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를 낳을때 배를 갈라서 나았다.
배를 갈랐다고는 하지만, 아이가 아주 조그마해서
배 바로 밑, 주름진 곳을 몇센치 미터인지 자르고 다시 봉합해서,
자세히 보지않으면 그 상처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보기엔 그렇게 작은 상처이지만, 거의 평생을 그 흔적을 느끼며 살아간다.
예정일이 두달이나 남았는데, 통증이 느껴졌다.
배는 헐렁한 옷을 입으면 임신한 사실조차 남들이 감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 배의 크기 만큼이나, 나는 새로 태어날 나의 어린 것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었다.
이미 위로 두애나 있었고, 예기치 않은 임신에 별다른 기대와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병원에서는 곤란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단다.
그러더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해야한다면서 마취제를 주사하기 시작했다.
철판같은 차가운 침대에서 나는 준비되지 않은 출산을 경험해야 했다.
이 상처가 그렇게 오랫동안 아물지 않는다.
나는 그 의사들의 말이 생각난다.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그 방면의 권위자가 없는 와중에 그냥 행한 수술이 아니었을까 의심된다.
아무리 정성분만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통증이 10여년이 지나려고 하는데, 아직도 있으니 말이다. 특별히 생리중일때는 그 부분이 무척 아프다.
얼마전부터는 왼쪽 봉합부위가 결리고, 그 주위 옆구리로부터 넓적다리까지 통증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남편이 침을 놔주고, 전기자극과 뜸의 역할을 한다는 전기 원적외선을 쐬어주었지만, 나을 기세가 아니다. 아무래도 수술후유증인것 같기도 하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흔적을 남기는가 보다.
그러고보면, 세째를 낳고나서는 병원을 찾은적이 없다. 그 햇수도 10년이 되어간다. 주변의 아픈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 나를 잘 아는 언니는 나보고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성화다. 나이가 들면 정기검진을 제때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 관한 걱정이 아니었는데, 나보다 앞서나가는 언니는 왜 이런 좋은 나라에서 제 권리를 그렇게 찾아먹지 못하느냐고 한다.
조금씩 그런 생각도 든다.
사느라고 아플 사이도, 아플까 의심하며 진료할 사이도 없었던 것 같다.
남편의 한의 치료를 못미더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떤 병이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닌가 한번 검진을 받을때가 되었다는 생각도든다.
사실, 단순한 몸살기운일수도 있다. 목구멍만 아파서 감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요즘 우리집을 돌고있는 감기 바이러스가 내 몸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인지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가?
글 쓰기를 어렵게 하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꾸 어려워진다. 그 이유가 "제대로, 폼잡아서 쓰고싶어서"인것 같다.
주제를 모으고, 그를 틀에 맞게 늘어놓고, 그안에서 약간의 교훈을 집어내고...
희망사항일뿐 지금껏 그렇게 잘된 글을 쓰지도 못했으면서 스스로 글쓰기만 어렵게 만들어버린 것 같다.
사는 이야기를, 쉽게 하자던 원래의 뜻과는 멀어져만 가고있다.
그래서 오늘의 글은 그냥 횡설수설하기로 한다.
요즘의 나는 집순이가 되어간다.
집이 좋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집에서 빈둥거리고 싶다.
읽을거리와 교통하는 인터넷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하다.
집에 있으면서 에너지를 모아, 아이들을 돌본다.
아이들의 소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되기 위해 나를 단련한다.
이러다 봄이 오면, 또다시 사람들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심심하고 외로운 것이 나에게 문제로 돌아오게 되길 바란다.
그때서야, 정색하고 무언인가를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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