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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메디칼 캠프의 특별한 맛

여름방학이면 아이들을 겨냥한 각종 캠프가 열린다.

 

흔한 것은 각 지역사회에서 마련한 DAY CAMP로 아침에 갔다가 오후에 오는 일정으로 1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떤 커뮤니티는 등록은 1주일 단위로 받으면서 방학내내 상설해놓기도 한다.  스포츠, 만들기, 그리기 등이 단골메뉴로 학생들을 모집한다.

 

데이 캠프는 비용도 저렴하지만, 아이들을 일정 시간 붙잡아놓는 경향도 없지 않다.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때 한해 다녀보더니 더이상 가기를 거부했다. 오히려 집에 있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또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이들을 싼값에 어딘가로 보내놓으려던 나의 의도가 있어서 그 뒤로 더 권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개중에는 적은 비용으로도 알찬 운영을 하는 캠프도 많다. 어느 단체에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지 잘 알아봐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조금 특성화된 캠프를 가게 되는데, 그 예로 들수 있는 것이 교회의 교단에서 설립한 캠프장에서의 야영생활등이다. 둘째 루미가 몇년째 이런 캠프를 가고 있는데, 이것은 1주일간 자고 캠프장에서 주는 음식을 먹으며 지낸다. 동고동락하니 캠퍼들간의 우정이 더욱 끈끈해지는 것은 당연.  캠퍼들을 돌보는 카운슬러(Counsellor, 지도교사, 주로 대학생들이 맡아한다)들의 자질이 뛰어나 아이들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든다.

 

루미가 간 곳은 Silver Lake Camp의 중급반(1993년생-1995년생 사이)으로 이 캠프는 캐나다 연합교단 소속이다. 실버 호숫가에 캐빈이 지어져있어, 캠퍼들은 카운슬러의 보호아래 이곳에서 숙식한다. 큰 식당, 운동장등의 시설물이 있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호수에서 수영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춥지도 않은지..) 캠프 기간중 하루는 야영도 하고  연극발표회, 음식만들기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교단 소속이니 캠프에 갔다온 후에는 복음송을 흥얼거리더라.

 

이런 캠프는 적어도 몇달전에는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아는 사람에게 비용 이야기를 했더니, 1주일간 밥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려주는데 그정도는 지불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혹 궁금한 이를 위해서 말한다면 7박8일간에 347달러가 들어간다. 루미 같은 경우에는 매년 가므로 친구들을 사귀고 서로 연락하여 같은 캠프에서 또 만난다. 그러니 전에도 내가 투덜댔지만 루미의 친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ㅠㅠ

 

캠프이야기의 본론은 지금부터이다.

 

데이 캠프는 주로 초등 저학년(부모와 떨어져 자는 것이 어려운)들이 간다면 슬립오버 캠프는 초등 고학년, 중등학교 아이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 일단 그런 캠프도 좀 싱겁게 생각된다.

 

몇년간 캠프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나래(현재 고등2년)가 메드 퀘스트(Med Quest Camp)를 참가하겠다고 했다. 메드 퀘스트는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Universirty of Western ontario)의 쉬리히 의과대학(Schulich Medicine & Dentistry)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지역 병원, 학교등과 연계하여 고등학생들에게 의료환경에 대한 견문을 넓히도록 고안된 것이다.

 

부루스- 그레이 지역의 고등학생중에 관심있는 이들이 신청을 하여 지난주 워커톤 고등학교에서 1주일간 캠프가 열렸다. 신청서에 교사의 추천서와 예방접종기록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참가비는 200 달러였다. 올해 인원은 29명이었다.

 

말하자면 의료계 전체가 연합하여 이 캠프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들은 세명의 카운슬러들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일주일간 캠퍼들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대 2년차 2명, 3년차 1명인 그들을 학부모 설명회에서 볼 수 있었다. 그중 한명은 중국계 남학생이어서 같은 아시안이라는 안도감이 슬며시 스며들었다. 뭔 관계가 있다고. 

