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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루미의 약혼파티

엄마, 로즈메리가 약혼파티 초대장 보낸다고 했어.

그렇게 심드렁하게 딸이 이야기했다. 

약혼파티에 나를 초대한다고? 뭔가 맞지않는 이야기를 들은듯, 잠시 멍했다.


그리고 며칠후 로즈메리로부터 약혼초대장이 왔다.

앱을 이용한 이메일 카드로, 올수 있냐는 물음에 예쓰를 대답하고, Guest란에도 예쓰를 했다.

초대받았으니, 게스트가 아닌가 하여.


그런데 가만보니, 우리 부부 이름아래 게스트도 있다고 나온다. 우리 외에 누군가 더 간다는 표시를 하게 됐다.

약혼파티에 가게 된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니, 약혼은 신부집에서 하는 건데, 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나는 약혼식을 할 생각도 없고, 의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관여할 여지가 있는 행사가 아니었기에, 신부 부모로 당연히 참석해야 하지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조금 쭈빗거리게 된다. 약혼파티가 가까와오면서 딸에게 게스트란에 예쓰를 했는데, 누구를 데려가야 하는지, 또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로즈메리에게 물어본단다. 그녀는 시어머니 될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딸은 로즈메리는 누구든 데려와도 된다고 했다며, 알려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우리집에서 6시간 걸리는 Kingston에서 하는지라 가족들에게 같이 가자고 하기도 난감하기도 했고, 가게 지키는 이도 필요해 막내딸도 빠지기로 했었기 때문에 우리 부부와 같이 갈만한 사람을 찾아야하나, 하면서 동생, 언니에게 의논했다. 신부측 사람들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인 것도 같고 말이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복잡한 생각이 들어, 딸이 킹스턴에 있는 동안 연락했다. 우리 둘만 참석하겠노라고. 초대장에 잘못 보낸 것 수정하겠다고. 그날 저녁이든가, 로즈메리에게 개인 이메일이 왔다. 우리집 막내딸 미리도 보고 싶고, 누구든 같이 와주면 대단히 감사하겠고, 너무 먼거리이니 하루 전날 와서 자기집에서 머물고, 행사후 하루 저녁 더 묵고 가도 된다며, 간곡한 편지가 왔다.


막내는 처음부터 자신은 가게를 본다며 엄마, 아빠 다녀오라고 했는데, 언니의 약혼파티에 동생이 참석하면, 큰 힘이 될것같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을 찾았다. 우리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미키 할머니가 최근에 몸이 안좋아 가게일을 봐주지 못하여, 나와 남편, 미리가 번갈아가면서 가게를 보고 있기 때문에 온가족이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아졌다.


옆마을 한인 아저씨께 부탁했다. 그분이 한국에 나갔을때 내가 가서 한달 정도 가게를 도운 적이 있기도 해서, 그분은 기꺼이 하루 일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미리를 포함하고, 결혼계획이 발표되면서부터 자신이 도울 일이 있는지, 언제나 부탁하라던 동생이 함께 가주기로 했다. 그녀는 심리상담가로 유창한 영어와 따뜻한 마음씨로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집안의 보석같은 존재이다.(특별히 영어가 필요한 곳에) 그래서 로즈메리에게 편지를 썼다. 나도 개인적으로 사부인이 될 그녀에게 처음으로 보내는 편지다. 미리와 동생이 함께 가기로 했다고. 그리고 집에서 자고 가라는 권유는 너무나 감사하고 그러고 싶으나, 다음날 가게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노라는 내용으로 보냈다. 로즈메리는 자신의 아버지도 가게(나중에 약국을 경영하셨음을 딸을 통해 알게됐다)를 경영하셔서, 집에서 멀리 움직이시지 못하셨노라며, 만남에 대한 기대를 그려 편지를 보내줬다. 그런데 또 한사람, 이번엔 나의 게스트가 아닌, 루미의 게스트로서 우리 집안의 대소사를 훤히 알고, 우리 아이들이 간난아기 일때부터 함께 놀아준 사촌언니 헬렌이가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 우리 가족은 토요일 가게를 닫고 밤늦게 토론토로 행했다. 그날은 마침, 엄마의 생신날. 다른 가족들이 엄마 생신을 챙겨드리고, 우리는 밤 12시에 도착하여 엄마표 미역국과 한끼를 먹었다. 


