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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발견되어지지 않은 병


내 방의 독자들은 작년  "나의 수혈사건"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간략히 말하면, 피검사를 실시했는데, 헤모글로빈 수치가 너무 낮게 나와, 남의 피를 제공받아야 했던 사건이었다.


2유닛, 600ml 정도 되는 혈액을 수혈받는데 9시간쯤 걸렸으며, 9시간 수혈받는 내내 아주 슬픈 마음이었다.

할 일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남기는 "유서"도 작성해보고, 눈물도 흘리다, 잠들기도 했다, 생각에 생각을 헤메면서 그 긴 시간을 보냈다.

9시간 이상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엔 몰랐었다. 3-4 시간 걸린다는 것만 알았었는데, 그것이 1유닛 들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날 수혈받는 의자에서 알게 되었고, 그럼으로 인해서 생각지도 않은 시간을 병실의 한 구석에 앉아서 생으로 보내려니, 이렇게 "내면적 생쇼"를 하게 됐던 것이다. 이건 물어봐야 할 것을 제때 물어보지 않는 데서 연유했다. 묻기전에 환자가 알아야 할 것을 일러주는 것이 그들의 일이라고 나는 내심 믿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 때문에 생긴 일들이 많은 것을 보면.


피를 수혈받고 나서, 다시 검사해본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는 올라갔지만(정상 13내외, 수혈전 5.8, 수혈후 9.5) 다시 철분 수치가 역시 또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정의는 적극적으로 마침내 "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걸려든 것으로 추정, 수많은 검사 일정을 잡아줬다.


작년 한해 시간차를 두면서 전문의들과 만났고, 그들의 요구대로 내가 받은 검사는 장내시경, 위내시경, 자궁 초음파, 자궁 조직검사, 5번쯤의 피검사 등이었다. 장과 위에서는 이상이 없이 나왔고, 산부인과 의사는 자궁내 열풍선 요법을 실시하자고 하였다. 철분 수치가 낮은 이유로 결국, 처음에 내가 이야기했던 "월경과다"를 주요 원인으로 삼게 된 것이다. "열풍선" 요법은 간단하고, 생리혈을 줄어들게 할뿐 아니라, 생리가 멈춰질수도 있다고 말해줬다.


나는 일단은 그 제안을 거절하였다. 아무리 작은 수술이라도 수술인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폐경"이 가까와오는데, 굳이 다른 방법을 써서, 월경을 서둘러 끝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또 가정의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시 약속을 잡고 그를 만나러 갔더니, 이번엔 갑상선에 대해서 말한다. 몇번의 피검사에서는 안나왔지만, 최근에 검사한 피에서는 갑상선의 수치가 약간 낮게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 목을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만져본다. 갑상선에 문제가 있으면 철분 수치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갑상선 초음파를 찍어보는 것이 낫겠다고 한다.


그래서 얼마전 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했다. 그 결과를 보러 또한번 가정의에게 갔다. 그는 갑상선 초음파에서는 "약간의 결절이 있는 것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시 갑상선 내과전문의와 약속을 잡아줄테니, 그의 의견을 듣고 그 다음단계로 나가자고 하였다. 나는 의사에게 내가 의심받고 있는 병이 무엇인지, 키워드를 적어달라고 했다. 병 용어는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말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 그것들을 검색했다. 갑상선 결절은 갑상선 종양을 의미했다. 꽤 무서운 단어 아닌가? "종양"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니, 노래를 4절까지 부르면 목이 간질간질해지는 것과, 가끔씩 침 삼키기 어렵게 느껴질때가 있는 것,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 못하고, 천천히 들이키는 것 등등이 나의 갑상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가정의 사무실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을 통하여 내게 도움이 되는 글을 접했다. 갑상선 결절은 50대에 들어선 많은 여자들에게서 발견될 수 있는 일이며, 굳이 발견하지 않아도 될 것을 암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블로그 글이었다. 그는 의사로 과다 건강검진의 폐해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며, 특별히 갑상선 초음파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순한 암인 그것을 과다진료하여, 죽을때까지 나타나지 않거나 몸에서 자라지 않는 그것을 억지로 수술해서 문제를 더 키울수도 있다는 글이었다. 때가 때이라서 그런지 그 글이 상당히 유의미하게 내게 다가왔다.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http://blog.aladin.co.kr/765534185/6914062


나처럼 수치상의 문제(철분 부족)가 있을 경우 그것을 밝혀낼때까지 검사한다면, 언젠가는 어느 곳의 몸안에 있는 잘못된 것을 찾아내고야 말것이다. 그러니, 아직 발견하지 않았을뿐이지, 곧 나는 "병자"가 될것이다. 지금 가장 가까운데 "갑상선"이 문제가 있다고 하니, 갑상선의 결절은 상당한 수의 여자들에게서 발견된다고 하니, 이것에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고, 암임이 밝혀진다면, 곧 "암환자"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수치로 해결하려는 서양의학의 경우, 수치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그 이유를 밝혀낼때까지 매달리는 것같다. 집요하고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좀 다르면 큰일나는가? 


