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에 눈을 뜨면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 옛날 시골에서 듣던 "옹엑이" 소리. 잠도 자지 않고 밤새 울고있다 간간히 내게 들킨다.
"옹엑이"가 살고있는 호수에는 그밖에도 많은 가족들이 모여있을 터이다.
막내가 헤아려 "이름"을 하사한 개구리만도 17마리, 세 마리의 어른 손바닥만한 자라와 그의 어미나 아비쯤 되는 중간 크기의 거북이.(자라의 어버이는 거북인가??)
이층에서 바라본 호숫가..
그리고 그 깊이를 알수 없는 잔잔하고 맑은 호수에는 수도 셀수 없는 물벌레들과 작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호수가에는 갈대가 간간히 서있고, 잘 깍여진 잔디위로 뿌리뽑히기 일보직전의 엉겅퀴가 몇개씩 솟아있다.
호수 너머로는 넓게 병풍을 친듯이 둘러있는 것이 5-10 미터 너비쯤 되는 소나무숲이다.
숲의 정수리에는 풍력기(?)가 설치되어 있어 바람의 속력에 따라 바퀴를 굴리고 있다. 자세히 보면 검은 파이프가 그곳에서부터 연결돼 호수밑으로 들어간 것이 보이는데, 전문가에 따르면 풍력기에서 생산한 산소가 물속으로 들어가서 물을 맑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물밑에서 두개의 샘이 솟아흐른다는 말은 전주인에게 들었으니, 이 두가지가 물을 살아있게 하는 주요 요소인가 싶다.
그렇게 호수에 반해있다 보면 다른 것은 시시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 며칠간 앓아누워있는 동안에 달콤한 시간을 보낸 데가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때, 엄마가 밖으로 부르셨다. 이곳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호수가 보이는 뒤뜰쪽이 아니라, 나무가 우거진 집앞 잔디위였다. 큰 단풍나무 밑의 비스듬히 기운 곳에 폭신한 야외 자리를 깔아놓고 앉아계시는 엄마곁으로 휘청휘청 다가가 누우니, 그 달디단 바람이 이불처럼 불고있는 그곳은 정말 앓던 병도 모두 나을 것 처럼 달콤했다.
자 이제 선을 보입니다. (별볼일 없는데) "자랑"이 심했지요?? ㅎㅎ
시야를 가로막는다면서 "이 나무를 베어버리면 어떨까?"하면서 잘난체 했었는데, 큰 나무들이 있어서 더위에도 끄덕없고, 추위도 막아준다는 기본적인 자연공부를 엄마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새집에는 여러 그루의 단풍나무와 뽕나무, 그리고 소나무들이 있고, 집으로 들어오는 드라이브웨이에는 거목이 다된 단풍나무가 기립하여 손님들을 환영한다. 그들이 가을이면 쏟아낼 잎의 양이 대단한 것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되긴 한다.
엄마는 우리집에 오시자마자 호미를 들고 밖에서 일하셨는데, 이런 꽃들, 저런 꽃들을 내게 일일이 보여주신다.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모두 제 맵시를 뽐내고 있는데, 언제 안주인의 진정한 사랑을 받게 될지 모르겠다.
뒷마당쪽의 정원.
현관앞에 큰 우산처럼 늘어진 뽕나무에는 새가 집을 짓고 알을 부화하고 있다. 손이 닿는 곳, 아주 낮은 우산(?)속 그늘밑에. 그것도 매일 정원의 나무 꽃들을 손보러 다니시는 우리집의 정원사 "엄마"에게 발각되었다.
"새"집은 이것뿐 아니라 뒤뜰의 넓게 퍼졌으나 병든 것 같은 나무속에도 있고, 발견안 된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집에 깃들여 사는 가족들이 꽤나 많은 것 같다.
