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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안전벨트와 초과탑승문제 도마에 오르다

영어로 된 한글이름이 섞인 사건기사를 읽는 일은 영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름에 걸린다. 그리고 그 이름이 잘못 기록되어 있기 십상이다.

 

운전자의 이름은 Mi Song 그렇게 적혀있었다.

 

흔한 자동차 사고였다. 안전벨트와 인원초과를 다뤘다.

그런데, 조금 내 기분이 깔끔하지 않았던 것은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탄 미니밴이라는 대목과, 인원을 초과해서 생긴 일이라는 뉘앙스를 주는 기사 때문이었다.

 

그 사건은 오늘 더욱 크게 불어나 있었다.

 

7명이 타야 하는 미니밴에 10명이 탔었고,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서 4명이 그 자리에서 죽고, 나머지 사람들도 크게 다쳤다는 이야기다. 정부 관계자들은 온타리오 교통법에 큰 헛점이 있다면서 새로 보완한다고 요란하다.

 

우선 7명이 탈 수 있고, 7개의 안전벨트가 부착된 자동차에는 7명만 탑승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5인승은 5명만...등등)

 

좀 우스워 보이는 이 법은 자동차에 인원이 초과해 탔을 경우 제재하는 법이 없다면서 교통법에 뚫린 헛점 때문에 교통사고를 심화시킨다는 제안자의 설명이다.

 

누군들 7개의 좌석의 차에 그 이상이 타도 된다고 생각할까마는 느슨해졌던 사람들의 경각심에 경종을 울려준 사건이긴 하다.

 

오늘 난 기사는 법안을 빠른시일내에 통과시키겠다는 교통부 장관의 말과, 위급상황때 출동하는 봉사자들의 활약, 그리고 운전자의 아들의 인터뷰가 실려있었다.

 

우선 운전자는 내 또래인 46살 여성 송미섭씨였다

그 차에는 한국에서 온 부모님, 그리고 여동생 둘, 남동생, 조카 4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님이 결혼 50주년을 맞이해서 딸, 아들과 몇명의 친척들과 함께 패케지 방문을 했다가 봉변을 당했단다.

 

운전자의 아들(21살, 유일하게 가족중 영어가 가능한자라고 신문에서 소개)은 엄마는 아직 누가 죽은 것을 모른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사고로 운전자의 어머니, 두 여동생, 그리고 한명의 조카가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심각한 상태라고 하니, 온 가족이 졸지에 큰 화를 당하게 된 것을 생각만 해도 오싹한 일이다.

 

안전벨트의 효용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통사고에서 당하는 사망, 부상자의 30%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서 일어난다.

 

가까웁게는 내게도 여러번의 경험이 있다.

 

우선 작년 겨울, 동생네 가족이 큰 충돌사고를 당했다. 그때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동생의 큰 아들과 동생이 크게 다쳤다. 동생이 안고있던 막내아들은 어미가 부여잡고 놓지 않았는지(어미벨트?) 작은 상처만을 입어서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된다. 제부와 할머니(늙으신 분이라 약간의 통증을 호소했지만), 그리고 딸은 스크레치 하나 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안전벨트의 효용성은 이처럼 대단하다.

 

그뿐인가?

6년전쯤 엄마도 큰 사고가 났었다. 동생이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서 벨트를 매지 않고 잠을 자다가 차밖으로 튕겨서 나간 것. 엄마는 회복이 불가능해보일 정도로 중상이셨다. 지금은 다 아물어서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며 이렇게 회상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우리 가족도 그런 일이 있었다. 8년전, 옅은 얼음낀 길에서 미끄러져 몇번 굴러서 길가에 거꾸로 처박혔다. 나는 차에 대롱대롱 매달려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이 뒤에서 엄마 괜찮아! 해서 모두 무사했다는 걸 알았는데, 그때 우리들은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굴러가는 차안에서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사고였다. 아이들이 매번 안전벨트를 잘했던 것은 아닌데, 그때에는 "누가누가 잘하나"라는 그래프를 부엌벽에 붙여놓고 잘하는 아이들에게 매일 별표를 주었었는데, 점수를 잘받으려고 떠나기 전에 모두 안전벨트를 맸다는 말을 아이들이 내게 전해주었다.

 

혹 안전벨트가 습성화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나의 안전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굴러서 다른 사람을 박고,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사고를 다뤘던 토론토 스타 인터넷판을 갔더니, 새 법제정에 여러 의견들이 올라와 있다.

 

고안된 좌석에 맞는 인원수가 차에 타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인데, 그 일을 정부에서 간섭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상식"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어떤 사람은 각자가 알아서 위험을 책임질 일을 정부가 법으로 정한다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꼬인 주장들도 있기도 했다.

 

신문보도를 중심으로 사건을 엮으면 다음과 같다.

 

2002년에 이민온 딸네 집 방문겸 두 노인의 50회 결혼기념일을 전후해서 친척들이 패키지 방문을 한다. 친인척 21명중 캘가리 뱅쿠버등을 돌고 몇명은 돌아간다. 부모님과 송미섭씨의 두 여동생, 그리고 남동생과 조카들이 남는다.

 

한국으로 돌아갈날을 하루 남겨놓고 가족이 모두 공원으로 바베큐를 갔는데, 그곳에서 단풍구경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송미섭씨는 본인이 잘가는 단풍이 유명한 공원으로 가족들을 데려갈 생각을 한다. 그러나 작은 아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시간맞춰 떠나야 해서, 큰 아들이 동생을 데리고 우선 공원을 떠난다. 남은 사람은 10명. 설왕설래가 오갔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그냥 밀어붙이자로 나왔겠지. 아마 우리 가족이라도 그랬을 지도 모른다. 그중 아이가 4명이니, 같이 타기로 했다. 가다가 사거리에서 달려오는 큰 트럭과 충돌한다.

 

정말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다. 우리들도 가족들이 모이면 하는 일. 같이 놀고, 또 기분나서 어딘가로 가고자 하고.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큰 사고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한국에서 생전 처음으로 친정오빠가 새언니와 함께 토론토 땅을 오늘 밟는다. 서산의 둘째언니와 형부는 몇번 다녀가셨지만 조카 결혼을 위해 또한 함께 온다. 가족을 맞을 일로 마음이 셀렌다.

 

갈곳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다. 그런데 안전위주다. 정말 희극이 비극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다. 나는 남편이 돌아오는 이번 일요일날, 아이들을 데리고 토론토에 갔다가 언니집에서 머물고 계실 네분을 모시고 우리집에 올까 계획했었다. 7인승에 9명을 태우면 두 자리가 부족하니, 트렁크에 미리, 루미를 위한 야외용 작은 의자를 배치할까 그렇게 구체적으로까지 생각했었다.

 

그래 아니다. 다른 수를 내야지. 송미섭씨의 큰 아들은 "엄마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몇명을 따로 공원에 남겨놓고 올수가 없었으니 말이다"고 했지만, 사고가 난 지금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인간이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가 날 수 있다. 그 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우리의 믿음의 분량대로 되는 일일게다. 그러나 그전에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걸 다시한번 깨닫는다.

 

사고난 미니밴.. 트럭운전사는 무사했다.

(사진은 토론토 스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