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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담배 설자리 없다 ..초강력 금연법 발효

애연가들의 담배맛을 떨어뜨리는 초강력 금연법이 5월31일부로 시행됐다.

 

흡연자들은 새로운 법이 나올때마다 "금연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신에게는 담배연기보다 더욱 해로운 것 같다"고 쓴웃음을 삼키곤 했었다.

 

오늘부로 발효된 온타리오 금연법(Smoke Free ontario Act, SFOA)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법안이다.

 

그동안도 흡연자들의 설자리는 좁아져왔는데, 고도에 갇혀있던 그들에게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를 철거한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을 것 같다. 이번 법안의 골자는 "밀폐된 직장 및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여 간접흡연으로부터 직장인들과 대중을 보호하는"데 취지가 맞춰져있다.

 

흡연자들의 건강을 염려해서 금연을 강조하던 것에서 도를 넘어, "흡연자"들 때문에 "간접흡연자"들이 당하는 피해를 간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흡연을 하지않고도 같은 원인으로 큰 병에 걸린다면 그것처럼 억울할 수는 없을 것 같긴 하다.

 

공공장소로 분류되는 모든 곳, 호텔, 모텔, 식당, 술집, 카지노, 쇼핑몰, 회사, 소규모 가게등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예를 들면 "흡연객실"외의 호텔 손님은 자신의 방에서 흡연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흡연객실은 특별히 다른 곳과 차단된 곳에 만들어지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식당앞에 차려진 야외테이블에서도 파라솔이 있거나, 부분적인 지붕이 되어있는 곳에서는 흡연이 금지된다.

 

 

공공장소에서는 연기나는 담배에 빨간 줄이 그어져있는 그림과 "Smoking Free" 글자가 들어간 사인을 입구, 출구, 화장실등 곳곳에 붙여놓아야 한다. 그동안은 흡연실을 만들어 그안에만 허용하곤 했는데, 이유있는 몇군데를 제외하곤 "흡연실" 허용을 모두 금지한 것도 새로운 시도이다.

 

[흡연법에 관한 정부 사이트를 방문하면 한글로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http://www.mhp.gov.on.ca/english/health/smoke_free/legislation.asp

 

이 "금연법"은 영향력이 사회 전반적으로 미치지만, 다른 각도에서 한인사회에 또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민중 많은 수가 담배를 취급하는 "편의점"을 경영하고 있는데, "담배판매 규정"등이 엄청 까다로와졌고, 담배인구가 줄어서 수입에 지장이 있는등 갖가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도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다가 적발당할 경우, 경고를 당하고 그수가 늘어나면, 벌금형을 먹었지만, 새법 아래서는 1차 위반의 경우 최고 1만 달러에 처해질 수 있으며 수차례 위반하였을 때는 10만 달러까지도 물어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판매법을 위반하여 두번 이상 유죄판결을 받은 업주는 6개월에서 12개월까지 담배판매 금지를 당하게 된다.

 

어쨋든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가게가 속한 지역인 한인 실업인협회 지구협회 회원들을 위한 세미나가 어제(30일) 있었다. 정부의 바뀐 법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담배 관련 부서인 "Health Unit(보건소)"에서 3명의 직원이 나와서 프로젝트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소매업자에 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했는데, 카운터에 담배를 전시하면 안되고, 가게 밖에 어떤 담배홍보 사인을 부착할 수 없으며, 담배가격을 표시하는 숫자외에 담배이름을 써서 알릴 수 없는 것등 아주 세세한 것들이었다.

 

심지어는 담배의 진열장 뒤의 배경색도 흰색과 검은색만 인정한다는 것도 있었다. 파란색, 빨간색등은 특정담배를 연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담배손님중에서 25살 이하로 보이는 이들에게는 "신분증"을 꼭 확인해서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팔아야 한다. 19살이 되는 날부터 담배를 구입할 수 있다. 바쁜 가게에서 일일이 신분증제시를 요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직원이 실수해서 팔다가 걸리더라도 업주의 책임으로 돌아오니, 어떤 이들은 아예 직원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보건소에서는 때때로 "늙어보이는(?) 십대"를 고용하여 가게마다 순회하며 함정수사를 하고 있다. 우리 가게도 남편 말로는 (30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에게 담배를 팔았는데, 그 아이는 18살이었고, 벌금형을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처음 가게를 시작했을때 어려보이는 여자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그녀가 아주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뛰어나가더니 차에서 신분증을 가져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초등 5학년이 되는 아이가 있는 30살이 넘은 아줌마였다.

