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너나, 그리고 우리

1시간에 30명의 주린배를

매주 목요일 아침,
아이들의 학교에 간다.
약 1시간이면, 30여명이 아침을 해결한다.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블랙패스트 클럽에
자원봉사한다.

그날이 되면 아이들 학교준비시키고,
아이들보다 더 빨리 학교로 간다.
이번 주 식단은 잉글리쉬 머핀을 굽고
그 위에 치즈위즈나 잼, 버터를 바르고
사과를 자르고, 치즈를 동강동강 썰어놓는다.
오늘의 헬퍼는 아줌마 둘,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생인 하나와 역시 같은 학년인 내딸...
음료수는 우유와 사과쥬스...

식사준비는 8시에 해서 8시25분쯤이면 끝난다.
아이들은 학교버스가 도착하면서 조금씩 불어나고.
그 아이들이 아침을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훈련이 된 아이들은 긴 벤치에 앉아 저희들
먹을 것을 날라다놓고 식사한다.

아이들이 먹는 동안 설겆이가 시작된다.
마른 수건으로 다 닦고, 그릇받이까지
모로 세워놓으면 시간이 한9시쯤, 좀 늦은 날도
10분을 넘지 않는다.

먼곳에서 새벽같이 오는 아이들이나,
부모가 일찍 일터로 가는 아이들,
혹은 어떤 사정에 의해 아침을 못먹고 오는
아이들을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아이들이 주린배로 수업을 받게 할 수는 없다는 것.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고,
작은 정성이면, 아이들이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온타리오 곳곳의 학교들로 번지고 있다.
음식비 마련도 기부금으로,
일하는 사람은 자원봉사로 모두 운영되고 있다.

어떤 노부부는 일주일에 한번씩 나와서 같이 봉사한다.
쿠키와 머핀을 구워오고.
나같은 사람은 나의 세아이가 학교에 있으니
당연히 봉사해야 하지만,
이미 아이들이 다 성장해서 이곳을 떠난
아주머니들도 같이 움직이고 있다.

나와 함께 매주 일하는 페기라는 여성은 나의 본보기가 된다.
이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모두 장성해서
딸은 결혼하고, 아들은 적령기가 되어있으나
그는 매주 봉사를 한다.
1년 동안 봉사한 노하우로 올해 운영자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매번 같은 메뉴를 줄 수 없다며
메뉴 개발을 하는 것은 물론,
부엌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나르고,
적절한 비품을 구비해놓아 일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한다.
또한 지난번에는 뱅쿠버에서 부모집을 방문한
아들과 그 여자친구를 아침식사 준비때 데리고 와서 같이 봉사하게 하더니,
지난주에는 남편을 동반했다.
부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그녀를 통해 진취적인 삶의 모습을 배운다.
내 아이들이 학교에 없다면,
나는 그럴 수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한시간이
그렇게 유용하게 사용되어진다는 데 놀라움을 느낀다.

매주 목요일 아침의 소란스러움은 그래서,
나에게 활력을 준다.


'너나, 그리고 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요즘 즐거운 이유  (0) 2002.11.29
회원 여러분께  (0) 2002.11.28
복권당첨  (0) 2002.11.22
첫글을 올립니다  (0) 2002.11.20
어떤 특별한 저녁식사  (0) 2002.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