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복수초라는 TV-N 일일드라마가 있다. 작년 8월 종영한 드라마인데, 나는 최근에 drama fever 닷 콤을 통해 시청중이다. 드라마 구성이 탄탄하여 작은 아이패드 화면으로 운동할 때나, 요리할 때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그 드라마를 본다. 드라마 피버에서는 영어자막까지 제공해주느라 그런지 이제 87회를 올려놓았으니, 108회 마지막 방송까지 아직까지 20여회가 남아있다.
일일 드라마를 시청하기는 처음이다. 그리고 이렇게 긴 시리즈로 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1회당 35분 정도, 87회까지 봤으니 거진 50시간을 시청한 셈이다. 드라마 본 것이 절대로 자랑은 아니어서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끼어넣는 말이 있다. "영어자막을 보면서 영어공부도 해요"라고. 물론 내 변경거리다.
노란복수초는 종편 일일드라마치고는 성공한 방송이라고 한다. 종편 드라마 시청률이 1%를 넘기 힘들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 드라마는 최종 방영때 5.99%로 마감을 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노란복수초의 줄거리는 복수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복수보다는 "복수"하게 만든 그 "범죄"의 진행과정이 흥미로왔다. 설연화(이유리분)는 착해서 당하고, 나중에는 복수하느라 치밀하고 똑똑해지는 여자, 최유라(윤아정분)는 설연화에게 자신의 살인죄를 뒤집어씌우고도 계속해서 죄를 짓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 최유라가 죄를 덮기 위해 큰 죄위에 또다른 죄로 가차없이 걸어들어가는 그 대담함, 그리고 그 최유라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감싸안다가 같이 죄악속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아버지, 할머니를 아주 세세히 잘 그렸다.
특별히 법과 양심을 주창하던 법조인이었던 최유라의 아빠는 딸의 죄를 덮기 위해 의붓딸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우고 형량까지 내리는 판사로 나온다. 한번 죄를 범한 그는 언제나 "어쩔 수 없이" 다시 딸을 묵인하고, 딸을 보호해주는 범죄 공모자가 된다. 최유라의 할머니는 어떤가? 진실의 일부분만을 안채, 무조건 손녀딸의 편을 들어주는 그런 역할이다. 손녀딸의 죄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녀를 지지해주고 후원해주다가 손녀딸이 천륜까지 끊어버리려고 했다는 대목에선 심장을 벌벌 떤다. 진실을 보지 못하고, 인정에 끌리는 대로 임시방편만을 했다가 그들은 스스로를 옭죄는 큰 범죄의 그늘에 빠지게 된다.
형사로 나오는 박충도는 어떤가? "돈"을 위해 증거를 조작해서, 억울한 사람을 감옥살이를 하게 하고, 그후에도 여러가지 일을 도모한다. 그는 돈 때문에 범죄에 개입했으니, 오히려 이해하기가 쉬웠지만, 눈도 꿈쩍안하고,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하는 것을 보니 "억울한 옥살이"가 설연화 한명만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지만, 현실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생 50고개를 넘어서 똑똑히 알게 됐다.
"너만 알라"는 귓속말을 듣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귓속말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그래야만 하는 "분통터지는 현실" 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인생에는 "귓속말" 꺼리가 상상외로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런 말 하는 너는 "떳떳하냐"고 누군가 종주먹을 들이댄다면, 나도 움찔하겠지만, 그렇다고 겉과 안을 판이하게 하고 살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긴 했다.
그러나 내가 믿는 것들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 나는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살려고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옹호하기 위해 그 반대편의 사람들에게 냉대와 무관심과 무시를 보냈다면, 나중에 흑백이 밝혀졌을때 나도 모르게 지은 나의 죄에 당혹함을 모면할수 없게 되기도 한다. 또한 나의 이런 친절과 믿음을 무기로 그것을 자신의 죄를 키우는데 이용하기까지 한다면.
사람들은 죄를 지을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죄의 원인이 돈이든, 외로움이든, 질투이든, 분노이든, 그렇게 죄를 지었을때 주변에서 냉철하게 대응했다면, 더 큰 죄로 나아가지는 않을 수도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믿어주기만 했다"면, 그래서 그 죄가 깊어진다면 나중에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죄를 진 당사자도 그렇고, 주변 인물들도 그렇고. "믿음"은 그렇게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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