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재일동포로 일본중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하는 여성을 만났다.
옆동네 친구가 초청해서 그집에 갔더니, 그도 초청인으로 와있었다.
프로그램에 자원해서 캐나다 온타리오주로 오게 된 것이다.
친구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보조교사로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일본문화를
가르친다고 했다.
몸가짐이나, 얼굴표정은 우리나라 사람과 많이 달랐다.
조신한 숙녀같은 이 여성은 그렇지만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소개한다.
재일동포2세인 아버지와 그 아버지가 공부차 갔던 한국에서 만난 한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물론 일본어가 가장 익숙하겠고, 한국말도 조금씩 하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날의 자리를 조금더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재일동포 선생을 하숙시키고 있는 케네디언 초등학교 교사(캐시)도 같이 왔었다.
그리고, 일본인 부인(요시꼬)과 케네디언 남편인 가정도 초청되었다.
그리고 우리 가정(순수한 한인1세 부부) 과
집주인인 부부(남편 초등5학년때 이민, 부인 1세 한인)와 각각 그 밑에 딸린 아이들이었다.
쉽게 말하면 한국, 일본, 캐나다의 세 문화가 접하면서,
캐나다화가 진행된 정도가 조금씩 다른 그런 마당이었던 것이다.
모인 면면이 그렇듯이 많은 부분이 문화차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캐시는 일본에서온 여선생이 음식을 주면 모두 맛있다고 해서,
무진장 샀다가 낭패를 봤다는 우스개 이야기를 한다.
“맛없다”는 이야기를 못하기는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비슷한가 보다.
캐시는 서양문화는 “ 먹고싶지 않으면 먹지않는데 정말 다르다”며 놀라한다.
요시꼬도 처음에 시댁을 방문해, 음식을 주는대로 맛있다며 즐겁게 먹었더니,
계속 같은 음식이 나와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모두 손바닥을 치면서 동의했다.
나라와 나라간의 문화 차이로 빚어지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왔지만,
도시와 시골 이야기들로도 시끌벅적했다.
시골에서도 타운 사람과 컨추리 사람들로 구분된다.
타운 사람들은 상가가 있는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컨추리에 있는 집들은 이웃이 전연 보이지 않고 농가가 한채씩 떨어져있다.
캐시도 이런집에 살고있는데, 자기집에서 <쥐>등을 보기는 빈번하다고 말한다.
자기가 키우는 애완동물도 말 5마리, 고양이 2마리, 개등이란다.
우리같이 작은 햄스터로 아이들의 갈증을 달래주는 <타운집>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컨추리 집들은 길 깊숙히 지어져있다.
우편함도 도로곁에 만들어놓아서 우편물을 점검하려면 망원경으로
일단 살펴본후 나간다고 말해서 웃었다.
캐시는 함께 있는 재일동포 선생을 위해, 귀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
한국음식은 어디에서 살수가 있느냐, 이곳에 한인들이 얼마정도 있느냐,,,
나는 도움줄 것이 없어서 최근에 생긴 <한인교회>를 소개했다.
모두가 환영할테니 한번 같이 오라고.
캐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그녀는 올 12월 결혼할 예정이란다.
신랑감은 <메노나이트>인이다.
이 주변에 메노나이트인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문명을 많이 거부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차 대신 마차를 타고 다니고, 옷은 까만천으로 지어서 입는다.
산아제한이 없어서, 아이들을 많이 낳고, 농사도 원시적으로 한다.
학교도 일반학교를 보내지 않는다.
길을 가다보면, 펄럭이는 옷을 입고
작은 학교마당에서 공차기를 하는 학생들을 볼 수가 있다.
캐시에 따르면, 메노나이트들도 많은 파가 많아서, <현대화>된 정도가
각기 다르다고 한다.
어쨋든 캐시의 신랑감은 차도 쓰고 한다니 다행이었다.
메노나이트들이 가끔 가게에 나타난다.
그들 특유의 까만옷과 모자에 장화를 신고.
그들에게서 돈을 받으면서 거슬름을 주면서 나는 항상 놀라곤 한다.
그들 손바닥에 박인 굳은살 때문이다.
마치 나무껍질처럼 단단해진 손들…
그날 배를 타기로 했던 날인가 보았다.
우리집에서 물과 과자등을 사서 길건너 보트가게로 한무리가 몰려갔다.
그들의 어깨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그 등줄기에 힘이 있다.
노동으로 단련된 단단함이 있다.
<쥐>보고 놀라고 <지렁이>보고 질색하며 소리치는 도시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건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요시꼬의 남편에게서 들은 슬픈 이야기 하나.
텔레비전이 없는 <메노나이트> 사회에 청년 하나가 텔레비전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래서 그 청년은 때만 되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로 내려와서 식당에 가서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매일같이 내려와서 텔레비전을 보던 청년은 어느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안전옷을 입지 않았던 관계로 차에 치여서 죽고만다.
<메노나이트>사회도 그 기강을 잡으려는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이 있을 것이다.
<메노나이트> 이야기까지 끼어들자,
참으로 사람이 사는 방법의 다양함을 생각하게 된다.
<옛것과 문명화된것>, <서양과 동양>을 넘나들며 중구난방
이야기가 쏟아진다.
한국문화 소개의 장으로 열렸던 이날의 저녁식사.
캐시는12월 결혼식때 드레스가 맞아야하니,
많이 먹을수는 없다고 농담하면서,
밥, 김치, 묵, 만두를 담아왔다.
우리들 모두처럼 젓가락을 들었다.
특별히 나무젓가락을 갖다주어서
덜 고생했지만 <젓가락>사용을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남기지 않고
시식하는 모습이 이채로왔다.
그녀를 보면서 생각해본다.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움직여서 그안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라난다는 것을.
캐시의 한인선생을 향한 애정,
또 외지에 외롭게 온 한인선생을 위해 그 선생과 일본인 부부와 우리까지 불러서
음식을 대접해준 친구의 정성,
그리고 쪽지에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말이 통하는 일본학교 선생에게
연락하라고 말하는 요시꼬.
이들 때문에 문화에 대한 생각을 되집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