어느날 노르족족한 새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움직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 마침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줌마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이곳에서 얼쩡거리고 있습니까?"하면서 물어보는 것 같은. 나보다도 먼저 집짓고 살아온 새들에게 잘 지내보자고 말이라도 건네봐야 할 것 같다.
뽕나무에서 오디를 따는 아이의 손
아예 뽕나무속으로 들어가서 오디 따먹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
우리집에 놀러온 케네디언 기스들.. 오리과인데, 훨씬 목이 길고 크다.
빵도 주고 좋아했는데, 나중에 간뒤에 보니, 볼일들을 아주 걸하게
봐놓고 갔더이다.
소나무숲에 있는 풍력기
옛주인이 관리에 지쳤었는지, 몇년간 정원을 손보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큰언니가 한바탕 정원일을 해주고 돌아가고, 이번에는 엄마가 와계시는데, 꽃들이 다시 다듬어지고,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늙은 엄마의 손이 쉴새가 없다.
징검다리처럼 꽃들 사이에 박혀있는 돌가에 잔잔히 피어있는 앉은벵이 작은 꽃옆에서 마치 같은 자매처럼 그 비슷한 풀이 함께 자라 있었는데, 이도 정원사의 눈에 걸려들었다.
본꽃을 다 "잡아먹을" 그 유사풀을 일일이 솎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엄마와 앉아서 한참을 뽑아냈다. 등뼈가 결리고 일이 하기 싫은 내게는 그 잡풀이 전연 눈에 안띄는데, 엄마는 여전히 솎아내신다.
정자(가즈보)로 가는 길에는 엉겅퀴가 꽤 성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큰 풀이 되면 가시가 너무 세져서 아이들을 찌를 것이 분명하여 다른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그것부터 뽑기 시작했다.
꽃밭의 한편에는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하얀의자가 설치돼있어 아이들이 친구와 어울려 도란도란 얘기할 수 괜찮은 장소인데, 이곳도 너무 넝쿨들로 복잡해져 있는 것을 대강 치워놓으셨다.
이렇게 집밖에 하나하나들은 이곳에 원정온 토론토의 큰언니와 엄마의 손으로 다듬어져가고 있는 동안 나는 집안 정리를 했다.
지하실은 약간 습기가 찬다. 가습기를 틀어놓았는데, 예전 주인처럼 Fire Place(벽난로)의 개스장작을 켜놓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지하실의 한쪽은 "가족방"이다.
그래봐야 "아이들 노는 곳"이라야 말이 맞을 것같다. 텔레비전이 그곳에 있으니 어쩌다 시청하는 우리들은 그다지 자주 찾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그곳은 집안에 행사가 있을때 기분난 어른들이 술한잔 하는 곳으로 만들어진 곳이긴 하다. 음료수를 저장할 수 있는 작은 냉장고와 물컵을 씻을만한 작은 씽크, 그리고 유리잔을 진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져있다.
술꾼이 집에 없으니, 우리들은 쥬스와 차를 나누는 곳으로 용도변경을 해야 할듯한 듯하다... 이 방의 주요 장식품처럼 한쪽에는 나무로 책장과 책상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섬세함과 실용성이 일품인 것을 덧붙여야겠다.
가족방 옆으로 우리가 "공부방"으로 이름지은 공간이 있다. 현재 책상을 조립중이다. 꽤 넓은 공간인데, 아이들 책상과 컴퓨터 그리고 온갖 책들이 모인다.
인터넷 설치가 상당히 난감해져가고 있다. 너무 시골이란 말인지. 광케이블 부족으로 기약없이 기다리든지, 전화와 함께쓰는 인터넷을 사용하라는데, 이는 너무 느려서 쓸수 없는 그런 것이다. 위성을 알아보고는 있으나,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인터넷없는 나날을 보내는 나도 나지만, 아이들이 생존하고 있다는 게 놀랍게 느껴진다. 볼 것이 꽤 있는 새집이 아니었다면 아마 다시 재이사가자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아이들을 지하실로 몰아놓고.... 어른들은 일층을 선호하게 된다.
