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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묵상

죽으면 죽으리라.. 에스더 왕비

성경을 소설처럼 읽던 시절이 있었다.

 

하나하나에 깃들인 이야기들이 소설적인 구조로 머리속에 들어왔다.
성경 한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는지, 그 이야기속에 푹 빠졌었다.
최근에 그런 성경읽기 방법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경거망동이란 생각이 들고 또 그렇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소설로 읽은 것은 아니고, 소설처럼 흥미있었다고 변명을 붙여보지만,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어쨋든 성경말씀중에서 한권의 책으로 따로 떼어놓아도 손색이 없는 말씀들이 많은데, 총 10장으로 구성된 기승전결이 확실한 에스더서는 능력있는 이가 뮤지컬이나 연극의 각본을 만들고자 시도했을만하다.
 
요즘처럼 없는 것 없이 다 만들어지는 세상에 "에스더"의 이야기도 어떤 식으로든 (어쩌면 많이) 다뤄졌을 것이다. 다만, 눈과 귀가 어두워 내가 모르고 있을뿐.


에스더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으로 끌려갔을때의 이야기이다. 제나라를 잃어버린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른 나라의 땅에 사는 것이 항상 살얼음판이었을 것이다. 젊은 세대는 겪지 못했지만 일본 치하의 36년간의 경험이 있는 이땅의 백성으로서 그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부모가 없는 에스더는 삼촌 모르드개에게 딸처럼 양육된다.

 

권력이 온땅에 차고 넘치던 아하수에로왕때의 일이다.


권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127도를 다스리는 왕의 잔치를 설명한 글을 보면 조금 짐작할만하다.

백색, 녹색, 청색 휘장을 자색 가는 베줄로 대리석 기둥의 은고리에 매고(생각을 조금 지체하여 색깔과 모양을 상상해보자), 궁궐에는 금은으로 된 걸상들이 놓여있는데, 그 놓여있는 곳은 화반석, 백석, 운모석, 흑석으로 장식된 곳이었다 한다.

 

요즘의 부잣집에서 볼 수 있는 대리석보다, 더욱 화려하고 고급스런 그런 바닥재였을 것이다.

 

그 자리에 참석한 인사들은, 먹고싶은 것을 구애받지 않고 먹을 수 있었고, 그들이 사용하는 잔은 금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런 권세를 가진 왕이 방백(말하자면 요즘의 도지사쯤 되려나)과 정부관료들을 모아놓고 며칠동안 잔치를 벌인다. 이때의 왕비는 와스디였는데, 왕비는 따로 부녀자들과 잔치를 열고 있었다.

 

왕은 여러날의 잔치끝에 흥이 올라 사람들에게 아리따운 왕후를 자랑하고 싶어진다. 왕후에게 전갈을 보내, 단장하고 잔치자리에 나오라고 부른다. 이때 왕후는 왕의 부름이 못마땅하다. 그리하여 그를 무시하고 그 자리에 나가지 않는다. 아마도 왕비는 왕의 애정을 확대해석하지 않았나 싶다.

 

무색해진 왕은 이일로 인해서 근심하고, 주변의 박사들에게 의논한 결과, 왕을 무시한 왕후의 처사를 그냥두면 방백들의 부인들까지 남편을 무시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고, 말하자면 남자의 체면이 땅에 떨어져 나라의 질서가 문란해질 것이니, 처벌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충언한다.

 

아하수에로왕은 왕비를 폐위하고, 새로운 왕비를 물색하게 된다.

 

전국에서 아름다운 처녀들이 왕을 위해 선발되어 후궁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들은 근 1년간에 걸친 후궁교육을 받게 된다. 그중에 한명이 에스더이다. 1년 동안의 교육후에 왕을 알현하게 되는데, 이들 중에 에스더는 왕에게 뽑혀서 왕비가 되며 그의 은총을 입는다.

 

삼촌인 모르드개는 하나님앞에 순전하며, 민족을 생각하는 지조있는 자로 나오는데 에스더에게 유대인임을 숨기라고 말한다. 모르드개는 에스더가 민족을 위해 일할때가 올것으로 예견했던 듯싶다.

 

모르드개는 왕을 모살하려던 반역자들의 음모를 에스더에게 전해 그들을 계획을 무산시키는 공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는중에 권력의 2인자가 되는 하만은 천하가 자기에게 굽신거리는데 유일하게 꼿꼿한 모르드개에게 반감을 갖게 된다. 왕에게 유대인들이 왕에게 충성하지 않고, 저이들의 하나님만을 섬긴다는 이유로 그들을 처치할 것을 요청하게 된다.

 

왕은 하만에게 유대인 학살에 관한 조서를 내리게 되고, 유대인들이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모르드개는 에스더 왕비에게 그 내용을 전한다. 유대인을 구할 방도를 알아보라고 한다.