 

덧붙이자면 보건소 직원이 4명의 사진을 보여주며 짐작가능한 나이를 써내라고 하는 테스트를 했는데, 아줌마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나는 "24살"을 그밖의 사람들은 30살까지도 보았는데, 그녀가 18살이라는 것이었다. 사람얼굴에서 나이를 잡아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않음을 알게된다.

 

한 회원은 "정부의 정책은 담배인구를 줄여서, 결국에는 담배판매를 불법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자신은 벌써부터 담배재고를 줄여나가고 있다면서.

 

이런 사람도 있지만, 가게 매상중에서 담배의 비중이 큰 가게에서는 "비명"들이다. 정부의 시책에는 뭐라 할 수 없지만, 다른 물건도 덜 팔려 작은 편의점들이 기로에 섰다는 것이다.

 

우리집 애들은 "담배를 가게에서 파는 것을 당연히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특히 막내는 어려서 더욱 그런 경향이지만, "왜 그 나쁜 담배를 꼭 팔아야 하냐"고 나에게 질문하곤 한다. 담배의 해독을 학교에서도 부단히 가르치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럴때, 시장의 원리와 생활의 방편등 여러가지 궁색한 말로 변명하곤 하는데, 할수있다면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가게 하는 사람치고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하는 사람들은 없다. 우선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니까.

 

정부가 담배포장에 갖가지 흉악한 사진들을 집어넣어서 담배맛을 떨어뜨리는가 하면(사진 1 참조) 담배세를 올려서 사람들은 비싼세금을 내면서 담배를 피워야 하니, 허리띠를 졸라매게 했고,(1갑의 가격은 10달러선, 한국돈으로 8 - 9,000원?) 지금은 그런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사진1]현재 시판되고 있는 담배의 포장에는 이와같은 섬뜩한 사진과 경고문

구가 포함되어있다.

 

* 우리를 오염시키지 마세요(아이들 둘이 팔짱낀 사진)

* 아이들은 당신이 하는대로 따라합니다(임신부가 담배피우고 아이가 쳐다본다)

* 담배는 뇌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뇌에 핏줄이 터진 사진)

* 흡연은 구강질병을 유발합니다.(건강하지 못한 이가 온통 드러난 사진)

* 폐암을 유발합니다 (폐암걸린 사진) 

* 흡연은 당신을 무호흡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남자가 담배피는 장면)

 

이제 발효된 새법에서는 앞으로 2년후에 담배를 사람들 눈에서 싹 감춰야 한다. 지금처럼(사진 2참조) 계산대 뒤에 진열된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커튼을 치던지, 장을 만들어 짜든지, 안보이는 곳에 쌓아놓고 담배를 팔아야 한다. 2008년 5월 31일부터 시행된다. 사람들의 충동구매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 많은 종류의 담배를 간수할 장을 계산대 주위에 만드는 것은 당연히 업주의 책임으로 넘어오니, 벌써부터 그때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사진2] 현재의 일반적인 가게 계산대의 모습. 2008년이 되면 커텐을 쳐서

벽에 있는 담배들을 모두 가리든지 손님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기든지

해야한다.

 

담배를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계속 떳떳지 못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로 가게를 경영하는 한인들이 데모를 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1,500명 정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정부시책 때문에 등살이 터지는 건 소규모업자들뿐이라는 것이다.

 

담배값이 비싸니, 도둑놈들이 극성이고, 함정수사해서 걸려, 벌금을 물어야 하는등, 가족먹여살리기 힘든 이민자들의 고충을 정부가 너무도 몰라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은 확고한 것 같다. 흡연으로 인한 보건비가 매년 1.7 빌리온 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얼마나 큰 액수인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그 돈은 정부의 보건비용에서 지출된다. 돈뿐이 아니고 1년에 1만6천명이 흡연으로 인한 병으로 죽는다. 정부는 흡연인구를 강제적이라도 줄여서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이다.

 

가게를 경영하는 한인들은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돌려야 할 것 같다. "애고애고" 죽을 소리를 한다고 해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기사회생하기 위해서는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모두들 쉽게 내세우는 대안이, 다른 대체품목을 찾자는 것인데,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고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다. 각 가게들이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무장해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 요즘 가게경영에서 한발을 떼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담배인구가 줄어들면 군것질 인구가 늘어나지 않을까, 그런 식의 한가한 생각이다. 백해무익한 것을 붙잡고 늘어진다는 것이 우선 내 성질에 맞지않으니, 오히려 기쁜듯이 "강력금연법"을 찬성하게 되니, 나는 정말 나사빠진 가게아줌마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