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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소비자의 입장으로..

평생을 좋지않은 피부로 지내왔다.

피부가 좋지않은 사람들이 주로 그렇듯, 물론 얼굴에 대한 자신감도 없다.

그러나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얼굴은 마음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나름대로 마음에 영양을 주려고 노력해와서, 나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자기만족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피부"에 대해서만은 그런 "교과서"의 지침이 없었던 고로, 아주 쉽고 짧게 "나쁘다"고 단정하여서, 그에 대한 고민을 차단하곤 했다. 그런데 몇년에 한번씩은 그냥 넘길 수 없는 피부 트러블이 일어나곤 한다. 


수년전에는, 얼굴에 좁쌀만한 것들이 솟아나기 시작하더니, 그것이 없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얼굴색이 칙칙하고 까무잡잡한 것은 그런대로 봐주겠는데, 건조해지고 눈에는 잘띄지 않으나, 본인은 알수 있는 여드름같은 것이 없어지지 않으니, 아주 난감하였다.


그때 나를 구해준 이는 동생이었다. 내가 쓰는 로션을 중지하고, 비누, 클라린스(clarins) 스킨로션에다 에센스(estee lauder, 에스티 로더), 영양크림까지 순한 것으로 그애가 골라준 화장품으로 성난 얼굴을 다스렸었다. 몇년간 그렇게 잘살다가, 다시 에센스가 떨어질때 쯤해서는, 이 비싼 화장품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킨로션과 값싼 영양크림으로 바꾸었다. 에센스를 바르지 않았는데도, 한동안은 괜찮았다. 


어쩌면 문제는 "저렴"한 나의 취향에 있는지 모른다. 얼굴에 들어가는 화장품 비용이 쓸모없는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어쨋거나 한병에 100달러에 육박하는 에센스 제품을 사고싶지 않는 마음이 든 것이다. 그 화장품을 죽을 때까지 발라야 한다는 생각에 질리기도 하였다. 그 화장품은 마치 바르는 동안만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게 억제하는 느낌이었지, 피부가 개선되어지는 느낌은 없었다. 물론 주관적인 의견이다.


그러다가 이번 겨울, 다시 얼굴 트러블을 겪기 시작했다.


문제는 비싼 바디로션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본다. 바디로션은 화장품중에서는 비교적 싼 제품에 속한다. 그런데 샤넬이란 명품값을 하는지 바디로션인데도 꽤 비싸다는 것이다. 샤넬 N.5 바디로션을 선물받게 되었다. 몸에는 원래 잘 바르지도 않는데, 바디로션인데다가 그것이 비싸다고 하니, 몸에만 바르는 것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이가, 자신은 그 바디로션을 얼굴에도 바른다고 하였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래서 얼굴에 바디로션을 바르겠다는 "결심"이 섰었다.


몇번 이 로션을 얼굴에 발랐다. 그럴 즈음, 페이슬리에서 자는 날이 많아지면서, 그곳에서 쓰는 로션을 하나 구입했다. 페이슬리 물은 연수가 아니라 좀 센편이고, 보온 방식이 달라 좀 건조했고, 로션을 바꿔써서 그런지 얼굴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총체적 난국이 되어갔다. 마른 버즘처럼 하얀 것이 일어나기도 하고, 얼굴은 까칠까칠하고.


무엇이 문제일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화장품, 물, 온도 그 모든 것이 얼굴에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어떻게 복구해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 한국의 언니가 보내준 비누를 써보기로 했다. 남편의 무좀 질환에 쓰라고 보내주었는데, 그 제품을 며칠 써보니 효과가 있었다.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많이 호전되었었다. 


그러다가 지인에게서 화장품을 선물받았다. 원자력회사에서 개발한 것이라는데, 네트워킹 마케팅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에센스와 영양크림. 처음에는 프랑스제 스킨과 한국제 화장품이 서로 맞지 않을까 싶어, 스킨을 건너뛰고 2개만 발랐는데, 아직 건조한 느낌이 있었다. 이틀전부터 크라린스 스킨을 바르고 애터미 2제품을 바르니, 이제 아주 좋다. 건조함과 까칠함이 개선되었다. 페이슬리에서는 되도록이면 세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그곳에서 자야할 때에는 비누와 화장품을 싸들고가서 제대로 사용하려고 하고있다.


이런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실은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두가지 제품 모두 이른바 "다단계"의 일종이라고 알려진 누스킨(비누)과 애터미 화장품이기 때문이다. 나는 2년전쯤 누스킨 소개를 받았는데, 다단계 비슷하다는 말만 듣고, 자세히 들을 생각도 안하고 고개를 젖히고 콧방귀를 뀌는 사람중에 하나였다.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이 아닌데도 모질게 그런 제품, 그런 제품을 소개하는 사람까지 백안시해왔다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 그 제품들의 효과를 보게 되니, 아마도 앞으로 한동안 이 제품들을 사용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유난히도 "양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정식"에 집착한다. 이것도 정신병이라면 정신병의 일종일 수 있다. 그 제품이 어떤지는 관심조차 없었고, 그 조직에 어떤 흑막이 숨어있는지 모른다는 것이 내가 그런 제품을 배척했던 이유들이다. 애터미 화장품은 이번에 처음 제품을 써보았고, 그 이름도 처음 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벌써 꽤 성장한 회사이고, 이 회사도 구설수에 휩싸여있는 걸 알수 있었다. 


"다단계"라고 말하면, 대단히 불온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그 제품을 살수도 있을 것이다. 1회 소비자의 입장으로. 


우리가 믿고 사는 화장품들도 내부에 상당한 문제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해본다면, 백화점에 납품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제품의 질까지 의심하는 내 행동이 잘못되었던 것 같다. 자신이 눈을 열어놓은 만큼 보이고, 그 금안에서 살아가는 게 세상살이다. 


다단계 판매로 인한 소비자와 몸담았던 사람들의 피해가 수없이 많이 보고된다. 관리자들의 사기행각도 도를 넘고. 나 역시 어느 단체에 뭣모르고 참석했던 자리가 사업설명회였던 적도 있었다. 잘못된 곳에 끌려갔다가 살아나온 그런 심정이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살아보겠다고 그런 일들에 합류한다. 그중에서는 몇은 성공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고배를 마신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알고있는가? 그럼 지금 나는 무슨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가? 


일단은 소비자의 입장이다. 내게 맞는 알맞은 가격대의 화장품과 비누를 찾았고, 그런 이유로 예전에 나에게 물건을 추천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사기꾼"의 이야기를 듣듯 실눈을 뜨고 들었던 것을 사과하려는 마음에서다. 어쩌면 새로운 유통방식이 시작되고 있고, 내가 그런 것들에 눈을 감고있었던 것있지도 모른다. 한번 낙인찍었던 것은 다시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개똥철학"을 이제는 수정할 때가 된것같다.


그래서 사람이든 물건이든 "믿을 수 있는 이름"을 만들어내기가 그렇게 힘이 든것같다. 좋은 제품이라면, 사람들이 더 찾을 수밖에 없으니, 자신의 명성은 스스로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피부가 좋은 사람들은 그것의 고마움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떤 화장품이든 제한없이 쓸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축복이 아니다. 나처럼 민감한 피부를 가진 이에게 적합한 그런 제품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연구와 노력에 고마움을 표하는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