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gether..
요즘 이 단어가 자꾸 눈에 밟힌다.
함께..
단어와 함께 떠올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큰일을 했다.
그랬다.
일은 작년에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떠나고 남은 자리엔 얼룩진 카펫만 남았다. 전주인에게서 산 카펫청소 기계가 있었고 남편은 그것으로 얼룩을 지우면 된다고 나를 안심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특별히 막내방은 페인트 떨어뜨린 것, 과일즙 자국, 원인을 알수 없는 거주죽죽한 것등, 물청소로 될법하지 않았다.
새로 한 나무 바닥
이사오면서 아이들방 세개는 새로이 카펫을 깔았는데, 6년 살고나니 이게 형편이 없어진 거다. 카펫위에 눈가림용 카펫을 깔고 위장했지만, 아무래도 마루공사를 해야할 것 같았다. 그러나 차마 실행에 옮기기에는 여러 난관앞에 턱 맥을 놓게 된다.
들어갈 돈도 무섭지만, 좋은 목수를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언감생심 꿈꾸기 어려운 일이다.
그때 귀에 쏙 들어오는 오퍼가 있었다. 남편의 걱정에 마루공사를 "함께..together" 하자는 제안이 친구들로부터 들어온 것이다. 시간도 없고 기술도 없어서 그런 것들은 꿈도 꿔보지 않았던 일이 이뤄지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별히 솔이아빠는 스스로 그런 집안일을 해본적이 있고, 모든 기계를 구비하고 있어서 이일의 성사가능성을 점쳐보게 해주었다.
하루 이틀 작업도 아니고, 아이들 방 세개에다가 카펫이 더럽지는 않지만 오래되었고, 마루로 깔게되면 일관성을 위하여 안방까지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는데, 그렇게 된다면 정말 보통 큰 공사가 아니게 된다.
이렇게 사선으로 구멍을 뚫고 그안에 못을 다시 박는 작업을 한다. 한 나무에 못 3개에서 6개 정도 박힌다.
공사에 사용된 드릴등 각종 공구.. 여기에 테이블 소우와 진공청소기, 줄자 등이 있어야 하고, 못자국 제거에 필러용 석회등이 필요했다.
솔이아빠, 우리는 그를 대목(목수의 우두머리)이라 지칭했다. 대목이라 해야, "시다"들이 "소목"으로 진급할 수 있으므로. 그러나 이글에서는 그저 박목수라 지칭하자.
그의 진두지휘 아래 일은 11월부터 진행되었다. 마루사기는 오웬사운드에 나갔던 내가 골랐다. 마침 참나무 세일하는 것이 있어서 그날 대량 구매했다. 참나무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어떤 것은 가격이 스퀘어 피트당 6불 이상인 것도 있었는데 내가 산 것은 그의 절반 가격이었다. 박목수도 매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 남편도 빈 시간이 거의 없어 공사는 짬짬히 이뤄질 심산이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그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다. 추진력은 일반인 80%라면 그는 120%는 되었고, 꼼꼼함과 찬찬함은 그보다 더 높은 점수, 완벽주의이기도 해서, 마루가 거의 예술적으로 나왔다. 목수들은 곤조도 많다든데, 그는 잘못된 부분을 넘어가지 않는 그런 면은 그렇게 볼수도 있었지만, 그 곤조가 "성질"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언제나 온화한 얼굴로 "신나서 하는 양" 그런 태도에 정말 많이 감탄했다. 눈이 많이 오는 날, 시간이 맞지 않는날, 그런 날들을 빼고 남편과 시간맞춰서 함께 일을 했다. 그의 아내되는 솔이엄마도 함께 저녁에 출근, 나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두 남자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윗쪽이 새로 한 마루, 아래쪽은 본래 복도에 깔려있던 마루.. 색과 솜씨가 조금 차이가 난다.
박목수외에도 친구들이 방문해 카페제거작업에는 함께 힘을 실어줬다. 가구 옮기는 일, 먼지 빨아들이는 일, 벗겨낸 카펫 전부 들어서 내놓는 일들을 함께 했다. 시간이 되는 대로 삼삼오오 와서 함께 마루에 못도 박고, 작업을 도왔다.
마루까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컴프레셔로 박으면 쉽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마루는 컴프레셔를 사용하지 않았다. 일이 정교하지 않다는 것이 박목수의 말이었다. 그래서 마루 조각 하나하나에 미리 구멍을 뚫고, 그 구멍안에 못을 사선으로 박는 방식으로 하는 것을 보았다. 마루새가 조금이라도 뜨면 전체적으로 모양이 비틀어지니, 마루 한조각 한조각을 정성스럽게 이어붙어야 한다. 하나라도 못이 잘못 들어가면 다시 빼서 작업을 하고. 어떤 마루조각은 잘못 깍여나온것이 있어 그런 것들은 또 바로 퇴장이다.
눈이 많이 와서 집에 갇힌 날, 남편과 나는 하루종일 마무리 마루작업을 했다.
대목에게 지적받지 않으려고 공을 들였지만,
여러가지 지적사항이 나중에 발견되었다.