1층의 거실은 집앞뜰과 뒤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1층의 거실에 누우면 파란하늘과 풀들이 보이고, 지대가 조금 낮은 호수의 물도 보인다. 거실의 소파에서 낮잠을 잔 남편이 깬 후 "어렸을 적 대청마루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난 느낌"이라고 말해서 그말을 곱씹으니, 하늘이 드넓게 보여서 그런가 싶다.
1층 구조중에서 한곳 카페를 소개해야 한다. 이곳 사람들이 "Dining Room"이라 부르며 특별히 손님들이 오거나 하면 정식으로 저녁을 먹는 곳이다. 나와함께 가구쇼핑을 했던 언니의 주장이 강했는데, 우리는 그곳을 "cafe room(찻방)"으로 바꾸자고 생각했다.
마침 알맞은 테이블, 정교하게 다듬어진 둥근 원탁을 살수 있었다. 의자는 내가 반했는데, 기대만큼 반응이 좋진 않다.
어쨋든 이곳에 앉으면 밖의 풍경의 "골수"만을 볼수 있다. 생각과는 달리, 카페가 되기도 하고, 식당이 되기도 하고, 대기실이 되기도 하는등, 용도는 수없이 바뀌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층에서 소개할 곳은 "안방"이다.
이집에서 밖의 풍경을 빼고 내 마음을 가장 잡아끌었던 곳이 "안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방안의 전체적인 색감에 어울리는 소파 하나와 팔걸이 의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때만큼 고상하지 않다.
그곳은 미처 못다푼 여담을 마지막 털어내는 곳인 것처럼, 미니 응접실의 모양으로 되어있어, 편안한 몇마디를 더 나눌수 있게 되어있다. 딸과 엄마가, 딸과 아빠가, 혹 남편과 부인이,,,,
지금은 1층과 지하에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밀려난 벌건색 의자 2개가 올라와 있어서 아주 체면을 구기고 있는데, 전화받기에 편한 점은 있었다. 앞으로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곳이다.
그리고 안방의 벽지와 카펫의 모양이 그렇게 안온하고 편안할 수가 없다. 방앞으로는 현관 주위가 보이는 발코니가 있고, 방뒤쪽으로는 뒷마당과 호수가 보이는 발코니가 있다. 집짓는 사람이 얼마나 세심히 설계했는지, 안방 한곳에서만도 바깥의 발코니로 나가는 문이 세개나 있다.
그럴싸한 가구가 없었던 우리에게 전주인이 필요한 물건있으면 사라고 목록을 주었었는데, 그중에 우리맘에 가장 드는 것이 안방의 침대 세트이다. 고가구 스타일인데, 시중에서는 볼 수 없는, 대단히 잘생긴 가구인 것을 비전문가인 나도 알아챌만 한다.
옷장옆에는 따로 붙박이 화장대가 있는데, 화장품이라고는 로션 하나밖에는 없는 내게는 별로 필요하지가 않는 공간인데, 이곳을 내 작은 서재로 만들었다.
매일 아침 성경책 읽기를 이곳에서 하고, 오늘처럼 새벽에 깨어지는 날, 이렇게 끄적이는 곳으로 말이다.
모든 침실에서 발코니로 나갈 수 있게 구조가 되어있다. 그래서 외관이 마치 모텔이나, 여인숙처럼 보인다. 그래도, 자연과 함께 호흡하게 구조적으로 지어진 집인 것이 확실하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서민적인 집 가격에 비해 집이 갖고 있는 가치는 무한정하다고.
이런 "보석"같은 집이 "우리집"이 되다니...
주님! 이 소낙비같은 은혜에 주저앉지 않게 하시고, 푸릇푸릇해져서 주님의 사랑 더욱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집이 주님의 영광의 도구가 되도록 역사해주세요, 하고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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