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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1박 2일의 파티... 그것이 남긴 것


Party Schedule

 

day one...(1)

 

5:00 pm Fish fry at arena...(2)

5:40 pm the big G dunk game...(3)

6:30 pin~ata time ...(4)

7;20 pm jump on trampoline ...(5)

8:40 dance and sing in garden ...(6)

9:00 pm CAKE !!! /feast ...(7)

9:40 movie marathon time /stuff faces with chips, dip and soda!!! ...(8)

 

 

Day two

 

5:05 am Go to sleep or keep talking ...(9)

12:00 noon Open presents!! ...(10)

12:00pm-2:30 pm play untill all guests leave ...(11)

2:38 pm say good-bye

 

11살 생일을 맞은 미리가 짜놓은 생일파티 스케줄이다. 페이슬리에서의 마지막 생일파티라는 명목 때문에, 그애의 계획을 거의 대부분 수용했다. 올해는 그전보다 시간과 참석인원수가 늘어났으며 작았던 아이들의 덩치가 조금 과장하자면 2배 이상 불어났다는 걸 생각해볼 때 1박2일간의 파티가 좀 무리라고 생각되었으나, 아이의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강행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파티 스케줄을 따라가보자.

 

(1) 첫째날

 

한달전 초대장을 만든다며 5학년 6학년 합반인 제 학급의 학생중에서 5학년 여학생 모두를 초청하면 안되겠느냐고 물었다. 깊은 생각없이 그래!! 했던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슬립 오버(sleep over) 한다는 말도 그안에 포함되었었다.

 

시간이 갈수록 초대자까지 9명의 아이들이 하루 동안을 자면서 생일파티를 무사히 잘 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날, 적당히 넘겨버릴 수 있는 묘안을 찾다가 생일파티를 제공하는 "짐네스틱 운동관"을 찾아갔다. 10명 미만의 아이들이 한시간 동안 각종 운동 기구(트램블린, 마루운동기구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코치가 아이들을 데리고 신나게 놀아준다는 것이다. 그후에 집에서 먹을 것을 날라오면 생일케잌을 자르고 음식을 먹으면서 축하할 수 있다고.

 

아이들을 이곳까지 데려오려면 차 두대가 필요하고, 왔다갔다 하는데 좀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아주 간단하게, 기억에 남을 생일잔치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가계약을 맺고 미리에게 말했다.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기전, 은근한 목소리로 "짐네스틱 운동관"에서 네 생일 파티를 하면 안되겠니? 했더니 약간 당황하면서, "슬립오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만들어놓은 카드를 다 다시 바꾸어야 하며, 다른 곳에 가기보다는 친구들과 집에서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래서 1박2일 생일파티가 결정됐다.

 

 

(2) 마을회관에서의 생선구이 저녁식사

 

 

이날은 마침 우리집에 와있는 선재네 학급에서 졸업여행을 위한 기금마련 저녁식사가 있는 날이었는데, 나는 봉사를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그날로 했던 것인데, 늦게 봉사요청 편지를 선재가 들고 왔다. 학생숫자가 적은 반이어서 먼젓번에 봉사했던 학부모들도 모두 다시 함께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날 나는 낮 3시 30분부터 마을회관에 가야 했는데, 우리의 초청어린이들에게 저녁식사를 이곳에서 해결할 생각을 하게 됐다.

 

티켓을 사놓고 미리에게 이야기하니, 친구들에게 말한 결과 그중 2명이 생선구이를 싫어한댄다. 그 두 친구들을 위해 엄마가 다른 것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한다. 며칠후 다행히 그중 한명은 생선구이도 괜찮다고 말해서 오로지 다른 한명 쉘비 때문에 걱정을 하긴 했다.

 

시간이 없는데, 어쨋든 그날 이곳에서 밥을 먹은 다음 배가 고픈 아이들에게는 다른 것을 해준다고 약속했다.

 

마을회관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남편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왔다. 주인공 미리는 가운데 앉아서 즐거운 담소를 하면서 음식을 나누고. 생선구이를 싫어한다던 쉘비도 음식을 먹고 있어서 "괜찮아?"했더니, 먹을만하다고 찡긋.

