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아이들의 대학입시원서 마감이 지난 14일이었다. 입학이 올해 9월임을 고려한다면 꽤나 서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입시생을 둔 학부모인 나도 사실상, 아직도 한참이나 시간이 남아있는줄 알았다. 최종학년 6과목 내신성적을 보는 입학전형에서 우선 12학년 1학기도 마치지 않았으니, 어떤 "점수"를 갖고 대학진학을 고려할수 있겠나 하는 상식 때문이었다.
캐나다 고등학교는 학점제로 운영되며, 대학진학자들을 위한 과목 - 아카데믹 코스(academic courses)- 과 취업준비자들을 위한 과목-어플라이 코스(applied courses)-로 나뉘어서 교과과정이 진행된다.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아카데믹 코스를 듣고 최종학년인 12학년(12U, university preparation나 12M, college preparation courses) 과목을 최소한 6개 이수해야 한다. 이 점수가 대학입학 전형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9학년 10학년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과 소망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게 되며, 11학년부터는 대학준비자들에게는 학점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중요한 시간들이 된다.
12학년 이수과목중 가고자 하는 학과에 따라 선택과목들이 결정되며, 이과쪽의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학, 생물, 수학등이며 문과계열은 학과별로 요구하는 과목이 있기도 하지만, 그다지 까다로운 것 같지는 않다. 이과, 문과 모두 12학년 영어는 필수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에게는 따로 토플 점수를 요구하는 대학들도 있다. 대학에서는 영어를 잘한다는 전제 아래 수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래 원서를 접수하면서 보니, 12학년 과목이라고 해서 12학년에 와서 들으면 원서접수할 때는 단 한과목도 점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하게 된다. 확정된 "점수" 없이 학교를 골라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너무 이해되지 않았었다. 나래 원서 접수하면서 알게 된 사항들을 적고자 한다.
*11학년 성적도 중요하다
온타리오 대학전형 센터(Ontario University' Application Centre,OUAC)가 모든 원서를 총괄적으로 관리한다. 원서접수는 센터에서 나눠준 학생번호와 암호를 이용하여 학생 개개인이 온라인을 이용해 접수한다. 센터에서는 학교에서 보내준 학생들의 성적표를 갖고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학과의 성적란은 점수가 올라오는 대로 채워지게 된다. 12학년 6개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11학년 성적표도 올라가며, 이 성적도 대학입시에 고려되기도 한다. 학교별로 학생활동상황을 담은 SPF(Student Profile Form)를 선택사항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11학년때에 12학년 코스를 들을 수도 있다.
이제서 알게 된 것이지만, 11학년때 이미 12학년 필수과목들을 이수해놓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12학년 과목중 필수과목 빼고는 그중 좋은 성적을 취한다고 하니, 만약을 대비해서 12학년 코스를 많이 들어놓으면 조금 더 안심할 수 있다. 12학년 코스를 듣기 위해서 선발과목들을 우선 이수해야 하니, 수업 선택할때 꽤 신중했어야 함을 느낀다. 나래는 11학년때 12학년 과목을 2개 들었는데, 그중 한개는 점수가 형편없어서, 내심 통증을 앓고 있다. 이번 학기에 3과목을 듣고 2학기때 2과목을 들으니, 아직도 갈길이 멀다. 나머지 과목을 잘해서 11학년때의 나빴던 점수를 떨어뜨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어쨋든 대학진학을 고려하고 있다면, 마땅히 들어야 할 과목을 우선순위로 해서 많이 들어놓으면 대학전형시 훨씬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원서 접수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1차 원서접수가 1월14일이라고 말했지만, 2차는 전반적으로 3월초에 그리고 늦게는 5월말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대학에서는 원서가 들어오는 대로 판단해서 학생들에게 합격증을 교부하는데, 최소 3군데를 지원하므로 학생들은 합격오퍼를 받은 곳중에서 자신이 최종 결정해서 통보하면 대학입학이 확정된다. 이런 학생이라면 우리 대학에 빨리 모셔와야 겠다는 학생들에겐 빠르면 2월부터 합격여부가 오는 것 같다. 이것도 추측에 가깝지만, 이미 12학년 1학기 성적만으로도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다든지 하면 그럴 것 같은데, 확실한 건 모르겠다. 어쨋든 순차적으로 합격증을 발부하여 5월말까지는 모든 학생들이 합격 불합격 여부를 알수 있게 된다.
