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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몬트리얼 총격사건.. 17년전을 떠올리다

몬트리얼 대학 총격사건을 한 블로거의 뉴스를 통해 보았다.
캐나다 몬트리얼에 사는 블로거가 올린 글이었다.


13일 점심시간, 몬트리얼의 한 칼리지에 장총을 든 젊은이가 나타나 무차별 총격을 가해 여학생 1명이 죽고 19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기사였다.

 

이곳 신문을 들치니, 그 당시 현장이 실감나게 묘사되어있다.
경찰은 신속한 대응을 했고, 총맞은 아이들이 도망가면서 흘린 피가 기찻길처럼 길게 이어졌고, 상황이 끝난 다음까지 학교내의 한방에 갇혀 나오지 못했던 학생들 이야기.. 차갑고 표정없이 "저리 비켜" 소리를 하면서 방아쇠를 당겼다는 범인의 모습.

 

노란 담뇨를 덮은 범인의 시체아래 번진 피자국..

 

범인은 바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소식인데, 오늘 아침,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경찰손에 죽기전에 자살했다고 한다.

 

어쨋거나, 처음의 신문보도는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먼저 당도한 경찰이(특수임무 부대가 아니어도) 상황판단을 하고,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고 한다.

 

17년전의 한 사건 때문이었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학총격사건..

같은 몬트리얼에서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이 둘은 너무 모양이 비슷하다.

 

나는 그때 이민 1년차로 교민신문사에서 일할 때였다.

어느날 아침, 편집시간에 날라온 뉴스,,, 몬트리얼의 대학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났는데, 희생자는 모두 여학생이었다는 것이다.

 

남학생들에게는 모두 나가라고 하고, 나는 여성들을 증오한다는 말을 하면서 여학생들을 표적으로 조준사격을 가했던 것이다. 살상을 끝낸 그 범인은 자신의 머리에도 한방을 쏴, 자살로 마무리했다.

 

그가 남긴 자살노트를 통해 보면, 자신의 불행을 여성들에게 돌렸던 사나이였다. 사회가 여성들을 우대한다는 것이다.

 

확연하게 그의 범죄동기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아동학대를 받았던 성장환경등도 영향을 미쳤鳴?신문들은 보도했다.

 

그때 얼어붙는 것같은 충격을 받았다. 특별히 "골라서 죽인 그 잔혹함"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그의 분노가 나를 향한것과 다름없다는 것, 무서움이 번졌다. 그때는 아직 결혼전이었고, 나는 상당히 "성"에 대해 민감했다.

 

그건 여성들이 차별받는 사회라는 것을 바닥에 깔고, 세부적인 경험들을 내안에 쌓으면서 "남성증오"를 키우고 있었던 것도 같다. "증오"라고까지 말하고싶진 않지만, 무언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를 배상받으려 했다.

 

조금 더 옛날을 회고하자면, 여고를 졸업하고 남녀공학 淪隙?들어가니 모든 학교내 구조가 남성중심적이었다. 그 불평등앞에서 나의 왜소한 모습을 느끼기 시작했고, 직장에 들어가니, 피부적으로 와닿았다. 남자 상사(혹은 직원)의 "노예"가 된것같은 기분... 그리고 그러한 작은 일들.

 

그런데, 그 몬트리얼의 청년은 "여성주의자(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삶을 망쳤다"면서, 살인행각을 벌인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하면서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것이, 사람의 목숨을 담보했다는 것이 고개를 흔들게 했다. 차별받는 여성들을 위해 고안된 많은 법들이 이번엔 남성들을 불리하게 하는 것이었다는 말이 될수도 있다.

 

그 사건이후로 17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렇게 뾰족하지 않다.
더이상 그런 직장에 속해있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사람과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또한 성경적인 성의 구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내 변화의 한축을 이룬다.

 

나에게서 가장 가까운 남자, 나의 남편은 타고 이겨넘겨야할 어떤 대상이 아니라, 그에게 순종하고, 그를 돕는 배필이라는 것에 동의를 한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은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조화와 협력의 관계라는 걸 더 말해 무엇할까?

 

여성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를 여성문화라 하고, 그 반대를 남성문화라 부를때, 우리들은 그 두문화가 잘 어우러진 양성문화를 꿈꿔야 하지 않을까? 라는 주제의 글을 그 옛날 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13일 총격사건의 범인은 "나는 이 세상을 증오한다. 그리고 이세상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미워한다"는 노트를 남겼다고 한다.

 

심한 범죄에 부딪치면 인간세상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땅"에 대한 찬미를 하다가 물벼락을 맞는 것이다. 죄가 숨어있다가 도면에 드러난다. 그 죄앞에서 누군들 자유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