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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멜로디

눈오는 날들의 풍경

 

올해의 눈을 사람들은 30년만이다, 20년만이다 여러 말들이 많다.

캐나다에서 산지 25년만에 처음있는 일인 것 같으니 아마도 30년만이라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러면 지구온난화 때문이 아니라,

지구가 본래의 모습을 회복해나가는 것인가?

 

 

어렸을때

시골의 겨울도 그리 추웠다.

그때는 날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부실한 입성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여기 사람들도

이렇게 춥고 눈이 많이 오니,

어린시절 눈에서 뛰어놀던 생각이 난다고 말들한다.

 

 

사람들은 내성이 퇴화되어서

30년만의 폭설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이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눈이 조금 멈춘날..

동네 우체국에 편지를 찾으러 간다.

가다가 신발끈을 밟고 두어번 넘어졌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날씨 때문에 긴 시간 산책은 무리였다.

 

 

이 눈이 녹으면

홍수가 날듯싶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밟고 놀이터로 가는 발자욱도 있다.

얼어붙은 미끄럼틀이라도 태워주려는 젊은 부모의 것일까?

처마밑으로 밀려내려온 눈들은 여러겹의 흰색 망사처럼

지붕에 드리워져 있다.

 

 

눈은 여러 얼굴이다.

 

 

light snow  가벼운 눈

snow  눈

flurries 눈보라

snow storm 눈폭풍

Blizzard 매서운 눈폭풍

 

 

그리고 frozen rain 얼음비

 

하얀 결정체가 이렇게 여러 종류의 이름으로 불리고,

때로는 사람을 위협한다.

 

 

순결하고 아름다운 백색의 결정들이

순식간에 회오리가 되어 덮치기도 하고.

사랑에 상처받은 영혼처럼 울부짖으면 그 아귀에서 벗어나기 힘들기도 하다.

 

여러 종류의 날씨 경보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되었고,

또 하루가 멀게 도로를 막아놓고

사람들의 발길을 묶었다.

 

 

출근길에 나섰던 사람들은 돌아가는 길이 막혀

빙 돌아 회사에도 못가고

친구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했고

가게에 나갔다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날들도 있었다.

회사들도 학교도 수차례 문을 닫았고,

드라이브 웨이에 쌓인 눈을 치우지 못해

동네 노인들은 바깥출입을 하지 못한다.

여느해 겨울에도 일어났던 일이지만,

올해는 그 강도가 3배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북극에서 밀려내려오는 한파때문에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날도 있었고.

날씨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 결심은 공언에 머물게 된다.

 

 

이곳이 특별히 시골이라 더 심했다.

이 겨울이 지나면,

사람들의 집앞에

For Sale

간판이 내다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통을 겪고 나면

더이상 "당연한 것"은 없다.

잔디가 푸르기 위해 어떤 인고의 세월을 지냈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살아낸 사람들은 봄향기를 깊숙히 흠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끄럽지 않은 도로의 탄탄한 질감의 감촉도 느낄수 있고, 그래서 질주의 기쁨도 배가 될테고.

 

 

계획되어진 것들에 대한 과감한 변신을 시시때때로 도모해야 하는 것, 그것이 조금 피곤하지만,

어찌겠는가?

 

내 삶의 주관자는 역시나 내가 아니라는 것을.

이 겨울의 날씨를 통해서 내가 얻어낸 것들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땅, 눈이 많은 이 구석진 시골을 사랑한다.

어딘가로 떠나게 되는 날까지

귀신처럼 살아낼 것이다.

 

눈길 정보에 귀를 활짝 열어놓고.

사이사이 도둑처럼 친구들과 즐거운 해후도 하면서.

그러다보면, 어느새 봄이 와있을 것이다.

보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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