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틀 시험과 관계된 꿈을 꾼다.
매일 지각하고, 시험을 제대로 못보고 그래서 성적표에 그려질 점수들이 눈앞에 훤히 보인다.
잘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일년 결산을 앞두고, 내 성적표를 생각해봐서 그럴까?
꿈속보다야 잘한 것 같은데..
어쨋든 한해의 마지막날을 보내고 있다.
늦잠을 자고, 점심을 해먹고, 또다시 헤롱거렸다.
특별히 걸릴일 없으니, 또 한차례 낮잠을 잤다.
이번에는 일거양득을 하려고, 아픈 팔에 침을 놔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하곤, 나는 잠을 잤다.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모두 들으면서.
아주 여유있는 마지막 날이다.
위로 두애가 친구집에서 보내기로 했고, 미리의 친구가 우리집에 오니, 밤 12시를 알리는 시간에 남편과 나와 뽀뽀를 하면 일년이 가게 된다. 이 "뽀뽀"를 일년 동안 기다리는 아이가 있으니, 올해는 반드시 멋진 구경을 시켜주어야 한다.
1년을 다 돌아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기억력에 한계가 있고.
그런데 작년 마지막 날쯤에는 우울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문제가 한해를 넘기는 순간까지 발목을 잡고 있었고, 그로인한 반성문을 이 칼럼에다 올렸던 기억도 난다.
단지 그것만을 내 검증비교표로 생각한다면, 올해는 작년보다는 훨 나은 성적표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루미..
루미가 친하게 지내던 케이트와 일단 절교중이다. 이 해의 마지막이 조용한 것이 케이트로 인한 불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케이트는 전화도 자주오고, 자주 방문하고, 그러면서 여러가지 문제를 안겨주었는데, 요 몇달 그런 일이 없으니, 집안에 큰소리 날 일이 없었다.
루미와 깊은 이야기를 나눠본다고 하고, 아직도 그 일을 하지 못했다.
내가 바쁘게 살아온 까닭도 있고, 일단 발등의 불이 꺼지니, 그애가 마음이 열릴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나 할까.
또 며칠전에는 침대와 책상의 위치까지 바꿔놓는 제방 대청소를 스스로 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정리정돈"이 엄마 만큼이나 안되는 루미기에 그 면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는데, 이제는 조금씩 성장해 가나 싶다.
미리..
미리가 산타클로스에게 원하는 선물용품에는 "각종 그리기 도구"와 " "움직이는 목각인형"이 들어있었다.
만화그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리가 만화그리는 방법이 들어있는 책을 사더니, 특별한 도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나 보다. 잉크펜과 라인을 그리는 날씬한 펜등을 산타로부터 또 사촌언니로부터 선물받았다. 만화를 그리는 중에 나를 불러세우더니, 팔짱을 끼고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팔짱낀 모습을 잘 그려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화 모델이 되어준 적도 있는데, 이번에 선물받은 목각인형은 팔과 다리를 원하는 모양으로 해놓고 그를 그려낼 수 있는 만화도구였다. 그런 걸 구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사촌이 토론토 미술도구 가게를 훑고 다녀 찾아냈다.
이제는 달리는 모습, 발 한짝을 책상위에 올려놓은 모습등 갖은 형체를 인형을 보면서 연습하고 있다. 며칠전에는 93페이지짜리 만화를 그려서, 그걸 책으로 만들라고 한다는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스테이플스"라는 문구전문 대형가게에 부탁해서 책을 만들었다. 복사해서 책옆에 테이프를 붙이니, 꽤 두툼한 책이 나왔다. 책 하나에 10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10권을 만들어줬다.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한권씩 나눠주라고 했더니, 그동안 제 만화책의 고객이었던 친구들이 돈을 준다고 해서, 그아이들에게 3달러씩을 받고 팔았다.
남편..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30명이 되는 가족들이 동생네 집에 모였다. 미국에 있는 동생까지 올라와서 정말 거한 파티가 되었다. 각 집안의 여자(말하자면 우리 자매들)이 모든 식구들에게 한가지 이상씩 선물하니, 동생집에 1백여개가 훨씬 넘는 풀지아니한 선물이 모이니, 장관이 따로 없었다.
선물 개봉식 중에 내가 남편에게 1년계획 수첩을 선물하니, 아이들이 동시에 나를 흘겨보는 것이다. 엄마 그럴 순 없어! 아빠 선물을 그렇게 작은 걸 사다니... 하는 눈초리로.
여러 사람 선물을 고르다, 남편만을 위해서 따로 낼 시간이 없어서 적당하진 않지만, 그저 하나 집어든 것인데 아이들 눈에 차지 아니한 모양이었다. 모든 선물 개봉식이 끝나고, 남편과 아이들이 한군데로 모이더니, 아빠가 주는 선물이라며 카드와 작은 상자를 준다.
"반지나 사줄까?" 하는 소리를 듣긴 했어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아서 굳이 말리지도 못했는데, 다이아반지를 맞춰온 것이다. 아이들이 카드를 쓰면서 아빠의 선물을 보았고, 아빠의 성의에 비해서 엄마가 너무 못미친다고 느꼈나 보다.
어쨋든 결혼때 작은 다이아반지를 얻어끼고, 첫번째인데, 가족들이 모두 있는데서 그렇게 과시하듯 선물증정하는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남편의 사랑방식이기도 하니까! 아이들의 성화에 남편볼에 뽀뽀를 해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남편은 매일매일 더욱 부드러워져 가는 것같다. 나에게는 정말 두말이 필요없는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이기도 하고. 나에게 하는 만큼 타인에게도 그렇게 하라는 게 나의 주문이다.
민디..
정리와 정돈!!
정말 나와 상극의 관계에 있는 낱말이다.
해가 가기전 언제나 괴롭히는 일은 집안정리에 관한 것이었다.
정리가 안된 상태로 새해를 맞기는 싫다는 말이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일찍 청소를 시작했다.
하기전에는 나의 정리정돈 능력에 대해서 절망스런 생각이 든다.
가장 딱딱한 얼굴로 고민하며 며칠간 이리 치우고 저리 치우고 하다보니, 아이디어가 그런대로 솟아났다. 그래서 이 해를 넘기기 며칠전 정리를 끝내고, 주변의 이웃들까지 초대해서 송년회까지 치렀다.
음식은 완전 실패한 이날, 그저,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는 것만 남은 모임이었지만, 나 혼자로는 정돈이 어느정도 되었다는 생각에 "음식실패"의 쓰라림을 상쇄시키고 있다.
대체적으로 조용하게 보내는 이 겨울에 올해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우선 파티가 있던 동생네 집에 6자매가 모여서 이틀을 같이 보냈다.
첫날 새벽 6시까지 이야기했다. 우리 모두가 울었다.
나의 이야기에 또 그녀의 이야기에.
이틀을 보내고 미국 동생 가족과 엄마와 언니를 모시고 우리집으로 올라왔다.
동생 남편이 그날 가족을 데리러 오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우리는 새벽 3-4시까지 깨어있었다. 자매들은 우리끼리 빠져서 이야기가 끝이 없다.
그런데, 참 아픔들이 있다.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불치의 병들이 있음을 서로를 보면서 알아낸다.
가족간에도 미움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마음에 쌓인 상처는 자매라고 어루만져줄 수도 없고, 왜 그렇게 하냐고 윽박질러서도 안되고..
우리는 목소리를 높이다가 제풀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내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을 의지해야 하는, 그래야만 하는 것들이라고 단정짓는다.
이렇게 하루해를, 일년해를 정리하며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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