곳은
주립공원일 수도 있고 개인일수도 있는데, 작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들은 주로 샤워장과 화장실을 공공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어쨋든 우리가 들어간 캠핑장은 주립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생긴
늙은 부부가 지키는 조용한 곳이었다.
캠핑 차가 곳곳에 들어서 있고, 작은 강물이 뒤쪽으로 흐른다.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었다.
코펠에 밥을 하니, 밥이 쉽게 타서 탄새가 나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 냄새를 질색한다.
엄마 아빠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해주고 탄 밥을 끓여서 숭늉까지 마시는데,
세 아이가 우리를 요상하게 쳐다보는 모습이라니.
세대와 출신국가(?)가 다르다는 걸 이럴 때 느낀다.
그래도 집에서 재온 스테이크를 구워서 실컷 먹은 듯싶다.




모닥불을 피고 기분을 조금 내고 이제는 잘 준비.




캐다나의 밤은 여름일지라도 무척 춥다.
작년에는 <에어 매트리스>로 밤을 지샜는데,
매트리스를 뚫고 한기가 올라왔었다.
이번엔 텐트안에 펴고 자는 침대를 구했다.
1인용 침대 두 개, 그리고 <에어 매트리스> 두 개를 연달아 포개서
<침대 두개와 에어 매트리스 1개>인 3인용 침실이 마련됐다.
설전을 거쳐서 <한 덩치>하는 큰애는 <에어 매트리스>를 단독으로 쓰고
몸무게를 고려해서 한 침대에서 둘째와 엄마,
또 다른 침대에서 막내와 아빠가 자는 것으로 낙착을 보았다.
게다가 텐트에서 쓰는 <난로>까지 있었으니,
그럭저럭 추위는 이길만 하였다.

결론은?
큰애는 불평없는 편안한 밤....
둘째는 맨 가에 잤는데 새벽의 찬이슬 기운이 들어와 아주 춥게 힘들게 잤음,
나... 좀 끼이기는 했지만 옆침대의 이불까지 당겨서 목이 약간 기운채
로 따뜻하게 잘 자고,
남편은 밤새 꿈에도 그리던 막내를 끼어안고 자서 환상적인 밤이었다고...
막내는 노코멘트...엄마와 자고 싶은데, 아빠가 저를 좋아하니
아빠 생각해서 큰 불평을 표현하지 않은 것 같음..




이렇게 첫날밤을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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