흠... 갑상선에선 만져지는 것은 없다. 목이 아프지도 않다. 그렇다면 더이상의 검사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암이어도 그것이 커지는 것은 오랜 세월이 걸리고, 그 의사가 말했듯이, 인간은 어떻게든 죽는데, 당장의 고통이 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아직 자라지 않은 어떤 것들을 잡아내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인터넷에 의한 정보, 지식의 공유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다. 결절이 있는 것도 같다는 말을 들을 때도 그다지 걱정하진 않았지만, 전문가에게서 확실한 내편을 발견하게 되니, 마음에 안심이 된다. 얼마전 나는 인터넷을 통하여 "민간요법의 전문가" 칭호를 받은 적이 있다. 가까운 친구가 담석으로 전날밤 심한 복통을 하고난 다음날 카톡에 혹, 민간요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냐고 물어왔다. 아침 잠결이었지만, "담석"의 고통을 주변인들로부터 들어왔고, 봐왔기에 인터넷 서치를 하였다. 그야말로 방법이 있었다. 그 글을 전부 읽어보니 믿을만하여, 친구에게 보냈다. 한번 읽어보라면서. 담석 제거요법에 관한 것이었다. 올리브 오일과 레몬쥬스로 담석을 빼내는 요법인데, 서양에서 들어온 방법이다. 그 방법으로 몸안의 담석을 빼낸 사례들이 있었다.


고통에 떨던 친구는 그 방법대로 한번 해본다 하였다. 정보를 보내준 나는 조마조마하였다. 믿을만한 것인지, 더 심해지는 건 아닌지. 그런데 그 다음날, 4번의 변을 본끝에 담석을 발견하였다는 소식이 왔다. 직경 1센티 이상되는 돌을 포함, 7개를 발견했다는. 속을 비우고 그안에 올리브유와 레몬쥬스를 이용한 다이어트 요법인데, 올리브유가 담석을 끌어안고 변으로 내려왔나 보다. 정말 놀라왔다. 아직 몸속에 담석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만한 돌이 빠져나갔다는데 기쁜 마음 형언할 길 없다.

수술 않고 담석 제거하는 방법 

http://blog.daum.net/thaistart/18311672



수술을 하기전에 할수 있는 일들을 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제는 의사가 하라는 대로, 원인도 모르는채 따라하는 것은 그리 좋은 환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이 글을 마치려는 지금, 내과의사와의 진료시간이 잡혔노라는 가정의 사무실의 연락이 왔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아직 "그를 만나지 않겠다"는 말은 안나온다. 전문의와 만나고, 그가 조직검사라도 해보자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환자는 의사와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않겠다" 맘을 먹었는데, 다시 흔들린다. 약속시간이 오기까지 열심히 건강관리하기로 하자. 그래서 조직검사는 안하겠다고.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그렇게 말할수 있는 용기를 키워야겠다.


아래글은 위에 언급한 내과의사의 "나의 사전 의료의향서"란 글을 복사한 것이다.

무척 공감가는 글이다. 의식불명이 되었을때 생명연장 수단을 사용하지 말것 등을 적어논 것이다.

의학적 용어와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유용할 것같다. 생명연장 수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아래글을 통해 확인한다. 이것도 공유하고자 올린다.



나의 사전 의료의향서


저는 지난 20여 년간 내과의사로서특히 종양내과의사로서 많은 암 환자를 치료해왔고동시에 많은 환자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하였습니다이러한 경험으로부터 건강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고질병을 치료하는 현대의학의 위대함과 한계를 직접 경험하였습니다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 죽음은 누구에게나언제든 찾아 오게 되며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소중한 과정이라는 사실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저에게도 인생을 마무리 할 시간이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그때가 되면 가능한 평화롭고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픈 바램입니다.  더불어 평화로운 인생의 마무리는 저의 인생을 완성하는 유일한 기회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50대 중반으로아직 당뇨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도 없을 뿐 아니라부모님도 여든 가까운 나이에도 두분 모두 비교적 건강하시니저도 80세까지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누구나 그렇듯갑작스러운 사고나뇌혈관 장애치매암 등 예기치 않은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이러한 경우에 의식이 혼미해지거나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락사를 반대하며안락사와 유사한 의학적 치료에도 절대로 반대합니다그러나 자연스러운 편안한 임종을 방해하는 불필요하고 고통스러운 의학적 처치로 인하여 인위적으로 죽음의 과정을 연장시키거나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하고 싶지도 않습니다저는 저의 운명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의식이 있을 때는 저와 상의하여 결정하면 되겠지만의식이 없거나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상실된 경우에는 아래 저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주기를 바랍니다.    

1.     몇 가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절대로어떤 경우에도 심폐 소생술을 받지 않겠다건강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심장 혹은 호흡 마비가 왔을 때급성 심근 경색급성 부정맥물에 빠지거나전기 감전교통사고화재로 인한 연기 질식이외에는 어떤 경우에도 심폐 소생술을 하지 않기를 강력하게 소망한다.

2.     어떤 이유로든 의식이 소실된 상황에서 1달 이내에 의식이 회복될 가능성이 50% 가 안 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를 거부한다지속적으로 2주 이상 의식이 소실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인공호흡기인공 튜브 삽입 등의 연명 치료는 조속히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3주 후에도 의식이 없을 때는 수액 공급영양 공급도 중단하여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도록 도와 주기 바란다.  

3.     갑작스럽게 발생한 응급상황이 아니면절대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지 않겠다설사 응급 처치 상황에서 입원했다고 해도일주일 이내에 일반 병실이나 집으로 퇴원하고 싶다그로 인한 의학적 책임을 나의 의료진에게 묻지 않겠다.

4.     사고로 인한 급격한 출혈이 아니고는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 받지 않겠다.

5.     어떤 경우에도 항암 화학치료암 수술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6.     직접적이고 분명한 의사 표시 없이는 CT, MRI, 피검사를 하지 않기 바란다.

7.     상당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되면충분한 양의 강력한 진통제와 신경 안정제를 투여하여 고통이 없도록 해주길 강력하게 소망한다.

8.     집에서 연결된 선이나산소 마스크 없이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이상 나의 사전의료 의향서는 다음 개정 시 까지는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저의 분명한 의사 표시로 간주되어 저에 대한 의학적 결정의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4년 1월 7

신상원

고려대학교 종양내과 교수



한국 호스피스 완화의료 학회 법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