못이 얼추 계산하여 4,000개는 사용된 듯하니 그 못 하나하나가 눈길을 받고, 만짐을 당하고, 박힘을 당한다. 옛날 대학시절 한 선배의 "못"이라는 시가 생각나기도 했다. 서로 이어주는 작업을 빗대어 읊었던 것 같다. 우리들도 마루작업을 통하여 서로 깊이 얽힘을 경험했던 것 같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박목수뿐 아니라, 오픈 하우스된 집을 시시때때로 방문해준 친구들과도 말이다. 문턱을 낮추었으니, 우리집이 내가 꿈꾸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걸까?
차고에 마루자르는 톱기계(테이블 소)가 있어 그곳까지 나무를 자르러 들락거려야 하는 일등, 귀찮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을 거다. 먼 거리를 매서운 날에도 들르고, 작업을 끝내고 마무리 "토킹"을 마치면 다시 홀연히 사라지던 솔이네(강아지 코코까지)의 잔영은 아마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눈때문에 박목수가 오지 않았을 때는 나도 남편을 도와 나무박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가 목수가 되고 내가 시다가 되어서. 못자리를 뚫면 톱밥이 나온다. 그러면 바로바로 진공청소기로 톱밥을 빨아들이는 일을 내가 한다. 나무길이가 적당한 것이 있어야 어긋나기로 모양도 좋고, 전엣 줄을 잘 지탱해주니, 길고 짧은 것을 적당히 잘 이용해야 한다. 일을 줄이려고 긴 것을 계속 덧댈수도 없고, 또 나무 길이가 짧은 것이 연이어지면 엇갈림의 길이가 짧아져 모양이 나지 않는다. 특별히 구석진 곳에 가면 나무의 너비를 크기에 맞춰 잘라줘야 할때도 있다. 가장자리는 못이 사선으로 박힐 공간이 없어서 위에서 아래로 직접 박아야 할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나무위로 못자국이 둥그렇게 나게 된다. 못을 평면 아래로 눌러 박고 그 위에는 석회로 채우고 굳은 다음에 색칠을 해서 자국을 없애야 한다.
새롭게 태어난 둘째의 방
어느 곳 한군데 빈틈없이 일을 했다. 둘째의 방은 계단 때문에 둥글게 마감이 되었는데, 그 부분의 마루작업이 쉽지 않았다. 박목수는 일일이 사선으로 잘라내기도 하고, 온갖 공을 다 들여서 그런 부분도 마감을 멋지게 했다. 마지막 작업인 몰딩때도 우리 모두가 걱정했는데, 둥글게 몰딩이 끝나서 우리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둥근 벽이 예술적으로 마감되었다.
장장 석달 열흘이 걸린 일이다. 주말에 주로 일을 했다. 남편이 일을 할수 있게 나는 가게를 봐주기도 했다. 두 가정이 함께 먹었던 일도 즐거움이었다. 사촌오빠는 "일하는 사람들 잘 먹여!"라고 내게 말했는데, 잘먹이진 않았지만, 함께 나누는 밥이라 꿀맛이었다(내생각에..^^). 내가 밥을 하지 못하는 날에는 솔이엄마가 음식을 했다. 나의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날, 그런 날들 그녀는 음식을 가져오기도 하고, 냉장고를 뒤져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하였다. 얼마나 많은 순간, 고맙고 미안했는지..
before
after
솔이네에게는 많은 빚을 졌다. "못하는 것이 없는" 솔이아빠에게는 앞으로도 신세질 일이 많을 것 같다. 그 빚을 내 마음이 편하게 "사랑의 빚"이라고 부른다. 살아나가면서 갚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솔이네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시시때때로 방문하여 도와주었다. 쫑파티까지 끝냈지만, 실상은 남은 나무재료로 1층의 다이닝룸까지 마치려고 한다. 처음 작정했던 2층 작업이 끝나고나니, 작은 룸 하나는 시작만 하면 금방 할 것 같다. 박목수는 아직은 젊어서 그런지, 몸이 가볍고, 피곤한 표정을 짓지 않으니, 그것참 여러번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노동착취가 아니었을까? 매번 반성한다. 그런 생각 저편에 함께 식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것들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면, 그 "노동"이 즐거움이 될수도 있기를. 요술봉으로 사람들을 딱 건들여, "노동의 지루함"이 만남의 즐거움으로 확 변신했었기를 꿈꿔보았다.
이렇게 베품을 많이 받는 것은 앞으로 많이 베풀면서 살라는 신호라고 받아들인다.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얌체"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마루 사건은, 언제나 내게 누군가를 도와줘야 할 이유로 살아있길 바란다.
'너나, 그리고 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Jim Flaherty의 죽음 (0) | 2014.04.12 |
---|---|
발견되어지지 않은 병 (0) | 2014.03.04 |
눈속에 갇혔던 쉘본의 사람들 (0) | 2014.01.28 |
이 겨울 살벌하다 (0) | 2014.01.13 |
2013년을 보내며 (0) | 2013.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