에스더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말한뒤, "왕의 허락없이 왕 앞에 나섰다가는 왕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목숨도 건질 수 없다"고 거절한다.

 

이때 모르드개의 말이 너무 확연하여 섬뜩하다.

 

"모르드개가 그를 시켜 에스더에게 회답하되, 너는 왕궁에 있으니 모든 유다인 중에 홀로 면하리라 생각지 말라. 이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비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후위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아느냐."

 

삼촌의 말을 들은 에스더는 대단한 결심을 한다.

 

"당신은 가서 수산에 있는 유다인을 다 모으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되 밤낮 삼일을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소서. 나도 나의 시녀로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이렇게 말한 다음에 그 유명한 말 "죽으면 죽으리라"로 끝맺는다.

 

어린 시절 집안에 굴러다니던 신앙서적의 제목에 "죽으면 죽으리라"가 있었다. 안이숙씨가 쓴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 제목이 에스더서에서 나왔는지는 몰랐었다.

 

에스더는 죽을 각오로 금식기도를 마친후 왕에게 나아가는데, 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현세적인 사치와 향략에 절어있었을 왕은 며칠간의 금식과 기도로 완전히 다른 향기를 풍기는 에스더에게 반한 것 같다. 파리하지만 신념에 차있는 영적인 기운이 아하수에로왕에게 감염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왕이 수심에 있는 에스더를 도와줄 방도를 찾고자 한다.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는 왕에게 청하여 두번에 걸쳐서 잔치를 베풀고 하만과 왕을 초청한다.

 

두번째 잔치에서 자신이 유다인임을 밝히면서 하만의 권력욕을 파헤치게 되는데, 잠시 마음이 혼란하여 왕이 자리를 뜬 사이에 생명을 구걸하려고 왕후의 걸상에 엎드러졌던 하만은 "왕후 강간미수죄"까지 덮어쓰고 참형을 당하게 된다.

 

결국 하만은 모르드개를 달아매려고 준비했던 십자가에 달려 처형되며 하만으로 인해 치부했던 그들의 가족과 졸개들, 추종자들이 유다인들에게 되갚음을 당하는 내용이다. 죽음에서 건져올려진 유다인들은 그들에게 대적했던 이들을 왕의 허락을 얻어 진멸하게 된다.

 

왕후에 올랐던 에스더는 사실 이날을 위해 준비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일신의 안전을 생각해서 민족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모르드개의 믿음, 에스더 네가 아니어도 유다인은 구원을 받겠지만, 너는 멸망할 것이라고 했던 것은 그녀에게 큰 전환을 가져왔다.

 

그럴때가 있지 않은가? 내 할일을 미뤘을때 누군가가 그 일을 대행하게 된다. 그 일이 감쪽같이 끝나기도 하지만, 나와 그 일을 한 사람은 알고있다. 내가 했으면 희생이 적었을 것을 내가 눈감고 고개숙이고 있는 동안 그 일을 치뤄내야 했던 사람은 나보다 큰 희생을 감수하게 된다.

 

그것이 "나의 희생이 예견될때는 주저하지 말고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그 희생은 이와같이 큰 영광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런 용기가 없어 그를 살짝 피하고자 했을때 일은 꼬이고, 구렁텅이에 빠지게도 된다.

 

하만과 모르드개는 완전히 높음과 낮음이 극적으로 바뀜을 보여준다. 권력의 제2인자로, 부성한 영광과 자녀복을 만천하에 자랑하며, 유다인들을 도륙하려고 했던 하만은 에스더 왕비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며, 며칠전까지 호의호식하던 그의 아들 10명도 참형당하여 나무에 매달리게 된다.

 

반면 모르드개는 남의 나라에서 제2인자가 되어, 왕은 그를 높여 존대하고, 유다인들의 이익을 도모하여 민족의 영웅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에 유다인들을 대적하였던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수산성을 제외하고서라도 각도에서 유다인에게 죽은 이들이 7만5천명이 넘는다고 나와있다. 그들의 죽음은 이유가 있다. 하만에 속한 사람들중에 죄없는 사람도 죽지않았겠느냐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인간적인 눈으로 죄없어 보이는 것이지, 그들은 하나님을 멸시하고 그를 경배하는 백성들을 죽이려고 했다. 하나님께서는 에스더를 통해서 환난날에 부르짖는 당신의 백성들을 구원하신 것을 보여주셨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믿음으로 왕앞에 나아갔던 에스더. 일생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던 그 왕비가 자신의 부귀와 평안에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다. 아마도 에스더는 매일매일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다. 필요한 때에 적절히 쓰여질 수 있도록. 그것이 그녀의 마르지 않는 아름다움의 근원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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