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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공인한의사로서의 새로운 도전.. 송영진씨

아니, 어떻게 그렇게 한인이 한명도 없는 곳에서..

남편이 한의사임을 알게된 한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한인은 고사하고 동양인 얼굴보기 어려운 지역에서 한의원을 운영한지 14년째다. 그리고 올해는 한의사 송영진에게 무척 특별하다.

온타리오의 공인한의사가 된 해이기 때문이다.

 

온타리오에서 면허제가 실시될 것임이 고지된 것이 작년 말, 기존의 한의사들은 "조부모 면허증(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ractitioners and Acupuntureirists, Grandparented Class)"을 취득해야 한의원을 경영할 수 있게 됐다. 자격증이 없이 치료를 하다가 적발되면, 벌금형부터 시작, 법적제재를 당할수 있게 된다. 

 

이미 한의원을 하고 있었다면, 면허증을 얻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겠는가 생각될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호락호락했던 것은 아니다.

"공중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만 면허를 허락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실현된 것으로 오랜 기간의 준비과정을 거쳐서 이런 법이 현실화됐다. 일단은 한의사의 "진료능력"에다 "영어능력"까지를 검증받아야 하는 과정이었다. 100페이지가 넘는 의학법(Jurisprudence)과 안전 프로그램(Safety Program) 핸드북은 면허업무를 관장하는 웹사이트에서 응시자들이 다운받을 수 있다. 어쨋든 이 두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그런 다음에 지난 5년간 2000여명의 환자치료 자료가 포함된 서류, 교육받은 내용등 여러 서류를 제출해서 통과해야만 한다.

 

                          시험에 관한 내용은 지난번 올린 글에 자세히 나와있다.  http://blog.daum.net/mindyleesong/13722170

 

남편은 1착으로 두번의 시험을 봐서 통과했고, 마지막 단계에서 경찰이 발급하는 신원보증서를 신청해서 기다리다가, 늦게 제출하는 바람에 법시행 당일(4월1일) 면허를 취득하지 못했었다. 서류를 내고도 근 한달이나 걸려서 서류가 통과했다는 이메일이 왔고, 또 근 한달이나 걸려서 면허증이 도착했다. 매순간 순간, 나는 조바심을 냈고, 마지막 면허증이 나오고나서야 한숨을 돌렸었다. 7월 현재 한의면허를 담당하는 협회(The College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ratitioners and Acupuncturists of ontario)에 한의사로 등록된 이들은 1300여명에 달한다.

 

 

 

가족의 이름으로 낸 동네 신문의 축하메세지를 보고, 조앤이 카드와 함께 기사를 오려서 동봉해보냈다. 남편은 이 일로 인해 많은 축하를 받았다.

 

 

 

 

이 면허증은 앞으로 5년간 유효하다. 5년안에 본면허증을 취득해야 하며, 그때는 3년간 치료한 1200명의 환자의 기록과, 어떤 처방과 치료를 했는지 등을 보고해야 한다. 사정위원회에서는 이 서류를 토대로 면허증을 내주게 된다.

 

남편의 면허취득이 자랑스런 이유중의 하나는, 한의원은 그의 부업이었고, 초기에는 그야말로 환자가 많지 않았는데, 그는 환자에 관한 자료를 꼼꼼히 모아놓았다는 점이다. 누구도 서류를 보여달라는 사람없고, 수입도 부업 수준이라 세금보고할 것도 없었지만, 남편은 그다지 쓸모있을 것 같지 않았던 일을 꾸준히 해왔기에 이번 면허증 취득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소득이 많지 않을때부터 한의원에서 번 돈은 기록과 함께 내게 넘겼고, 나는 1년 단위로 정산을 하곤 했다. 그냥 주머니에 넣어도 될 돈을 왜 내게 줄까? 나는 좀 의아했던 적도 있는데, 그의 올바른 첫출발이 오늘을 있게 했다는 생각이다.

 

한의업계는 출신(?) 성분이 각양각색이라 서로가 서로를 믿지못하는 풍조가 이어져왔다. 한국에서 한의대학을 나온 사람, 중국 미국 캐나다등에서 공부한 사람(이들은 또다시 얼마큼, 얼마나 이름있는 곳에서 공부했나로 나뉜다), 가업을 이어받아 하는 사람등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한의사가 믿을만해?" 라는 말을 나도 많이 들었다.

나는 남편이 한의사임에도 "우리 남편 믿을만하지요"라고 대답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한의대학을 나온 사람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앞에선, 캐나다, 미국에서 공부한 남편은 수준미달로 보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한의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고, 이번 면허제가 그런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편은 오랫동안 아웃사이더로 스스로를 방어했다. 정통서양의학을 한 것도 아니고, 또 그 어렵다는 한국의 한의대학에서 공부한 것도 아니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걸어온 길옆에서 그가 노력해온 세월들을 잘 안다. 그래서 그에게 말한다. "더이상 아웃사이더라고 말하지 마. 당신은 개척자야. 한인이 없는 곳에서 한의학을 널리 알리는 그런 개척자, 이제는 정부의 인정을 받은 진짜 한의사란 말이지"라고 말이다.

 

허참 이상하긴 하다. 면허제가 실시되면서, 혹은 그 조금 이전부터 한의원에 환자가 늘고 있다. 그리고 좋은 결과들도 더 많이 나온다. 때로는 남편은 웃으며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이게 말이야, 침이란 게 신기하긴 해. 내가 하면서도, 팔이 아파서 돌리지 못했던 사람이 팔을 휘휘 한바퀴 돌리면서 좋아하는 것을 보면, 정말 침에는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남편은 "보약"을 짓지 않는다. 보약보다는 그 사람의 상태에 맞는 처방약을 지어주는 것 같다. 그나마 한약의 쓴맛을 싫어하는 캐네디언들에게 한약을 먹이기는 쉽지 않다고 궁시렁댄다. 그는 분말화된 한약재를 주로 사용한다. 그는 "한의학은 오랜동안 우리 민족의 건강을 책임졌던 전통의학이다. 두리뭉실하게 보약으로 한약의 개념이 국한되기 보다는 치료의학으로 범위가 확장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기회가 된다면 각종 질병에 노출된 한인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도 덧붙인다.

 

캐나다에서 의료비는 전액 무료이다. 한의원에서는 환자가 제돈을 내야한다. 이런 이유로 한의원의 경영이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이 있는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다. 그들은 많게는 치료비의 50%까지 보험회사의 보조를 받는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이 제도가 잘 정착되어, 한의치료가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례들이  속속 밝혀지기 바란다. 많은 국민들이 원할때, 한의도 의료보험에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한의사의 아내가 꾸는 꿈이다. 그 반대의 경우, 한의사가 되기 어렵기도 하고, 한의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서 누구 하나 지원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것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한의사들은 사명감을 갖고, 치료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한의의 미래를 담당한다는 소명의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