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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인터넷없이 듣는 라디오 ... 팟캐스트(수정본)

텔레비전이 나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라디오였을 것같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으니까.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도 라디오 애청자셨다. 언제 어디나 라디오를 품고 다니셨던 기억이 난다. 라디오에 커다란 밧데리를 매달아놓은 그것을 베개삼아 베고 누우셨던 것도 같다.


여름날, 장난스런 눈빛을 띠고 라디오를 품에 안고 사라지던 아버지의 모습이 짧은 영상처럼 떠오르는데, 아마도 라디오 청취를 위해 호젓한 곳으로 피난(?)가셨던 것이 아닌가싶다. 라디오와 함께한 아버지의 모습은 기억이 나는데, 함께 청취했던 기억은 별로 없었던 걸 보면 말이다.


엄마는 언젠가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아버지의 라디오 사랑이 너무 심해서, 어느 눈오는 추운 겨울날 바깥에다 라디오를 버리셨던 적도 있었다고. 꽁꽁 언 라디오의 행방에 대한 스토리는 잊었지만, 엄마의 미움을 그렇게 받았던 라디오였으니, 아마도 라디오는 엄마의 "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라디오는 방송시간을 놓치면 다시들을 수가 없으니, 엄마가 남편을 필요로 할때와 방송시간이 겹치면 아마도 아버지는 라디오를 들고 어디로 피신하셨을 게다. 그래서 엄마의 원수가 되었던 것이고.


나의 라디오 추억의 하나는 "흉내내기"였다.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동생들과 할때, 1일 방송을 만들어보았다. 아마도 "밖은 별이 총총 빛나고 있습니다" 이런 멘트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동생들에게도 사연을 하나씩 쓰게 하고 자식들 보러오신 부모님을 앉혀놓고, 따끈따끈한 방송을 보내드렸었다.


라디오를 잊고 산적은 수십년이 되어가는 것 같다. 특별히 이민오고 나서 한국방송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운전중 너무 심심할때 한두번 켜보는 정도다.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 방송은 가게에 매일 켜놓기는 하지만, 그건 거의 공기처럼 가게에 흐르는 무엇이지, 그 소리에 집중했던 적은 없었다.


서론이 길었다.


팟캐스트를 알고 있는가? "나는 꼼수다"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팟캐스트가 덩달아 이름을 알리게 된다. 팟캐스트는 pod cast의 약자라고도 하고 personal on demand broadcast의 약자라고도 알려진다. 여러가지 복잡한 설명이 있는데, 내식으로 설명하자면 "소규모 전문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것은 지나간 방송을 언제 어디서나 듣고싶을 때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하나 덧붙이자면, 청취자의 반응을 그 다음회에 반영하여 방송을 만들기 때문에 생생함을 즐길 수 있다. 만드는자와 듣는자가 함께 만드는 방송이라고 해야하나?


이 팟캐스트는 종류가 수만가지여서,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을 골라들을 수 있다. 나도 팟캐스트의 초보자여서 설명이 미흡하지만, 아는만큼 보충해보겠다. 특히 많은 장비가 필요한 동영상보다는 소리만 저장하면 되는 라디오쪽의 방송이 보편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온라인 강의등이 이런 방식을 이용해 하지 않나 싶다.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 같은 것으로도, 팟캐스트는 다운받아 놓을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지 오픈이 가능하다. 휴대폰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처음에 라디오를 함께 모아놓은 "tunein radio" 앱을 후배가 권해줘서 듣는 데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이 팟캐스트의 일종이란 건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됐고, 둘째딸이 팟캐스트를 다운받았다가 필요할때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나서부터 흥미를 갖게 됐다. 한 방송을 다운로드하는데, 1분 정도 시간이 걸리고, 그걸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내가 즐겨듣는 방송중에 "나는 의사다"가 있으며, 최근에 어떤 종류들이 있나 찾아봤더니,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는데 놀랬다. 나는 의사다는 유쾌하지 않은 병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는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혈기방장한 의사들이 만든 방송이다. 지상파에서는 "방송규율" 때문에 정화된 언어만 사용하지만, 팟캐스트의 언어는 가끔 도를 넘을 때도 많다. 그래서 흥미롭기도 하고. 말하자면, "하반신 토크"라는 제목으로 비뇨기과 문제를 짚기도 한다. 낄낄거리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문학이야기"를 들으며, 또 잠시 착잡해지기도 했다. 문학하는 이들의 "예민함"을 다시한번 느껴야했기 때문이다. 김수영, 이상에 대한 최근 방송을 들으며 문학하는 이들은 타고나야 한다던 나의 신념에 또한번 방점을 찍게 되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문학을 업으로 삼는 진행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세계가 다시금 앞으로 당겨지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잠시 엿보았던 그 세계의 내면적이고, 침울한 세계가.