 

나래에 따르면 닭살을 자르고 실로 꼬매는 실습도 했고, 기부스 하는 방법, 사람모형의 마네킹을 놓고 분만을 돕는 것을 했단다. 또한 의사들이 강사로 나온 세미나에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건강에 관한 많은 것을 배웠단다.

 

캠프 기간중 이틀은 캠퍼 한명당 의사나 약사, 혹은 간호사가 일하는 현장으로 파송하여 실제 의료현장을 체험하게 했다. 의사가 캠퍼들에게 설명도 하고, 캠퍼들이 의사의 요구대로 돕기도 하면서 말이다. 둘째날, 모두에게 나눠준 병원복을 입고 병원으로 직접 출근하는 나래를 바래다주고 오는 내 마음에 "의사 자녀를 키워 으쓱댄다는 부모"들이 떠올랐다. 의대생도 아닌데, 무언가 내 마음에도 기대가 솟구쳐 올라오는 것이 못말린다 싶었다는 말이다.

 

 

병원으로 출근(?)하는 나래.

 

그건 그렇고 병원 실습보다 더 흥미로왔던 것은 "가상 재해 현장 실습"이었다. 경찰, 구조대, 병원과 연계해서 모의 재해를 꾸몄는데 나래는 "희생자"가 됐다. 그 전날 찢어버려도 좋을 옷을 입고 가야 한다고 해서, 찾아입혀 주었다.

 

틴에이저들이 운전을 하고 가다가 차사고가 난 상황이었다. 운전석에 업어진 아이, 튕겨져나가 쓰러진 아이, 불길에서 살려달라 외치는 아이 등과 의료원을 돕는 학생들로 배역이 정해져 분장을 했으니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보면서 흥미로왔을지 짐작이 간다.

 

이날 모의 재해현장은 지역 텔레비전에 방영되었고, 희생자 나래도 인터뷰를 했다는데 나는 그를 시청하지 못했다. 우리집 위성에선 나오지 않아서 말이다.

 

 

그럴싸한 분장. 이것이 사실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

 

 

쓰러진 나래. 응급팀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은 "생명위험" 사고자가 아니어서 나중에 구조되었다고.

오랜 시간 바닥에 누워있었다나... 차 밑에 흐르는 개스. 이것은 물이었단다. ㅎ

 

 

카운슬러들이 학생들이 배우로서 손색없었다고 칭찬하던데..

 

마지막 날 오후에는 가족과 캠퍼들을 위한 "기념식"이 있었다.

 

캠프의 취지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카운슬러들의 보고가 있었고 잘한 학생에 대한 시상도 있었다. 카운슬러중 한명은 의대 1년차에서 처음 배우는 것들을 지난 1주일간 캠퍼들이 경험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순서의 마지막에는 그동안 즐거웠던 순간들을 영상에 담아 슬라이드 쇼로 보여주기도 했다.

 

 

자 상황 종료!! 캠퍼들과 함께.

나래 옆 오른쪽에 있는 루크와 나래 그리고 또한명의 여학생이 같은 마을에 살아서 차를 나눠 타고 캠프에 참가했다. 루크는 성격 좋아보이더니 마지막 날 친구들이 주는 인기상을 수상했다. 재해 사진 모두 루크의 사진기에 있던 것, 허락을 받고 올린다.

 

캐나다는 국민 모두에게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병원비가 안드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지만, 나름대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시골로 의사들이 오지 않으니,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의사 모셔오기 전쟁을 치르곤 한다. 이런 캠프도 젊은이들에게 의료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 의과생을 많이 만들고, 또 그들을 지역으로 불러오자는 의도가 들어있다.

 

이 캠프의 준비위원장(Chair, Grey-Bruce MedQuest)을 맡았던 잉글리스씨(Myrna Inglis)는 의료계의 네트 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본인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고향에 돌아와 건강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것의 보람을 역설했다.

 

이처럼 특화된 캠프는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이다. 알기론 대학에서 주관하는 과학캠프, 음악캠프등인데 방학을 유용하게 보내는 한가지 방편이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