 

그래서 미리의 생일잔치중의 가장 중요한 첫 음식먹기는 나의 도움이 들어간(디저트 자르기가 나의 주 일이었다) 대중식사로 채워졌다.

 

 

아줌마 저 예뻐요? 파란색의 쉘비가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있구먼. 녀석,

생선 안좋아한다고 미리 언질을 줘서 걱정하게 하더니만.

 

 

(3) 게임

 

미리는 이번 생일파티를 위해 스스로 게임을 고안해낸 것 같다. 이름하여 Big G dunk 게임. 게임 카드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걸린 아이가 욕조속에 들어간다. 약간의 물을 대야에 담고 물세례를 주는 와일드한 게임.. 아이들의 웃음이 자지러진다.

 

(4) 핀요타

 

핀요타는 어디에서 온 풍습인지 모르나, 남미의 냄새가 난다.
멋있게 장식된 단단한 빈 박스속을 사탕, 껌, 작은 장난감등으로 채운다.
아이들이 순서를 돌아가면서 그 핀요타를 작대기(우리는 하키 스틱 사용)로 내려치는데, 그것이 터져서 속에 있는 것을 뱉아낼 때까지 친다.

핀요타를 하다가 사탕이 쏟아지자 아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쉘비가 발에 밟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가장 체구가 작아서인지, 어쩐지 어릿어릿한 것이 이번 생일파티에 제대로 서바이브 할 것 같지 않다.

또 막대기를 힘에 겹게 내려치다가 손바닥에 상처가 나서 또 한차례 울먹인다.
미리가 집안으로 잽싸게 들어가 찬물수건을 가져와서 아이를 닦아준다.

 

트램블린 머리위에 걸렸던 스폰지밥 핀요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아이들이 두드려대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이 사탕을 먹으면서 더욱 분위기가 고조된다.

 

 

미리야 더 힘껏!! 스폰지밥 핀요타가 허공을 맴돌고 있구나.

 

(5) 트램블린에서 놀기

 

날이 좋아지면서 트램블린을 올해도 설치했다. 옆집에 새로운 아이들이 이사왔다. 정원이 마주붙은 집이라 그집의 아이들이 트램블린 설치한날, 좋아라 하며 우리 아이들과 같이 놀았다. 첫 인상이 좋기도 해서, 그집 엄마에게 우리가 없더라도 아이들이 이곳서 뛰어놀수 있다고 말해줬다.

 

조금 늙은(?) 우리 아이들보다, 아직 새파랗고, 트램블린의 새맛에 흠뻑 빠진 옆집아이들이 매일 정신없이 그 위에서 뛴다. 미리는 생일날쯤 되자, 걱정이 되기 시작하나 보다.

 

엄마, 내 생일때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데, 트램블린위에 "예약되어 있음" 사인을 붙여주세요라고 요구한다. 내가 알았다고 했는데, 마침 그날과 그 다음날, 옆집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미리 알고 피해줬는지, 아니면 어디 방문이라도 갔는지.

 

아이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라가서 몇번씩 주의를 주어야 했지만, 트램블린 설치한 본전은 날씨가 좋았던 이 두날 모두 뺀 것 같다.

 

삼삼오오 나가서, 뛰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면서 보낸 아이들..

 

 

(6) 춤추기와 노래하기

 

 

한 덩치하는 커리사가 아마도 춤을 잘추나 보다. 새벽 너무 소란스러워서 깼는데 커리사가 미리에게 스텝을 가르쳐주고 있다. 실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새벽이라고 제딴에는 조심한다고 소근거리는 소리가 잠든 내게는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것 같다.

 

(7) 케잌 자르기

 

미리가 특별히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달착지근한 케잌이다. 때문에 나는 이상한 것으로 항상 이를 대신하곤 하는데, 한번도 성공한 적은 없다. 올해는 빵 케잌을 만들었다. 빵 만드는 방식으로 해서 큰 원형 팬에 구워냈다. 역시 실패작!!  빵위에 11살 M. S.이라 박았다. 각종 과일을 잘라서 약간의 설탕을 뿌려서 놓고, 음료수와 함께 그것으로 그녀의 생일을 정식으로 축하했다.

