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래 루미 미리.

아이들 때문에 배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생활 가운데 언듯언듯 나타날때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학교 도시락에 샌드위치를 싸고, 스낵으로 초코렛도 넣고, 캔디도 넣어주고 했었는데, 아이들이 어느날엔가, "건강한 도시락"을 요구해서 캔디 종목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대신 야채와 과일, 요구르트등 좋은 음식으로 대체를 했지.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것이 이런 것이겠다.

 

어제는 막내를 따라 "Water Festival"에 갔다 왔다.

 

할일도 있고, 가고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룹별로 인솔자가 필요한데, 충분한 "볼룬티어"가 없으면 행사장에 가는 게 취소될 수 있다면서 특별히 요청하는 막내의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하루 몇시간이면 괜찮은데, 이번엔 아침에 갔다가 학교 파하는 시간까지 같이 있어야 하니, 가기 전날은 선체험 피로를 느끼기도 했다.

아이들은 매일 어떻게 학교생활을 할까 대견해지기도 한다.

 

과학 공부의 하나로, "물"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는 큰 행사였다. 초등 4학년 5학년 아이들이 근방의 학교에서 다 몰려들어 몇백명이 넘는 아이들이 각 부쓰를 둘러보며, "물"을 배우는 것이다.

 

각 부쓰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전문인도 있었지만 대학생, 고등학생들로 그룹별로 오는 아이들을 맞아 매번 같은 설명을 해야했으니, 나중에는 목이 쉬어 제대로 의사표현을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무엇이든 비영리적이면서 필요한 것들이 이뤄지려면 많은 사람들의 "돕는 마음과 손길"이 있어야 함을 보고 그들에게 감사했다. 다섯종목으로 나눈 카테고리에 한군데에 7-8씩, 모두 40여 부쓰가 운영됐으니 동원된 인원들만도 대단한 숫자였을 것 같다.

 

내 몸의 70%가 물로 되어있다는 건, 아주 상식에 속하지만, 70%가 얼마만큼인지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널띄기하기 좋은 큰 저울을 만들어놓고, 한쪽엔 물을 실은 바스켓을 놓고, 다른 한쪽엔 아이를 태운다. 물과 아이가 평형을 이룰때까지 물병을 채워넣고, 아이를 내리게 한다음 몸무게를 계산해주고 이중에 30%를 걷어내면서, 이 만큼의 물이 네 안에 들어있다고 보여준다.

몸안의 물은 숨쉬기로도 땀으로도, 배뇨작용으로도 배출되니, 우리몸안에 물을 채워넣는 일의 중요성을 설명해준다.

 

 

 

쉘비!! 네 몸안에 이만큼의 물이 들어있단 말이야..

 

그런것뿐이 아니라, 샤워할때 왜 물을 절약해야 하는지, 샤워기의 물을 똑같은 시간 사용한다고 해도, 물압력을 세게 해서 틀면 얼마큼 물이 더 소비되는지도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우비를 입고 샤워장에 선 아이들.. 샤워기 밑으로 물통을 넣고, 똑같이 30초간 샤워했을때 얼만큼 물이 더 소비되었는지 보여준다. 왼쪽 노란비옷의 아가씨가 미리.. 그리고 친구들.

 

이를 닦을때 물을 켜놓고 닦으면 또 그 만큼 물이 더 소비된다는 것도 세면대를 설치해놓고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데 그 잠깐 사이에 사용한 물의 양이 대단하다. 나도 속으로 좀 찔린다.

 

이상의 것은 물을 어떻게 절약해서 사용할 수 있나 하는 것들이고, 또 한군데에선 환경과 물에 대해서 여러가지 실험이 진행중이다. 기름 한방울이 들어가면, 식수가 어떻게 오염되는지, 작은 마을과 시내 모형을 만들어놓고 아이들에게 눈으로 보게 해준다.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지역의 중요성을 설명해준다.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것들을 치워버렸을때, 홍수가 나기도 하고, 자연재해를 초해할 수 있다는 것..

 

레이크의 물이 하늘로 올라가 비나 눈이나 우박으로 다시 땅에 떨어져 순환되는 논리.. 그곳에서 한 부쓰를 담당했던 아저씨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이, 수만년전 공룡들이 오줌싼 그 물이라는데... 그 물이 돌고 돌아 다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우습기도 하고, 또 그럴싸하기도 했다. 과학전이니 그가 빈말을 했을리는 없고, 자연계는 그렇게 순환한다는 것이다.

 

또 그가 일러준 말중에는 지구의 70%가 물로 이뤄져있지만, 그중에 사용가능한 물은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물을 절약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

 

아주 잠깐, 자연의 현상도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너무나 많은 물사용으로 말미암아, 그 물이 다시 땅으로 되돌아 와야 하는.. 전연 과학적이지 않은 나의 발상이므로, 누가 깊게 토론하자 하면 도망갈 것이지만.

 

점심시간에는 큰 강당에서 학교별로 앉아서 식사를 나누고, 노래도 부르고 마술도 보여주는 디키 버드라는 아저씨가 한바탕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점심식사 후엔 돌의 종류와 형태의 다름을 알려주는 "Rock Concert"를 흥미깊게 들었고, 하늘에 오염물질이 있으면 우리몸에 어떻게 그것이 달라붙게 되는지, 땅을 구르면서 아이들이 실험을 했다.

