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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여행자의 눈으로---토론토(1)

캐나다 최대의 도시이다.

토론토에 들어서니, 인구 248만명이 넘는 걸로 나온다.

 

토론토는 나의 눈물이 배어있는 도시이다.

 

이민 몇해간 어려웠던 일들, 결혼하고 나서 경제적 궁핍과 함께 영혼의 갈급함을 느꼈던 곳..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새 삶의 근원이 됐던 곳.

이런 감상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이 도시가 나에겐 언제나 여행의 대상으로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는 제대로된 토론토를 보여준 적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는 여행자의 눈으로 토론토를 다녀오고자 했다.

 

우선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니, 삼각진 도로옆에 맥도널드 컵과,

코카콜라 병, 샌드위치 쌌던 종이..등등 쓰레기가 보인다.

 

깨끗하다고 정평이 나있는지 알았는데,

이렇게 관리에서 비껴난 곳들이 많은가 보다.

 

토론토 도착 첫날에 간 곳은 서점이었다.

엄마집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을 사준다는 조카가 오기전에

나를 위해서 잠시 "도서대여점"에 들리고,

아이들을 서점에 풀어놓았다.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내 맘에 차는 책들이 아니라, 주로 만화책, 만화같은 책에만 관심을 쏟는다.

 

엄마는 속좁은 티를 팍팍내며 공부에 관계된 책을 하나씩 골랐다.

아이들에게 저이들 좋아하는 책을 사주는 댓가로.

제인구달의 희망의 이유는 "원서"를 찾을 수 있었다.

 

서점 나들이를 끝내고, 조카와 함께 토론토에서 가장 큰 "욕데일 몰"에 갔다.

쇼핑보다는 저녁을 먹으러.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곳이라고 데리고 간 곳은 "Rain Forest Cafe(비오는 숲속)"라는 식당.

이름 자체가 그렇게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우선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패스포트(여권)를 받아야한다. 문앞에 있는 안내원들이 여권을 받기위해선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식당 전용매장에서 쇼핑도 하고, 입구에 설치된 거대한 수족관에 갖가기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걸 볼 수 있었다.

 

살아움직이는 생물들을 보니, 가게 매장에 있는 만들어놓은 동물모양, 물고기 모양등의 완구들이 생기가 없어보인다.

 

아이들은 "Finding Nimo(니모를 찾아서)"라는 영화에 나오는 파란색 물고기 "도리"가 있다고 좋아한다. 아이들 머리만한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유영하는 모습을 보니, 다 큰 나도 갑자기 물비늘처럼 유연한 느낌이 든다.

 

여권을 받아드니, 우리를 인도하는 가이드가 나타난다. 정글을 탐험할때 인도하는 현지인 안내인처럼 식당의 빈자리로 안내한다.

 

이 식당은 전체를 정글처럼 꾸며놓았다.

온갖 종류의 가짜 나무들이 천장과 벽을 타오르고, 야자수가 곳곳에서 생기를 뿜어낸다. 수풀속에는 실제같은 원숭이와 침팬지 가족, 그리고 코끼리까지, 세워져있다.

 

이 식당에는 가끔씩 천둥과 번개가 치는데, 그럴때면 야자수 나무들이 흔들리고, 그 나무사이에서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서있는 침팬지들이 몸을 떨어댄다.

 

우리를 맡았던 가이드에게 음식을 주문했다.

이름도 모르는 어떤 것.

 

최근에 한비야의 여행기를 읽었다.

중국견문록을 먼저 끝내고, 중동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등지를 여행한 1권과 2권 중간정도까지를.

 

흥미있지만 나는 하지못할 그녀의 여행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나에게 약간의 부러움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야생냄새가 물씬거리를 식당에 사랑하는 아이들과, 우리들을 위해서

이 자리를 마련한 몸과 마음이 성숙한 조카와 함께 있으니,

내가 더 신이 난다.  "희망의 이유"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챔팬지들이 낯익게 다가오기도 하고.

 

문명의 핵심에 최대한 자연을 모방한 모조수풀속에 들어앉고 보니,

세상은 자연을 흉내낸 것에 불과하고, 그나마 그 자연을 다 따라잡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고기들의 그 찬연한 빛깔은 어떤 인공의 빛깔로도 근접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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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처럼 꾸며놓은 정글식당에서 참으로 문명의 대단한 힘을 발견한다. 자연에 다가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기본으로 사업을 일으킨,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또한번 감탄했다.

 

조카에게 말했다.

 

아주 고맙다. 아이들도 물론 좋아하지만, 나에게 참 특별한 의미가 있다. 가지 못했고, 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목축임으로 아주 만족할만 하다고.

 

그 다음날, 아이들이 가장 가고싶어하는 곳 "온타리오 사이언스 센타"에 갔다. 여름에 갔던 서드베리의 "노쓰 사이언스 센터"에서도 아주 재미있게 놀았는데, 아이들은 그곳에서 각종 실험을 해보는 것이 즐거운 가 보다.

 

정문가는 길에 나눠준 지도와 안내서를 보니, 회원권을 구입하는 설명서가 끼어있다. 1년 동안 무료입장과, 각종 혜택....

요즘 내안에 많아진 욕심때문인지, 몇번이나 더 올지 모르면서 1년 회원권을 사버렸다.

아이들은 2천3백여개가 넘는다는 각종 부쓰에 머물러 튕겨보고, 만져보고, 눌러보고,,,

 

옛날 학교다닐때 책받침을 나팔바지에 막 문대서 머리를 대보면, 머리까락이 따라올라가는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를 이용한 전시관이 있다. 커다란 은빛 통에 손을 대고, 옅은 전기자극을 가하면서 고개를 흔들면 머리털이 하늘로 선다. 사자처럼 일어난 머리들을 서로 쳐다보고 웃는 장면. 아이들은 제 차례를 기다리다가, 결국 기회를 잡지 못해서, 이번에는 무대에 서보질 못했다.

 

온 천장을 화면으로 만든 거대한 극장 "아이 맥스"에서 영화 한편을 보고.

좋아하는 기념품 하나씩을 사주니, 아이들에겐 다시 최고의 엄마가 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 갈수록 수월해진다. 내 발걸음만큼이나 재게 놀리는 아이들, 덩치도 커져서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기도 쉽고. 또 하나는 내가 아이들의 관심에 내 관심도 같이 가기 시작해서, 따로 놀지 않아도 되니 좋다. 아이들을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어느정도는 즐긴다는 것이 나의 힘을 훨씬 가볍게 해주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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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굴리는 바퀴를 돌려보는 둘째. 옆사람과 시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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