위에 언급한 것이 내가 맛본 팟캐스트에 대한 짧은 소감이다. 정치, 경제, 시사는 물론이고 개그, 스포츠, 종교, 영화, 음악, 문학 등의 전문가들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골라 들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또한 공부를 원한다면, 각종 외국어등도 공짜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지상파 라디오도 프로그램 하나를 떼어서 팟캐스트로 방송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구독하여 빠짐없이 청취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볼때는 거의 누구나 저사람, 음악을 듣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요즘에는 그가 듣는 것이 영어회화인지, 문학비평인지, 건강토크인지 알수가 없다.


팟캐스트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긴 거리를 홀로 운전해야 할때, 팟캐스는 상당히 유용했다. 그들의 토론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 생각을 보탤 수 있으니, 홀로 있는 것같지 않고, 누군가와 동승하여 달리는 길만 같다.


둘째가 추천해준 팟캐스트를 한군데 모아놓을 수 있는 앱 "podcasts"는 아이패드, 아이폰용으로 적합하다. 안드로이드용으로는 "팟빵"이라는 게 유명한 것 같은데 나는 우선 "더블팟"이라는 걸 깔았다. 사용해보고 나중에 다시 바꾸던지.




                     아이패드, 아이폰용 podcasts


팟캐스트중에는 "책을 읽어주는" 방송도 있다. 그런 방송은 눈이 나쁜 사람들에게나, 병원에 있는 환자같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혹은 다른 일을 하면서 들을 수도 있고. 음식만들때 드라마를 켜고 하는 것은 아이패드가 생기면서 붙은 습관인데, 최근에는 팟캐스트를 자주 이용한다. 라디오가 조금 더 침착해서, 생각하면서 음식만들기에 적당한 것같다.




여러 사람이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으니, 기술이 발전하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팟캐스트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혹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은 집안에 방송국을 차려놓으면 될것이다. 그런 귀찮은 일을 왜 하느냐고 되묻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방송을 즐기면 된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인터넷 안으로 너무 들어가다 보면, 내 갈길을 잃게 될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나의 취향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 다 섭렵할 수 없는 세상이므로.


"책을 읽을수도 글을 쓸수도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돌아가신 분이 있었다. 그 말이 얼마나 심금을 울렸던지. 건강이 안좋아서, 그렇게 되는 날이 내게도 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명의 발달은 책을 읽어주는 팟캐스트들도 있고, 음성녹음을 할수 있기도 하다.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노인이 될때, 이런 기기들은 더이상 놀이기구가 아니라, 생존을 지탱해주는 소통의 방법으로 요긴히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자꾸 엄마 생각이 난다. 한국 텔레비전이 있지만, 엄마에게 휴대폰이나 아이패드등을 권해드리고 싶어진다. 86세면 너무 늦은 나이이긴 하지만, 또 시도해볼수도 있지 않은가 싶어서. 물론 엄마는 손발, 고개까지 절래절래 흔드신다. 인생 후반에 그렇게 골치아플 일이 있느냐면서. 엄마의 총명함이면, 이런 기기들을 잘 이용해 책도 읽고, 자식들과 소통도 하고, 노년을 더 즐겁게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쯤에서 생각을 멈추기로 하자. 너무 멀리 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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