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왼손으로 치는구나. 운동할땐 왼손을 주로 쓰네. 똑딱볼 말고 공이 옆구리에서 시작해 이마로 올라가는 식으로 쳐야 실력이 느는데. 한번 오른손으로 쳐봐.
* 그런가? 이렇게? 잘 안되네.
- 그렇게 자꾸 연습하면 돼.
(똑.. 딱..)
* 미술선생님이 학기말 마지막 프로젝트 때 대형 작품을 만들어보라구 하네. (탁구를 멈추고... 탁구대에 사각형을 그리면서) 기본적으로 이만한 작품을 하는 건데, 그 2배 되는 작품을 만들라는 거야. 그런데, 자신이 없어.
- 엄마는 그림 그리는 사람들 보면, 너무 신기해. 난 할수 없거든.
* 연습하면 돼.
- 아니, 안돼. 할수 없어. 그건 타고나야 하는 걸꺼야.
* 예술성은 타고 나야 하지만, 그림그리는 것은 연습하면 누구나 돼.
- 그래? 음악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습하니 조금 되는 것 같긴 하더라. 어쨋든 그림은 하고싶은 생각이 없는 게 문제지.
* 처음에는 만화 등장인물들을 좋아해서 시작한 거였어.
- 그러고보니, 엄마도 어렸을때 만화방에서 살긴 했었다.
* 그래, 어린아이들에게 그림이 있는 글은 읽기에 수월하지. 한국은 지금도 만화가 성행하나?
- 아마도 그럴걸? 잘 모르겠네..
* 미술선생님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 12학년 미술을 하는 애는 나 혼자거든.
- 그렇구나. 미술선생님은 어느 학교 나왔니?
* 글쎄. 워터루 대학인가? 아, 미술선생님 전공은 영어야. 아마도 부전공이 미술이었는지. 지금도 영어수업 할수 있어.
- 미술전공이 아니라구? 그거 괜찮네. 너도 한번 미술선생님처럼 되보는 건 어떨까? 기회가 많잖아.
* 나는 미술선생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아. 별로 교사로서 행복해 보이지 않거든.
- 그래? 보이는 것은 그렇지만, 사실은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좋은지, 그들도 알거야. "교사생활이 좋다" 하는 선생은 몇 없겠지만서도. 일이란 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냐. 누구나 힘들게 일해.
*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싶어. 하기싫은 일을 어렵게 하고싶지 않아.
(똑... 딱...)
- 피어리어드(생리)가 길어져서 고민이야.
* 엄마, 약 먹어.
- 얘좀 봐. 내 말좀 잘들어. 약이 모든 걸 해결하는줄 아니? 절대로 아니야.
* 그래도 호르몬에 이상이 있는 것이니, 먹는 게 좋을걸? 그리고 힘들잖아.
- 엄마 나이면, 이제 생리불순이 자연스럽게 오는 거야. 그런데 왜 그걸 약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난 안 그럴란다.
* 엄마는 약이라면 질색이야.
- 그래, 네가 약에 대해서 너무 겁이 없어서 엄마는 그게 걱정이다. 아빠한테 어제 온 새로운 환자 이야기해줄까? 그는 카이로프랙터(척추교정의)였어. 신장 기능장애로 투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야. 신장 기능장애의 후유증으로 현재는 사람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해. 그 아저씨의 아버지 역시 카이로프랙터야. 어쨋든 아버지가 현재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버지 말씀이 병원에서 주는 약중에서 아들에게 먹이지 않는 것이 많단다. 그도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 약의 부작용을 알고 있어서 그렇다는 거지. 그 할아버지와 너네 아빠는 대체의학자로 여러가지 의견을 나누는데, 그중 한가지가 현대약의 남용에 대해선 같은 의견이란 거지. 너무 믿지 말라는 말이야. 일단 몸에 이상이 오면 음식과 운동, 휴식등으로 치료하고, 맨 나중에 약을 고려해야해.
* 내가 보면, 엄마는 생리통이 극심하고, 또 어려운데도 그걸 인정하지 않아.
-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똑...딱...)
