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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어떤 특별한 저녁식사

집을 나선것은 오전 11시경이었다.
평소에 안입던 드레스로 치장하고,
아이들도 내 재주껏 머리를 꽁꽁 동여매고
드레스를 입힌다.
참 무대장치가 훌륭하다.
푸른 하늘에 펼쳐진 구름들의 향연,
빗질 잘한 아가씨의 머리결처럼 풀어진 것이 있는가하면,
손오공이 탐직한 몽치구름,
집을 떠나서 도시로 달리는 차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 어떤날보다 쾌청하고 맑아보인다.
아마도 우리 부부 결혼 12주년을 축하해주는 것 같다.
올해의 기념일을 우리는 우리를 중매해주신
부부를 모시고 저녁식사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간 장성한(?) 아이들을 데불고,
그분들을 만나기전 엄마 교회에 들러 예배를 드렸다.
오랫만에 드리는 한인교회에서의 예배는
참 감동적이다.
옷이 커보이는 작아지는 엄마를 보아선지,
고얀히 코가 시큰하고, 안스럽고,
아름다운 성가대가 부르는 찬양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그렇게 예배를 드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초야(?)에 묻혀산 이후로 근 4여년간을 얼굴을 못보았다.
선생님!하며 전화를 하자,
아 결혼기념일이지? 하고 맞장구쳐주시는
분들을 불러낸 것이다.
엄청 커버린 아이들을 보고,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시는 두분들.
살아보니까, 인생이 참 짧은 것 같다는
두분들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14년전 캐나다에 오자마자 교민신문사에 취직했었다.
한국에서 하던 일 계속하다 기회만 되면
다시 나가리라 작정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때 기자의 신분으로 알게 된 분이 오늘 만난 그분들이다.
취재겸 마주앉은 자리에서 남편을 소개받곤
"그냥” 만난 것이 이제 13년째가 되어간다.

특히 우리를 소개시켜준 분은 그당시
한인여성회 회장으로 있었는데,
내분이 많았던 한인단체중에서
그래도 건실하고 야무지게 많은 일들을 하는 기관이었다.
모든 게 물설던 그 당시,
여성회의 뛰어난 조직력과 똑소리나는 회의진행방식등에 놀랐던 것 같다.
또한 그분의 남편은 “진정한” 시인이다.
그분의 얼굴을 알지못할때 그분의 시를 신문에서 대하곤
내가 “아”하는 탄성을 질렀던 적이 있다.

그런 귀한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 부부가 만나다니
참으로 행운아들인 셈이다.
우리의 중매자인 그분은
“우리 부부 인연만든 것이 일생일대의 힛트작”이라니,
우리는 그분들의 작품인 셈이다.

12년 결산은 "아 살아보니 좋았노라..."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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