 

밖에있는 것도 흥미있는 것이 많았는데, 시간이 다되어서 우리팀은 마지막으로 물이 있는 곳을 어떻게 찾아내는가 하는 것을 실험했다. 기역자로 된 철사줄을 손에 붙들고(손잡이에는 고무로 싸여있다) 걸어가다 보면, 물이 있는 곳에서는 기역자 철사가 서로 꼬이든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아이들은 천천히 걸으면서 똑같은 자리에서 철사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과학적인 것인지, 아니면 옛날부터 사용하던 원시적인 방법인지 몰라도 아주 신기했다.

 

나를 생각하니, 내 몸안에는 물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찬 물은 하루에 두세컵도 안 마시고, 음료수는 거의 안 마신다. 그래도 요즘에는 차를 자주 마시니, 그것으로 보충이 되려는지. 물을 많이 마시지 않으므로 두뇌가 활발하지 않아서 실수도 하고, 인색하기도 한가 그렇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날 우리팀은 미리를 포함 5명의 소녀들이었는데, 우리집에 자주 오는 너무 가까운 아이들이라 하루종일 흥겨웠다. 제각각 다른 표정으로 행사장을 돌아보는 아이들.

 

 

쉘비, 샘, 미리, 조던, 뒷쪽의 아이가 커리사... 귀여운 5총사(왼쪽부터).

 

쉘비.. 가장 조그만 아가씨가 정확한 답을 제일 먼저 찾아내고, 적극적이다.

샘.. 얌전하고 응답은 잘안해도 주의깊게 듣는다.

미리.. 딴짓도 잘하고,  또 손은 가장 먼저 열심히 든다.

조던.. 영 관심이 없어보인다. 뭔가 다른데 마음을 두고 있는듯 싶은데, 엄마와 한팀이 안되고, 우리팀으로 불려와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커리사.. 가장 몸집이 큰 아이. 눈썹과 눈이 아주 이쁘다. 진지하게 참여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배워가면서 합리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물을 절약하고, 오염을 최대한 줄이는 것등 실질적인 것들을 하루 페스티발을 통해 재미있게 익힌다. 그런 것들이,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또 행운이었던 것이 같이 자원봉사한 엄마들이, 그래도 내가 친구로 생각할 수 있는 아줌마들이었다는 것. 그들과 입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맘이 통해 만난 것처럼 반가왔다.

나드리 엄마 샤론과, 조던 엄마 샤론, 그리고 최근에 우리교회 담임목사로 온 샐리까지.

 

우리 넷은 조던 엄마 차를 타고 스쿨버스를 쫒아갔다.

 

가면서는 주로 세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돌아올때는 나도 말문이 열려서 주섬주섬 내 이야기를 조금 하기도 했다.

 

오며가며 아이들의 친구문제 때문에 말이 나왔는데, 쉘리 목사의 딸이 이제 이곳에 전학와서 겪게 된 이야기.. 아이들 사이에 따돌림의 문제가 발생하면, "너를 바꿀 수는 없고, 네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친구와 놀라"고 충고해준다고 말한다.

 

조던 엄마도 미리와 조던이 베스트 프랜드 라고 하면서도 매번 토라지고 싸운다면서, "베스트 프랜드"란 단어에 뭔가 잘못이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둥글게 사귀어야 할 나이에 그 언어가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나드리 엄마 샤론은 "자신의 기억으로는 초등 4학년 5학년 때가 친구 문제가 가장 힘들때.."라면서 아이들의 고민도 일리가 있다고 첨언한다.

 

아이들이 옷입고 꾸미는 이야기, 영 마뜩찮아도 그냥 놔둔다는... 이날 나는 미리의 머리 스타일때문에 마음이 쓰였는데, 아침에 제 언니에게 부탁해서 머리를 따긴 했는데, 꼼꼼히 따질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부스스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또 가끔씩 손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기도 해대니, 태풍맞은 머리같아진다.

 

사실, 나 자신도 자신없는 부분이라  아이들이 스스로 잘하게 되기까지 기다리는데 제멋대로인 미리에게는 신경이 쓰인다.

 

아줌마들이 모이면 임신이야기가 공통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샤론의 이혼이야기와 재혼이야기도 또한차례 듣게 된다.

 

식구(밥먹는 입)가 많은 우리집 이야기가 나오는 중, 한인 아이 두명을 입양해서 키우는 "마기"의 아들들이, 나와 연관된 아이들인줄 알았다는 샤론. 마기는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제로미와 그의 형을 어릴때 입양해서 키웠다. 마기는 최근에 페이슬리로 이사왔고, 우리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러고보니 페이슬리에 한인들이 우글우글하다..ㅎㅎ

 

이 동네에 처음 온 쉘리 목사가 수더분하니 좋다.

 

교회에서 봤을때만 해도 목사라 거리감이 있더니, 동네 아줌마의 한명으로 만나니, 아이 키우는 문제와 학교문제 등에서 공감대가 있을 것 같다.

 

가게에 가끔 와서 우유도 사가고 하는데, 우리집에 한인목사님이 왔으면 우유값을 제대로 받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물건을 팔 수 있었을까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도, 쉘리!!! 하는 것처럼 목사이름을 부르면서.. 그러곤 상상하다가 씩 웃고 만다. 문화가 다르잖아 하면서..

 

 

'나래 루미 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래를 위한 기도  (0) 2005.12.24
딸의 친구!!  (0) 2005.11.01
모성애 드러내기  (0) 2005.09.07
달콤한 열매  (0) 2005.06.21
금요일 오후  (0) 200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