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왔던 잠이 불면을 친구로 하는 어떤 사람에게 놀러간 것인지, 한밤에 깨어 뒤치락 거린다.
깜깜한 오밤중이어야 마땅할 시간인데, 밖이 환하다.
참으로 이상하구만. 눈은 조금씩 흩뿌리고 있지만, 그 눈 때문만은 아니다. 천지가 분간이 되니, 밤손님이 오늘 출장준비를 했었다면 큰 낭패를 당했겠다.
졸린 눈을 비비고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2시35분이다. 아마도 보름인가 보다. 자칭 "(블로그) 기자"니, 캐나다에 상륙한 "백야"에 대해서 취재를 해야 될지도 모른다.
마침 눈앞에 사진기가 있어 부엌문만 열고 한장을 눌러본다. 사진에는 아무 형체도 잡히지 않는다. 빛이 없는 고요한 밤이 틀림없다. 그러니, "증명"되지 못할 사진을 찍자고 밖으로 신을 신고 나갈 수는 없다.
달력을 확인하니 23일이 보름이다.(지금은 24일 새벽) 보름달이 그 빛으로 나를 불렀는데, 나는 춥고 을씨년스러워 밖에 나가지 못한다. 오호 애재라.
밖으로 나가는 대신, 내 안으로 들어가 보자.
겉잡을 수 없이 쏟아지던 그 졸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어느날, 모두 나간후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아침 성경읽기를 비몽사몽중에 마쳤다. 그리고 거실에 작은 모포만 두르고 누웠다. 뻐꾸기 시계가 울릴때마다 의식이 돌아오곤 했다. 그날 4시간을 잤다. 그리고 그날밤, 다시 잠을 잤던가, 아니면 그 다음날 다시 초저녁부터 꾸벅꾸벅 졸었던가?
그전에도 차를 타면 졸음이 오곤 했다. 그런데 문제의 그 나날들은 더 심각했다. 교회가는 날, 나의 유일한 잠치료제인 커피를 두어잔을 마셨고, 또 한잔을 타서 차를 탔다. 그런데 정말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졸음이 몰려왔다. 1시간이면 되는 운전길에 2번을 세우고 작은 취침을 해야했다. 마침 조금 일찍 집을 나선것이 다행이었다. (이날 마신 커피는 "맥심봉지커피"였는데, 졸음예방에 철저히 무력해서 그날 이후로 끊어버렸다.)
그리고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데, 다시 침을 흘리는 수준으로 졸음이 몰려온다. 졸면서 "왜 맨날 똑같은 말씀을 하시나..." 이렇게 비판하면서 듣는다. 제대로 듣지도 못하면서, 꼭 그렇게 단정이 되곤 한다.
졸음뿐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도 바닥을 쳤다. 웃을 수도 없고, 울수도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날들을 견뎌낸 것은 평소에 말없는 편이니, 그걸 십분 활용했다.
졸음병과 비슷한 시기에 몸의 병이 왔다. 여자들이 걸릴 수 있는 그렇고 그런병.(이럴때 알려고 하지 마라, 다친다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이것으로 또 몇주간 고생했다. 제대로된 몸의 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굳이 왜그랬을까 하며 이유를 찾아본다면, 인간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고 답하리라. 신뢰가 부서진 성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는 이들...이 곁에 있었고, 어쩌면 나의 "성"도 "유리성"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가끔씩 들곤 했다. (한숨 한번 쉬고, 이 정도로 넘어가는 나를 이해해주길)
자자, 이왕 새벽에 일어난 것 그래도 한가지는 해야하지 않겠는가?
연말과 연시를 맞이해서 반성과 각오를 해보는 거야.
구태의연하지만, 가볍게 정리하는 셈치고.
** 나에 대해서
올 한해 한것이 없는데, 다음으로부터 "우수 블로거" 표딱지를 받았다. (바로 메뉴 왼쪽 VIP란 월계관이 그걸 말한다) 아, 그리고 명함도 받았다. 매년 뽑는데, 내년에 다시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올해 자랑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뭔가 하고 싶은 욕구가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요란떨지말고 지금처럼 입벌리고 홍시떨어지기를 기다려! 하면서 썰물처럼 밀려난다.
요즘은 저작권의 시대다. 그렇지않아도 간이 콩만한 나는 낯선 사람들 사진 하나 찍으려해도 손이 떨린다. 그러니, 타인을 훔쳐보면서 글을 쓸 수는 없다. 하자면 인터뷰를 해야 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내 블로그에 올리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렇게 말이다. "다음"의 인정에 그정도는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럴때 "다음 명함"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그리고는 그전에 하던 것을 꾸준히 하기로 한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은 "내 자신의 목소리"가 참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 책에, 행사에, 사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능력이 안되는데, 머리속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려고 하는 것도 고역이다. 그러니 이런 식의 의존적인 글쓰기가 계속될 것이다.
** 아이들
아이들은 오늘은 말랑말랑하다. 왜냐하면 꿈꾸던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뽀뽀에 인색한 큰애도 몇번씩 "진심으로" 입을 맞춰준다. 그동안 애써 작업한 모든 화일을 아빠가 지웠다고 아침에는 울퉁불퉁하더니, 그것도 다 용서하기로 한듯싶다. 내가 "돈은 내가 쓰지만, 벌기는 아빠가 번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원했던 고가의 물건인데, 부모가 반, 저희가 반 부담해서 샀다. 막내는 있는대로 제돈을 다 긁어서 내게 가져왔고, 큰애는 이제 곧 줄 것이고, 둘째는 가장 싼것을 샀는데, 그건 제 수중에 돈이 많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어쨋든 이 분위기로, 내년부터 해야할 일과, 피해야할 일을 주입시켜봐야겠다.
세 아이 2007년 점수 평균은 69점쯤 줄 수 있을 것같다. 내년엔 한 75점으로 올리도록 도와주자. 짓궂은 독자는 "민디"의 점수에 대해서도 알고싶을 것 같다. 나~는 55점이다. 내년에 애들과 동점은 되얄텐데...
** 남편
그를 도와야지. 그는 큰배를 탔다. 좀 많이 출렁인다. 작년에 한의학 박사학위를 시작했다. 나는 처음엔 말렸지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니, 뭔가를 해야하나보다. 그것이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라도 말이다. 어쨋든 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논문쓰는 단계에 돌입했다.
좀 덜 부려먹어야 할텐데, 그게 잘 안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쁜 마음으로 하자. 그리고 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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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우는 차가 아침길을 긁는 소리가 들린다. 밖으로 나가니, 눈발이 세다. 하늘은 흐릿하고, 달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달빛 때문에 밝은 것이 아니었나, 캐나다살이 처음 하는 사람처럼 오늘 새벽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그믐날 새벽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그때도 밝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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