파티는 트리스탄(예비 사위)의 아버지가 일했던 킹스턴 퀸스대학내 클럽하우스에서 열렸다. 칵테일 파티라고 해야 하나. 꽃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세 방이 있고, 칵테일과 에피타이저와 비슷한 종류인 참으로 맛있는 핑거푸드가 차려져 있었다. 일하는 분들이 칵테일과 음식을 작은 쟁반에 들고 다니며, 권했다. 혹은 테이블로 가서 접시에 담아먹어도 된다. 나는 이름을 잊은 칵테일 두어잔을 마셨더니, 영어가 술술 나왔다.(^^) 한국 떡집에서 모듬 떡 파티 트레이를 주문해서 가져갔다. 


꿀떡, 찹쌀떡, 인절미, 송편, 무지개떡 등 각종 모양의 그 떡을 트리스탄이 잘먹는다. 로즈메리는 이런 모양의 음식은 처음이라며 기쁜 표정이다. 손님중 많은 분들은 트리스탄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은퇴한 대학교수들 커플들이었고, 교사직을 은퇴한 로즈메리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이웃 친구들. 프레드(트리스탄 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시다. 그가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이 트리스탄이어서, 가만히 얼굴만 보면, 대화를 나누기 어렵게 생각되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의 토크 파티였는데, 내 말을 주의깊에 들어주는 그들을 보면서 속으로 놀랜다. 소설가도 있어서 한국에서 유명한 소설가가 누구냐는 질문도 받았다. 나는 최근에 상을 받은 한강을 이야기했는데, 그녀가 받은 상의 이름도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의 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느냐는 이야기에도 채식주의자 또한 갑자기 생각나지 않고, 소년이 온다가 생각났는데 그것을 영어로 이야기할때는 "take care of my boy"라고 엉뚱하게 말했다. 아마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떠올라, 제목을 혼돈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다시 찾아가 정정하고 싶다.


그 다음에 또 누가 있느냐는 질문에 황석영을 이야기했다. 조금 더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었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화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의 신문사 경력까지 들춰내면서 대화를 이어가긴 했지만, 한국 문학작품과 작가를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 


공식적인 프로그램이라야 로즈메리의 간단한 인사가 있었고, 프레드의 시낭송이 있었다. 그는 로이 크로프트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이라는 시를 읽었다.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I love you because"가 간간히 귀에 꼳혔다. 이 시를 나는 처음에 프레드가 쓴 시인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들을 위해 고른시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되어, 이 블로그를 수정하고 있다. 부끄럽다. 나의 부주의함과 자작시라 하여, 전체적으로 품위를 주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 그러나 그가 쓴 시가아니면 어떠리. 


참으로 즐겁고 유쾌한 자리였다. 호기심어린 눈으로 내가 가져온 떡의 재료성분을 물어보며, 하나씩 맛을 본다. 어떤 이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밀가루가 포함되지 않고, 콩과 쌀, 찹쌀이 주원료라고 소개한다. 


그렇다. 둘째딸이 우리집의 혼인의 문을 연다. 오랫동안 사귀던 트리스탄과 결혼을 계획하고 진행중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킹스턴 남자친구의 집으로 간다고 했을때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하여 적어보낸 영어편지에 그녀의 편지는 5분만에 답장이 왔다. 나보다 더 긴 길이의 편지였다. 자신의 결정은 그리 쉽게 한것이 아니며, 잘살아낼 자신이 있다고. 남자친구와 헤어져 있을 수는 없다면서 말이다.


그런 루미의 결혼식에 두 가정의 모든 식구들이 최대한 협력하여 그들을 돕는다.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두 사람에게 우리들의 후원과 지원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너무 기쁘게 그 일을 감당하고 있다. 프레드가 말했듯이 "결혼"은 두 사람의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모두를 사랑으로 묶는 묘약이다. 아니, 결혼이 아니라 사랑이 묘약이다. 이 기쁜 여정에 있음을 오늘도 감사드리고 있다.



미리(왼쪽)와 루미 어떤 손님은 미리를 붙잡고, 손에 키스까지 하려고 했다나. 트리스탄의 약혼녀인줄 알고 말이다. 

트리스탄이 말렸기에 망정이지..


 동생이 휴대폰으로 찍어준 사진. 너무 마음에 든다.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왔는데도 올리네. 맘변하면 내려야쥐.


떡을 집어먹어보는 손님들. 그 표정이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루미 칭찬을 했지만, 나는 그말이 나오기 무섭게 트리스탄이 얼마나 좋은 청년인지 설명한다. 나는 아마도 좋은 장모가 될것같다.^^




이날 신부측에서 참석한 사람들과 트리스탄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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