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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멜로디

가을 정원

 

 

 

 

 

 

 

 

 

 

 

 

 

 

 

나,

너희들

흩어져 구르는 이파리들을 보면

생각나는 시인이 있다.

 

그는 바람부는날

몸을 곧추세우고 떼지어 몰려다니는 너희들을 보면서

"데모"한다고 표현했다.

 

침착한 조명으로 물드는 초저녁,

나는 그 시인의

늙음을 생각한다.

그의 파릇파릇했던 지성은

이제 물이 들어 갈색에 다다르고 있지 않을까.

 

늙는 것이 어디 그 시인뿐이랴.

 

봄에 피어 가을에 벗어던지는

너의 "온몸데모"를 누군들 외면할 수 있을까.

우리네 인생의 사이클을 매년 증거하고 있지 않느냐.

 

그렇게 늙어

붉고 단단한 열매 하나 맺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늙는 것이 그리 서럽진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