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교제도에 대해서 쓰려고 하니, 그동안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들이 우선 떠오른다. 잘 알지못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것, 그리고 다 아는 것같은 착각으로 나름대로 판단해서 행했던 것들 말이다.
그런 것은 다음 기회에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나래가 학교에서 가져온 수강신청 책자가 눈에 띈다. 두툼한 갱지에 인쇄된 그 책을 들여다보았다. 짐작으로 알던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나와있다. 이참에 고등학교제를 훑기로 한다.
우선 "고등학교"라고 할때 "High School"이라야 맞을텐데, 공식적으로 지칭할때는 세컨더리 스쿠울(Secondary school)이라고 한다. 학교마다 뒤에 붙는 이름이 다른데, 많은 학교들이 세컨더리로, 간간히 High school이라고도 하고, 어떤 학교는 사설기관에서 많이 쓰는 "institute"(학원)라고도 하니, 학교이름만으로 고등학교인지 잘 알수 없는 경우도 있다. 교육청에서 이 기관들을 통칭할때 Secondary School이라고 부르고, 이를 끝내고 가는 상급학교를 Post Secondary school이라고 하는데 전문대학, 대학 등이 이에 포함된다.
캐나다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있어 서로의 업무를 분할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부분은 각 주정부가 맡아서 하고 있다. 그러므로 같은 캐나다라도 주가 다르면 그 제도가 달라지게 된다. 또한 각 지역마다 교육청이 있어서 나름대로 다른 교육제도를 운용하니, 내가 말하는 것은 온타리오주의 블루워터(Bluewater) 교육청에 속한 워커튼 고등학교에 관한 것임을 밝혀둔다.
1. 시간 배분
1년 2학기제로 나뉜다. 9월부터 1월까지 1학기이며 2월부터 6월까지가 2학기이다.
매일 4과목의 수업을 듣는다.
9시
정도에 시작해서 오전에 2과목 수업이 이뤄지고, 점심식사후 나머지 2과목 수업을 하고 마치는 시간은 3시 30분이다.(초등학교와 똑같다)
지난 학기에 나래가 수강한 과목은 영어, 과학, 음악, 불어였는데 시간표는 2주만에 한번씩 순서를 바꿔서 진행한다. 5개월 내내 같은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각 수업시간마다 쪽지시험과, 테스트등을 자율적으로 한다.
숙제와 시험이 각 비율별로 반영되어서 중간성적표가 나오고,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기말고사(final exam)가 있어서 아이들이 긴장하는 것을 보았다. 기말고사는 4과목을 주말을 낀 일주일에 걸쳐서 보는데 하루에 한과목 이상을 보지 않는다.
시험이 없는 날도 있고, 공부할 시간은 충분해 보였다. 시험보는 당일도 교사와 전체적으로 마무리공부를 하는 시간이 한 1시간정도, 그 다음에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는 학교와 교사의 재량권에 달린 일 같아 보인다.
나래는 올 9월에 시작될 10학년 수강신청을 지난 3월초에 끝냈다. 학생들이 일률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미리 학교행정이 이뤄지는 것 같다.
2. 학점제 운영
세컨더리 4년 재학중 3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 30학점을 세부적으로 나누면 필수과목 18학점, 선택과목 12학점으로 분리된다.
필수과목은 영어 4학점, 불어 1학점, 수학 3학점, 과학 2학점, 캐나다 역사 1학점, 캐나다 지리 1학점, 예술과목중 1학점, 보건체육 1학점, 사회, 직업공부 각각 0.5학점으로 전체 15학점이 되며, 나머지 3학점은 세그룹으로 학과를 나눠 그 세그룹에서 한과목씩 이수해야 한다.
선택과목은 이밖에 자유롭게 택하는 과목으로 미술, 드라마, 음악, 비지니스, 사회과학등이 들어가며, 일반과목중에서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다.
3. 실업반과 진학반이 같이 있다
8학년 졸업시즌이 되면, 그해 시작할 고등학교 수강신청을 미리 하게 된다. 학교를 결정하고, 담임과 세컨더리 학교에서 출장나온 상담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과목을 고르는데, 이때 아카데믹(진학과목,academic)으로 과목을 선택할지 어플라이(실용과목, appplied)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
아카데믹은 상급학교 진학을 염두에 둔 아이들이 선택하는지라, 수업내용이 조금 더 학문적이며,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이게 된다. 대학진학보다는 실업계쪽 공부를 염두에 둔 아이들은 어플라이를 신청하는데, 초등 담임이 아이를 판단해서 어플라이와 아카데믹으로 선택하도록 돕는다.
어떤 학생중에 수학은 강하나 영어는 약하다면, 수학은 아카데믹으로, 영어는 어플라이로 선택할수도 있다.
이렇게 아카데믹과 어플라이 코스를 선택해서 듣는 기간이 2년간이다.
11학년 12학년이 되면 네개의 코스로 나뉘는데, 대학반/ 대학, 전문대학반/ 전문대학반/ 실업반(university/ university or college/ college/ workplace)이 그것이다.
9학년 10학년때 어플라이 코스를 들었던 사람이 보다 학구적이 되어서 진학반에 들고싶으면, 조금씩 진로를 수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진학코스를 듣던 학생이 실업계로 전향하고 싶으면 11학년부터라도 그 진로를 바꿀 수 있다.
