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늦게 마신 커피 때문인지, "집" 때문인지 종잡을 수 없다.
자랑이 새어나갈까봐 내 손을 마음속으로 꼭꼭 붙들어매느라 고생했다. "새 집 자랑" 말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터지겠지 했는데, 잠 안오는 이밤에 이렇게 사고친다
주위에 크고 좋은 집에 살면서도 겸손한 이들이 많은 것이 나에겐 참 해독못할 의문이었다.
-집이 참 좋아요!!
-그래요?
그러곤 끝이다. 얼마나 좋은지, 뭐 그런것들을 일일이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참 겸손하다고 생각된다. 아니면, 더욱 좋은 집에 살기를 바래서, 만족하지 못한 것이어서 일까?
어쨋든 나는 자랑이 늘어질 것 같다.
이사가기 전까지는 좀 참자 했는데, 시간이 다가오고, 머리속이 온통 그 생각이니, 미주알고주알 쓰다가 할말이 없어져 버리기도 했다. 매일 생각하는 것을 빼놓고 쓰려니...
오늘 이사가기전 마지막으로 가서 집을 보고 왔다.
첫인상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여전히 무척 좋은 집이다.
아이들이 지적한다. 우리처럼 소규모로 버는 사람이 그렇게 큰 집을 샀다는 것은 좀 무리한 일 아니냐는 것. 내가 돈이 없고 절약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런 반응이 나왔다.
그리곤 저이들끼리 계속 말한다.
엄마가 질투가 많아서, 누구네처럼 그런 큰집을 갖고싶어서 그런 것 아니야?
사실,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데, 왜 사야했나?
뭐 이런 요지다.
나는 차를 몰다가 하마터면 길가에 차를 세울뻔했다.
-얘들아. 엄마를 그렇게 값싸게 취급하지 말아라. 내가 아무려면 누구네보다 큰집을 갖고 싶어서 그랬겠니? 이사할 집은 그렇게 크지도 않고, 엄마는 그집이 갖고있는 다른 여러가지 매력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집이 시장에 나오기 싶지 않거든.
그랬더니, 둘째가 엄마 농담이에요. 너무 감정상할 필요 없어요, 위로해준다.
이 집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아니고, "사업상의 이유"도 아니고, 오로지 엄마 때문에 구입하게 된 것이 맞긴 하다. 내가 장담하건대 다른 식구들이 나보다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흥!!
막내가 페이슬리 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3년후 쯤에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집 쇼핑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는데, 예전에 쓴 대로, 나는 한번 본 이 집하고 연애에 빠져서 결코 놓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계약이 성사되고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이 엄마를 이해해주고, 나의 결정에 찬성을 표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동의하기는 하나, 납득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중간에 한번의 고비가 있었다.
계약에 하자가 있어서 무산될뻔 하였다. 너무 복잡한 "땅 문제"여서 이곳에 일일이 기록하고 싶지 않다. 어쨋든 남편은 방방 뛰고, "계약 파기"를 불사할 듯이 씩씩대었다.
내 눈앞에서 집이 날라가는 것이 보인다.
정확한 확인을 위하여 그집으로 가기전, 하나님께 기도했다. 무릎꿇었다. 무슨 일인지, 주님이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문제가 잘 풀렸다. 오히려 그 일로 해서, 우리의 집값이 조금 떨어졌다. 그렇잖아도 돈 마련에 애를 쓰고 있었는데, 그런 일들이 그렇게 마무리되다니.
사람일이란 알 수 없는 일이어서 2주후에 열쇠를 받고, 또 그 며칠후에 이사를 해야 안심이 될 것 같다. 아직도 사실은 조심스럽다. 다운페이할 돈도 아슬아슬하게 가지고 있어서, 지출을 줄여야 그날에 별탈이 없이 맞출 수 있다.
가구는 중요한 것 몇개만 주문해놓았다. 가구 쇼핑도 즐거움중에 하나고, 짐싸는 일도 즐거움이다.
큰 체리나무에 분홍빛의 체리가 다닥다닥 매달려있다. 주인이, 아이들이 손 닿을데 있으니, 따먹기 좋을 것이라고 일러준다.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에게 덕담을 듣는다.
- 아 그래 가정집으로 이사가신다면서요?
- 언니가 전원주택을 샀대요.
- 그집요? 회장님 집 같은 것을 샀다는데요?
가게 이층의 살림집은 아마도 "가정집"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웃었다.
미국 동생이 표현한 전원주택은 또 감칠맛있게 들린다.
옆 마을의 한인이 표현한 것처럼 회장집은 아니지만, 정말 특이하게 설계된 아름다운 집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렇게 자랑을 해놓고 사진을 올리면 아마도 실망할 것 이다. 사진발이 안받는 "나"처럼 몇장을 찍어봤지만 그럴싸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실, 들쑥날쑥, 세모 네모진 요즘 잘생긴 집들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집을 지은 사람의 입김이 느껴지는, 살아있는 집이라고 해야 할까?
내 집에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물론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영적인 것 그 두가지 다를 말한다. 그전에 그저 별탈없이 잘 마무리 되어야 할텐데. 남편이 들으면 기우라고 해야할 그 일들이 아직도 내맘엔 있다.
2주간이여, 빨리 흘러가버려랏!
집에서 이 연못을 바라보면 멋집니다. 연못에서 매년 스케이팅 파티를 열었었다고, 주인이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노젓는 작은 배도 탈 정도로 상당한 크기입니다. 그 뒤에 소나무 숲까지 저희들의 집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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