 

 

이 케잌이 맛이 있을까?  글쎄~~~~~

 

(8) 무비 타임

 

아이들이 파티장소에서 영화를 보다가 몇명이 건너왔다. 너무 무서운 영화라는 것이다. 가서 확인해보니, 어른들도 보기 힘든 saw 2를 보고있다. 한명이 그걸 가져왔다는 것이다. 내가 안된다고 했더니, 얼이 빠져서 보던 몇명이 싫어한다. 그때 보니, 미리는 한곳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어쨋든 나이가 어려서 안되니, 다른 것으로 바꾸라고 말해준다. 9명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은지, 중구난방 제 소리들로 시끄럽다.


아이들이 조금씩 조용해지기 시작한다. 영화를 위해 가게에서 칩스와 음료수가 날라져오고.

 

(9) 새벽 5시에 자기 시작, 수다떨 사람은 수다떨고..

 

새벽 3시쯤 되자 조용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새벽 5시까지 깨어있기로 결심했던 어린이들이 이불을 들고 왔다갔다 하다가, 처음에 저이들이 작정했던 곳에서 모두 잠든 것을 발견한다. 그리 넓지 않은 한 곳에서 9명의 숙녀가 한꺼번에 잠을 잔다.

 

(10) 선물 개봉식

 

미리는 무언가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기니픽을 잘 키우고 있지만,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것은 고양이나 개등 좀, 그럴싸한 애완동물이다. 그러나 작은 짐승 허용한 것도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올 적마다 "동물 털" 알러지가 있는 큰애를 이유로 세차게 막는다.

 

미리는 언니가 집에서 나갈때(대학갈때를) 종종 계산해보곤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때 되면 또 어떻게 반대를 해야할지..

 

그러더니, 최근에는 닭을 선물로 달라고 했다. 닭은 털(fur)이 아니라, 깃털(feather)이기 때문에 언니가 알러지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쨋든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무시하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닭이나 오리는 어떻겠느냐고 물어온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농부도 아니고, 닭장이 있는 것도 아니며,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장난감 사듯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지시키는 데 애를 먹는다.

 

그랬더니 이번 생일선물로 미리가 희한한 걸 요구했다. 바로 배추인형(캐비지 인형). 두세살짜리 아이들이 가지고 놈직한 그런 인형이다. 곤충잡기나 물가에서 놀기등을 좋아하는 그애가 인형을 원한다는 것이 정말 이상하게 생각됐다.

 

한가지 심증이 가는 것은 무언가 수집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모아들이는 재미를 붙이는데, 배추인형도 그 종류가 많은 것으로 보아, 수집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쨋든 나는 닭을 사줄 마음이 없으니, 배추인형으로 그냥 떼우기로 했다. 친구들은 미리가 그리기를 좋아하니, 그림도구들을 많이 사왔다.

 

11살이라고 11달러를 카드에 붙여온 아이도 있고, 그보다 많은 20달러를 작은 선물과 담아온 친구도 있고. 좋아하는 돈도 생기고 그녀의 최고의 날이었다.

 

 

가만가만.. 우선 뭐라고 써있나 카드 먼저 확인하고....

 

 

(11) 모두가 떠날때까지 재미있게 놀기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 가까운 공원으로 떠났다. 그중에 2명은 가기를 거부해서 집에서 영화를 보기로 하고. 아이들을 보내고 집에 있는 사람 점심을 먹이고, 공원으로 찾으러 갔다. 마침 모두들 놀기를 마치고 오려고 한다.

 

사진 몇장을 찍는다.

 

 

 

레이첼과 하나가 빠진 사진..  누군가가 누군가를 싫어해서 가지 않았다는 것을 그 뒤에 알게 됐다. 그려,, 모두가 친하다는 것도 사실은 말이 안되여.

 

 

점심을 준비할테니 모두 깨끗이 청소하라 일렀다. 몇명은 노는데 바쁘고 몇명은 보던 영화 마저 본다고 하고, 몇명은 그런 아이들을 닥달해 청소하느라 분주하다.

