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달란트 비유가 나온다.
주인이 외국에 출타하면서, 종들에게 돈(금)을 맡겨놓는다.
세명의 종들에게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와 한 달란트를 주고 몇년후 다시 돌아온다.
그동안 다섯 달란트 받은 자는 열심히 장사하여 다섯 달란트를 더 남기고,
두 달란트 받은 자도 두 달란트를 남겼지만,
한 달란트 받은 종은 두려워하여 그 돈을 땅에 파묻어놓고,
다시 그것을 갖다 주인에게 돌려준다.
"주여, 당신은 굳은 사람이라 심지않은 데서 거두고, 씨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을 내가 알았으므로 두려워하여 나가서 당신의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 두었었나이다. 보소서 당신의 것을 받으셨나이다"했다.
주인은 대노하여 그렇다면 그 돈을 취리하는 자에게 주어 변리라도 받게 해야 하지 않았으냐고 혼내고 한 달란트를 빼앗아 열 달란트 있는 사람에게 주고, "이 무익한 종을 내어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고 말한다.
참,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이야기다.
한 달란트를 받은 그 종을 살펴보면, 그는 주인이 돈을 그냥 벌어들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주인은 대단한 사람이라 심지않아도 거두고 씨뿌리지 않아도 모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니, 그때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인생을 보는 시각이 올바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책에만 마음이 쓰이고, 스스로 가진 것을 이용하질 못했다.
그 달란트가 탤런트(talent)와 같이 쓰인다. 영어 성경에는 탤런트로 나온다. 예수님 당시의 화폐단위였는데, 그 비유가 널리 퍼져 재능이라는 새로운 뜻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혜자씨.
한국의 대표적인 탤런트인 그가 그가 가진 재능을 만천하에 열어보이고 있다.
내가 한국에 갔을때, 그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그 당시 막 나온 신간서적이었고, 유명했기에 한권 샀다. 그런데 딱히 읽고 싶었던 건 아니다. 책 고를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저 손에 집히기에, 영 심심할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 그랬던 것처럼, 한국서 가져온 20여권이 넘는 책들을 다 읽을때까지 김혜자씨 것을 읽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유명인에 대한 자연스런 반감에다가, 그가 하는 일들이 연기적인, 쇼맨쉽일 거라고 지레 짐작했나? 아니면, 세상의 헐벗고 굶주린 이들의 참상을 모른척하고 살기를 원했나?
어쨋거나 나는 이 글을 읽고, 읽으면서도, 그래 그랬구나,,, 그렇게 많구나,,, 정말 눈뜨고 못볼 참상이로군,,,, 너무했어 정말,,,,
이렇게 머리속에서 굴리면서 읽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놓고, 김혜자씨의 소리가 망치로 두드리듯 들어왔다. 이건 연기가 아니야, 아이들이 죽고있어, 형언할 수 없는 참상이 전쟁과 기아속에서 벌어지고 있단 말이야, 하는 절규가 들린다.
나도 마지막에서야 눈물을 흘렸다.
나는 김혜자씨를 그저 모두가 칭송하는 그런 연예인으로 보았지, 그를 한사람의 인간으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나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지도 않다. 가끔 텔레비전 광고에서 보이는 화장 뽀얗게 한 이쁜 연예인이, 배가 올챙이처럼 나온, 지저분하고 때낀 아이들과 포즈를 취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그런 이미지에 식상해서, 그렇게 취급하지 않았나 싶다.
안온한 일상에 부끄러움이 담긴다. 이 안온함에도 만족하지 못해서 더욱 멋지고 세련되고 화려함을 꿈꾸었던 내 내면에서 기가찬 탄식도 나온다.
김혜자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나는 형편없는 드라마를 보면서는 잘도 비판을 해댔다.
같잖은 드라마를 찍으면서 연기인들이 수치감에 치를 떤다는 사실을 그를 통해 알게 됐다.
혼신을 다하던 전원일기가 작가가 바뀌면서, 형편없는 드라마로 전락하면서도 12년이나 굴러갔던 그 매카니즘에 얼마나 진저리를 쳤는지, 드라마밖에서의 김혜자씨가 말한다.
그에게도 인생을 끝내고 싶은 허무감도 있었고, 그래서 인도여행을 떠났었다는 것을 또 알게됐다. 그가 같이 떠났던 시인이 책에선 실명을 거론안했지만 류시화 시인일 거라고 추측하게 되기도 했다.(책 말미에 덧붙임 인사글에서 추론하건데..)
어쨋든 열정을 불사르며 연기에 몰두하기도 했고, 쓸데없이 형편없는 드라마에 출연해서 진을 빼기도 해야 했으며, 지금은 가장 절박한 일에 온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죽을때까지 굶는 아이들과 여성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면서 사는 것을 실천한 사람, 그래서 만인에게 나팔을 불고 있는 사람, 그는 그가 가진 달란트를 최고로 사용하고 있는 이다.
나는 어떤 달란트가 있을까? 평범과 안일로 완전무장한 나를 보니 한심하다.
책읽기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세계에는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밥을 굶고있고, 교육을 받고있지 못하다고.
우리가 어떻게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인지 생각해봐야 겠다.
그가 피토하며 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생각은 약과일 것이지만.
'영화와 책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가 주는 것 (0) | 2005.07.24 |
---|---|
다빈치 코드 그리고 장미의 이름 (0) | 2005.03.12 |
다시 시작한 사랑이야기 (0) | 2004.05.26 |
Where is Spirit Lives? (0) | 2004.02.22 |
희망의 이유 (0) | 2004.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