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머니날에는 어떤 걸 원해? 했는지,
어떻게 지냈으면 좋겠어? 하고 남편이 물었는지 잊었는데,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누가 저녁해주면 좋겠네... 그랬다.
5월 8일, 오로지 엄마들의 날.
한국은 어버이날로 통일되어서, 찬란한 어머니의 영광?이 좀 희석된 감이 있는데,
이곳은 매년 5월 둘째주 일요일이면 "Mother's Day"로 특별히 모셔진다.
6월 둘째주에 있는 "Father's Day"는 그 인기도나 지명도에 있어서, 어머니날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한국의 아버지들은 어머니덕에 그나마, 효도를 진하게 받아보지 않나 생각된다.
그건 그렇고, 내가 생각해도 참 소박한 소망인데, 이런 특별한 기념일 날, 매일 하는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조금 더 꿈을 꾼다면, 온 가족이 정성을 들여, 어머니 한분(나 하나만을) 만을 위하여 식탁을 차리고 대접한다.
"풀 코스"로..
왜 어머님의 희생의 댓가로, 주변인(가족)들의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하게 되는지 알수 없지만..
이 소망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뤄졌다.
이번주 교회에 가서 조금 졸았다. 커피까지 마시고 갔는데, "왜 오늘따라 목사님은 다 알고 있는 말씀만 하시나.."하면서, 조는 중에도 목사님께 화살을 돌린다.
그러고 났는데, 오늘은 어머니날이라서 아이들과 남자성도들이 어머니들을 위해 "애찬"을 준비했다고 했다.
여자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예배후의 다과를 준비하니까, 그 순서를 하나 맡은 것이겠지, 했지 더이상의 기대를 하진 않았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아이들이 식당 문앞에서 서서 출입을 막는 바람에, 따뜻한 햇볕을 쬐며 교회마당에서 서성였다.
그러고 조금 후 입장이 허용되어서 짜잔하고 들어갔는데, 처음보는 초록색, 분홍색 식탁보가 깔려있고, 곳곳에 촛불이 켜져있었으며, 가장 아름다왔던 것은 카네이션 꽃잎을 하나씩 뜯어 식탁위에 흩뜨려놓은 것이었다.
천장을 보니, 풍선들이 리본을 매달아 달려있고, 남자성도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왔다갔다 한다.
"어머니들만 앉으세요" 해서 한자리 차지하고 나니,
아이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고 노래를 불러준다.
엄마와 떨어져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서정"이의 엄마를 그리워하는 편지글을 들으니, 눈물이 나온다.
"엄마는 눈물흘리게 하는 무엇이 있어.
내가 엄마가 된 지금도, 이렇게 마음이 먹먹해져오는 건 뭔 일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음식이 나왔다.
빵이 접시에 담겨져있고, 밑의 사진과 같은 음식이 나왔다.
참 정성스럽게 만들었구나, 음식양이 적어보이니까, 빵을 먹으면서 천천히 음미하라는 말인가 보다, 했다.
그랬는데, 조금 있다가
이런 야채가 나왔다. 시저 샐러드. 그때서야,
정통 서양요리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감탄하면서 야채를 다 먹고 나자,
요렇게 생긴 메인 디쉬가 나왔다. 닭고기를 양념해서 굽고,
소스를 만들어뿌리고, 아스파라가스와, 토마토, 홍당무등의
야채가 곁들인 수준급의 음식이었다.
아직도 한가지가 더 남았다는 안내방송이 있은후,
디저트가 나왔다. 이름하여 만다린 치즈케잌.
한입 부리나케 베어물다가, 정신차리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음식을 위해서 주방장으로 수고하신 아래 남자 성도님과,
웨이터로 종횡무진하고 있는 목사님과, 즐거운 어머니 한분...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5개의 코스로 되어있는 서양정통요리를 남자성도들에게 대접받았다.
어머니들에게만 대접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미리 스파게티를 먹여놓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중간에 사진촬영을 위해 주방을 둘러보니, 마침 배고픈 남자성도들이 틈이 나는 대로, 아이들이 먹고 남긴, 스파게티를 선채로 허겁지겁 먹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정말 온전히 어머니들을 위해 헌신한 것에 감동이었다.
한점 흠이 있었다면,
주방장의...
"그런데, 여러분, 음식을 만들긴 했는데, 지금 부엌이 엉망이거든요. 그릇들이 다 어디로 가야할지, 음식남은 것 어떻게 해야할지,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겠는데요"
여자 성도들이 우르르 들어가서 주방을 모두 정리하는 것으로 마감했다는 이야기.
주방장의 부인은 남편이 뭔 일을 하는지 몰랐다고, 가게에서 모든일을 했나 보라고, 심드렁(을 가장한듯)하게 말하기도 했다.
서양음식점을 경영하셨던 한 남자분의 적극적인 봉사에 힘입은 것이었지만, 마음이 없었으면 어찌,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작은 교회 교인인 우리 교회 어머니들이 모처럼 특별한 어머니날을 맞이해서, 요렇게 이곳에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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