- 아스핀네 집 샀다며?
* 응. 오늘까지 이사했잖아. 나도 많이 도와줬어. 아스핀 엄마가 무척 좋아해.
- 엄마는 셋집인줄 알았어. 너무 기쁘다. 아, 그리고 헤더(아스핀 엄마)가 부동산중개인이 됐다구?
* 헤더 남자친구가 부동산중개인이야. 그래서 시작했나봐.
- 남자친구가 있어? 얼마나 사귀었지?
* 한 2년 됐어.
- 중국인 남자친구도 있었잖아.
* 그건 옛날 말이야. 그 중국인 아저씨는 만다린 레스토랑 주인이었잖아.
- 남자친구의 아버지 거라고 했지?
* 엄마는 믿을 수 있어? 그 큰 레스토랑 체인점의 오너 아들과 아스핀 엄마가 친구였다는 사실이?
- 어쨋든 헤더가 아이들 넷 혼자 키우고 있는게 엄마는 늘 안스러워.
* 헤더는 운동도 열심이고, 무척 독립적이야. 아스핀이 반 엄마같은 역할을 하지. 음식도 많이 하고.
- 아, 그래? 아이들이 엄마를 많이 도와주는구나.
* 헤더는 위로 두 아이들한테 무척 엄해. 동생들이 있어서 그런가봐.
- 두 아이의 책임감이 크겠다.
- 그집은 온가족이 일하잖아. 아스핀 두 동생은 신문 돌리고, 캠과 아스핀은 식당에서 일하고.
- 헤더 남자친구는 어때?
- 응, 헤더가 철인삼종경기 모임에서 만난 사람이래. 결혼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애 보여. 둘다, 근육질이지. 헤헤. 그 사람 괜찮아 보여.
* 아스핀 아빠는 잘 지내?
- 응. 무척 가정적이지.
- 그래? 헤더와 살때도 그랬나? 가정에 불성실해서 헤어진 게 아니야?
* 지금은 자식들을 위해 사는 것 같애.
- 새 부인과 사이에 아이들이 있어?
* 응, 새 부인이 데려온 6명의 아이들이 있어. 4살부터 18살까지.
- 오메나. 그 아이들을 아스핀 아빠하고 같이 키우는 거야? 아스핀네 집에도 양육비등을 줘야 할텐데.
* 아스핀 아버지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 같애. 매일 바빠. 아이들과 노느라고.
- 아스핀과 캠(남매)은 아빠집에 자주 가니?
* 그집에 식구가 많아서 자주 가진 않아. 가끔 저녁식사때 가는 것 같애.
- 와 집에 식구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겠다.
* 18살 큰딸은 남자친구와 나가서 살아. 가족들은 반대하는데, 그렇게 됐나봐.
- 무엇이? 18살짜리가?
* 우리집이랑 틀리지?
* 헤더네 4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할때 엄마쪽으로 가겠다고 했나봐. 그래서 헤더가 데리고 사는 거지. 가끔 아스핀과 캠은 지네 엄마한테 이렇게 말한대. 우리 둘만 낳고, 멈추지 그랬냐고?
- 우하하하.. 얘들도. 그런데 현실적으론 맞는 말이긴 하다. 학교 특수교사로 파트타임 일하면서 자폐증있는 아이까지 4명의 아이들을 키우려니, 헤더가 얼마나 힘들까? 엄마는 상상할 수가 없어. 그런데 중개인도 되고, 집도 사고, 정말 잘됐다.
* (속으로) 엄마하고 꽤 수다를 떨었네. 엄마 또 한번 문화충격 받았을껄?
- (속으로) 왠일로 수더분하게 친구네 이야기를 가감없이 말할까? 나하고 꽤 친해지는 건가? 그러나 저러나, 정말 사는 게 복잡해 보인다. 백인들이 속이 편한 건지, 아니면 복잡함을 뚫고 나갈 강한 정신력이 있는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한 마을에서 다른 파트너랑 알콩달콩(?) 살면서 둘 사이의 아이들을 돌보는 그들의 생활양식은 연구감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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