평균 3군데 정도에 원서를 넣고, 그중 한 대학에 가게 되니, 그 숫자상의 덧셈과 뺄셈 사이에서 전형센터가 어떤 역할을 교묘히 해낼지 궁금하다. 1학년을 끝내고 학교를 도중하차하는 학생들이 많다하니, 첫해 입학정원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는데, 학교시설물과 기숙사등을 생각하면 그리 만만한 숫자싸움이 아닐 것이다. 어쨋든 복잡한 것은 대학과 센터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므로, 나는 딸아이의 기말고사와 2학기 과정에서 처지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일단 합격통지를 받은 학생도 마지막 성적표가 일정수준이 되어야 하며, 고등학교졸업 자격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는 조건부 합격인 셈이다.
나래는 집에서 가까운 곳의 세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아직 성적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애가 무사히 대학관문을 통과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학교나 본인은 자신이 가고싶은 대학에 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 같다. 학교 상담선생이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니 말이다. 6과목의 평균이 80%에서 조금 넘는다면, 대학진학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성적이 나온 다음의 일인데, 무엇을 믿고 그리 확신하는지 궁금하다.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대학순위를 매년 평가하는 맥클레인 잡지에 어떤 명분으로든- 학생수와 교수의 상관관계, 도서관의 질, 졸업생들의 학창시절 선호도, 쾌적한 환경, 코업(학교다니면서 직장생활도 하는) 프로그램등- 1위를 차지했다는 학교들의 자화자찬을 듣게 되니, 본인이 가고싶어하는 곳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축하는 대학입학보다 졸업에 있다
한인비지니스 단체인 실업인협회에서는 매년 회원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는데, 최근에 그 방침을 바꿔 3학년 진입하는 학생들에게 주기로 한것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대학입학시 주었던 것을 그렇게 전환한 것은 2학년까지 마치고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긴 했으되, 학과를 따라가지 못해서 중도하차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선 들어가기만 해도 고마울 것 같은데, 벌써 이런 걱정을 해야 하다니,,, 아마도 얼마후면 나도 피부로 느끼게 될일이다.
*기타
평균 점수가 85% 이상이면 일단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스칼라쉽(장학금)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신청하지 않아도 주는 장학금도 있지만, 신청해야만 고려되는 것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 학비를 충당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은 고로, 정부와 학교에서는 많은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성적이 안된다면 정부에서 제공하는 학자금융자를 신청할 수 있다. 나래가 가고자 하는 University of Guelph(구엘프 대)에서 산정한 학자금과 기타 비용을 보니, 문과계열은 4개월(1학기분)분이 8,600여달러가 든다. 학자금, 책값, 용돈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 금액이다. 긴 여름방학(4개월)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코업 프로그램을 통해 4개월 공부하고, 4개월 일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다니든지 여러 방법들이 있다. 그러나 코업도 만만치가 않아서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직장이 잡힐지 그런 것들은 나중에 문제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일단 첫 학년은 부모가 지원해주고, 우리(남편과 나)도 좀 생각을 모아서 2학년부터는 일정부분만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걱정없이 도와줄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온타리오에는 OAC라하여 12학년을 마치고 대학준비 1년 과정이 있었다. 아직도 좋은 대학에 원하는 성적으로 가고싶은 아이들은 1년 동안 학교에 남아서 성적관리를 하기도 한다. 손에 쥔 "성적표"가 없이 "잘하겠다는 약속"으로 대학을 소신지원하는 게 "모" 아니면 "도"로 굳어진 내 머리로는 영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입시마감일도 그렇고, 합격발표 여부도 그렇고 맺고 끝는 게 없이 지리하게 펼쳐진 캐나다 교육정책을 완전 이해하려면, 내가 산만큼 이나라에서 더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나래에게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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