12학년쯤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4개의 그룹에 속해있어서 본인의 장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된다.
실업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수학도 현장에서 쓰이는 실생활 수학이 적용되고, 영어나 기타 과목들도 학업을 끝내고 사회인이 되었을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로 채워진다.
나래 학교에는 목수일을 배우는 교실도 시설이 잘되있었고, 자동차 고치는 것, 또 생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학과목도 있는 것 같다.
4. 졸업을 하기 위해선
*학과목 낙제가 없이(50점 미만이면 다시 들어야 한다) 3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실시하는 "영어시험(Ontario Secondary School Literacy Requirement)"을 합격해야
한다.
10학년에 실시되는 이 시험은 영어 독해능력과 쓰기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만약 이를 합격하지 못하면 재시험을 볼수 있다.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에 시험에 낙방하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이 과정을 위한 코스를 이수한 사람에게도
그 자격을 준다고 하나, 현재 이 코스가 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40시간의 지역사회 봉사활동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5. 취미활동
학과목중에 포함되지 않는 취미활동중에는 스포츠가 당연히 많다. 배드민턴, 농구, 야구, 크로스 컨추리(달리기등), 배구, 레슬링, 플래그 풋볼, 플로아 하키, 실내 축구, 비치 발리볼등이 워커튼 학교에 있다.
누구나 원하면 합류할 수 있는데, 원하는 아이들이 많으면 테스트를 거쳐서 선수를 선발한다. 1년내내 하지 않고 길면 서너달에 끝나는데, 주변의 학교들과 시합을 갖게 된다. 시합이 수업시간중에 있게 되면 학과목 교사에게 미리 통지하고 참여한다. 연습시간은 주로 학과후나, 학과시간전(새벽)에 있다. 타 고등학교와의 시합에서 예선탈락하거나 하면 그 운동선수들은 일찍 해체하게 되기도 하고, 결승전까지 올라가면, 연습시간등이 계속 늘어난다.
시합에 일찍 지면, 더이상 신경써야 할 일이 없으니 부모로서는 은근히 져주기를 원하게 되기도 한다. 어쨋든 참여하는데 의미가 있는 종목들이 많음을 아이들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선수들은 고정된 멤버가 아니라, 매년 바뀌게 되니 처음에 선택하지 않았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나래는 배구선수로 뛰었고,테니스에서는 일찍 탈락했고, 배드민턴을 하다가 도중하차했는데, 내년에는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 레슬링에도 관심이 있다고 하니, 구체적으로 거론되면 얘야 아서라 해야 할것 같다.
운동이외에는 그룹활동등이 있는데, 체스, 음식만들기, 독서, 신문, 응원단, 학생회 활동등이 운영되고 음악중에서는 재즈 밴드, 콘서트 밴드등이 주니어와 시니어부로 편성되어 운영된다. 밴드부도 각 학교별 경연대회가 있어서, 매해 최고의 승자를 겨루게 된다.
아이들이 원한다면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지만, 매일 숙제를 해야하고, 학과목을 충실히 따라가기 위해선 본인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또한 주제가 있는 장거리 여행은 비정기적으로 모집되는데, 나래는 최근에 불어훈련을 위한 퀘벡여행을 3박4일로 다녀왔다. 내후년에는 유럽여행이 그 다음해에는 중국여행이 계획되어 있다는데, 그런 해외여행은 많은 돈이 필요하니, 신청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머리, 복장, 화장등은 자류롭게 허용되지만, 학교내 흡연은 안되고, 지나친 노출패션은 제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6. 기타
최근 온타리오 세컨더리 학교에 몇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제일 큰 것중의 하나가 13학년 코스를 폐지한 것이다. 13학년은 오로지 대학공부를 위한 과정이었는데, 그 1년을 없앤 것이다.
말하자면 매년 8학점을 이수할 수 있으니 4년간 열심히 하면 32학점을 딸 수 있다. 그런데 몇번 과락을 하면 4년안에 졸업하기가 수월치 않을 수 있고 원하는 대학에 가려는데 그 과목의 성적이 나쁠 경우 재수강하는 학생들도 시간에 쫓기게 된다. 대학에서는 학과에 따라서 그에 상당하는 6개의 고등학교 최종학년 성적증명을 요구하는데, 이 점수는 대학을 위한 코스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점수가 부족한 아이들은 "여름학교"를 수강해서 채우기도하지만, 역부족일때가 많은 것 같다. 현재 대학갈 고등학생들은 12학년을 마치고도 1년간 학교에 머무르면서 나머지 미비한 것들을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다.
7학년때 유학온 조카 민욱이도 1년 더 공부하고 있는데, 최근에 원서를 넣은 워터루 대학에서 합격통지서가 왔다하니, 기쁜 일이다.
고등학교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캐나다 대학은 제 점수에 맞는 곳으로 세군데 응모할 수 있고, 점수가 안정선이면 고등학교 졸업전이라도 합격여부를 통보받는다. 대학이 안되면 칼리지(전문대학)가 있으니, 대학가기를 원하는 이들은 그 길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입학은 비교적 쉽지만, 졸업은 정말 어려운 곳이 캐나다 대학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대학가기를 포기하고 취업전선으로 돌아선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대학에 관한 것은 아마도 좀더 피부적인 문제가 되면 더 많이 알게 되겠고, 상세히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