 

그 와중에 한 아이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단다. 남편이 받았는데, 아이를 5시까지 맡아줄 수 없느냐는 것이다. 그전날부터 시작해서 이날 2시 30분에 끝내기로 했는데, 자신들이 어디 나갔다가 그 시간에야 온다는데 어쩌겠는가?

 

그 아이는 한 아이가 집안 사정때문에 못오게 되어서 대타로 들어오게 된 아이였고, 가족간 왕래가 있던 집안도 아니었기에 조금 더 이해가 안됐다.

 

아이들이 오기 하루전부터 청소로 시작한 나는 아이들이 갈때쯤해서는 조금씩 그 에너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쨋든 세명의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그 아이들을 우선 보내고 나머지를 차에 태우고 집집마다 데려다주었다. 그 일을 다 끝내니, 3시 40분경. 이제는 쉬고 싶은데, 나머지 한명을 보내고나야 맘이 좀 편할 것 같았다.

 

5시가 넘어서 그 아이 엄마가 와서 "Hi!" 한다. 나도 좀 짜증난 마음으로 "Hi!"만 하고 만다. 아이를 늦게 찾으러 와서 미안하다는 둥, 생일파티가 어땟냐는둥 으례 있을 수 있는 인삿말도 없다. 나도 처음보는 엄마에게 별로 할말이 없고, 빨리 가주기만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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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남는 이야기들

 

이날 저녁, 피곤이 중첩되어 있는데, 남편은 자라고 말한다.
그가 염두에 두지 않은 한가지, 저녁 지을 일이 남았다.

 

무얼 먹었던가?

 

어쨋든 저녁을 끝내고 어두워지기도 전 7시에 자리에 누웠다. 한번쯤 깨겠지 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 간신히 9시에 일어났다. 그날은 그날의 일들이 있는데.

 

그 피곤이 며칠동안 이어져, 고개를 떨어뜨리고 지내는데, 그런 나를 웃기려고 그러는지, 실없는 소리를 연발하는 남편...


제발, 그만좀 해!!...


참지 못하고 그런 말로 면박을 준다.

 

그러면서 생각난다.
브리티니가 겨우 2시간 30여분 더 뒤처져 남아있었는데, 그애를 향한 내 마음의 뾰족함을 보면서 또한번 놀랬다.

 

여전히 나는 내 한계안에서만 쓸모있는 인간이다. 내가 모르는 집 아이는 내게 중요하지 않고, 그들의 예의없음이 확대되어 내게 입력되고.

 

흥얼거리며 청소로 시작했던 일들이 피곤한 얼굴로 마지막 게스트를 쫒아내듯 마무리하다니.

 

어제는 미리에게 물었다.

 

그래, 네 생각엔 9명이 하룻동안 지내면서 생일파티 한것이 좋은 생각이었다고 보니? 어려운 일 없었어? 다 지나갔으니까 말이다만...

 

공원에 가야 하는데, 친하지 않은 두명이 있어서 공원에 함께 가기를 거부했던 것이 자신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레이첼과 하나가 가지 않고 집에 있었구나..

 

그래, 모두가 친하기 어려운 거지.

 

미리야, 네가 아니었었다면 말이다. 이런 파티는 어쩌면 가능하지 않았을 거야. 그래도 네가 가운데에서 모두를 편안히 해주려고 노력했다는 것 안다. 나도 네가 있었기에, 이 일을 허락했던 것이고.


아이들이 간 다음에 집안을 둘러보니, 겉옷 2벌, 양말 세켤레, 티셔츠 1장, 스웨터 1개, 머리빗 하나, 입술연고 1개가 있다.  모두 한 봉투에 넣어서 오늘 미리에게 딸려보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라고.

 

그다지 큰일이 아니라면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아이들의 계획대로 따라주는 엄마가 되다보니, 이번 파티도 생각되어지는 게 꽤 많다.

 

그래도, 큰 사고없이 아이들은 재밌게 놀았잖아? 그래. 그러면 됐지 뭐... 이렇게 마음에 위로 하나를 박아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