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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아 창피한 엄마-아이들 필드트립 견학기

오늘 막내와 둘째가 학교 필드트립(야외학습)을
나갔습니다.
둘째가 엄마의 동참을 요구해, 함께 다녀왔지요.

이번 야외학습은, 유람선 투어와, 박물관 방문이었습니다.

어젯밤 쌓인 눈으로 백색의 거리가 빛을 발합니다.
저이들끼리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눈꽃같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간 곳은 유람선 투어.
<치치만>이라고 부르는 이 배는,
시즌이 지나면 정박해 있습니다.
나는 둘째애 학급을 쫓아다녔는데,
선장이 아이들에게 가이드를 해주더군요.

올 여름, 매니토우린이라는 섬에 갈때 한번
타보긴 했습니다.
언뜻 보기에 바다같이 넓은 호수위로 다니는 배입니다.
섬에 가는데 2시간이 걸렸지요.
극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처럼 자동차들이 등선하느라
길게 늘어서있던 생각이 납니다.

150대의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넓은 주차공간,
1천여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큰 배입니다.

넓은 식당, 아이들 놀이방, 친목할 수 있는 장소등,
곳곳을 보여주었지만, 제가 눈에 들었던 것은
그 많은 구명조끼와, 구명 보트들,,, 겹겹으로 묶여져
사람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긴 줄, 튜브 ..

물에 빠지면 바로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잘하면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큰 배 옆에 밧줄로 동동 묶여져 있는 소형배는
유사시, 23초면 작동이 가능하게 되어있다고 설명해주는군요.


매년 시즌이 돌아오기 전 구명보트등, 모든 장비를
일제히 점검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한번도 사용되어지지 않을…
혹은 어쩌면 한번쯤 사용되어질 그것들에
들이는 정성과 준비가, 든든한 생각을 품게 합니다.

사람들의 연회장소로도 쓰인다는 한적한 로비에
방문자들을 앉히고, 인솔교사의 질문에 답해주는
선장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또 흥미로왔습니다.

15살에 부친을 잃고, 집에서 하는 농장을 돌보다,
배를 탔다더군요.
배를 타면서, 필요하면 공부를 계속하고,,,
내년 6월말에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은퇴시기를 기준으로 38년간 “sick day”(아파서 결근한 날)
가 없었다는 자부심…
은퇴하면 무얼 할 것인가하고 물으니,
다시 농장으로 돌아갈 거라더군요.
마치 당연한 것을 질문한다는 것마냥.

아직도 나는 확실한 한국사람이 되어놔서,
선장이 직접 가이드해주는 것이
그렇게 황송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배에 대해 잘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니 그가 해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지요.

조타실(선장실)에 데리고 가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로, 각종 기기들을 보여주며,
배 운항의 기본을 설명해줍니다.

점심을 막내 반 아이들과 같이 만나 맥도날드에서
해결하고,
2차로 박물관 견학을 했습니다.
캐나다의 역사가 이제 150여년이 되어가니,
타임머신을 타고 150년전부터 현재까지를
훑었습니다.

실제로 집을 지어놓고, 그안에 옛 물건들로
장식한 1845년의 한 가옥에서는,
옛옷을 입은 아줌마가 아이들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 당시 자기집의 크리스마스 전경에 대해..

시간이 조금 흘러서 1900년의 집,
그 사이에 발전한 것들을 보았고,
(역시 1900년도에 살았음직한 등이 구부정한 아줌마가
집주인으로 있어, 방문자에게 설명해줍니다)

현재의 집과 별 다름이 없어보이는
1920년대의 집에서는 또 그 시절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쓰이던 것들을
주인아줌마와 함께 포장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번 박물관 견학은
시대변천에 따른 크리스마스 풍속도에 대한
것이었나 봅니다.

통나무로 지어진 온갖 먹거리가 천장에 매달린
1850년대 집에서 살고싶은 사람,
넓은 부엌을 갖추고, 흐리멍텅한 거울을 벽에 걸어논
1900년대 집에서 살고싶은 사람,
그리고 현대건물에서 살고싶은 사람 이렇게 세패로
나뉘었지요.

오고가는 차편을 아이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왔는데,
정말 아이들이 얼마나 떠드는지…
선생의 눈에 벗어날 짓만 하는 아이들,
부모의 얼굴이 함께 떠오릅니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없어도 잘해야할텐데,
소리치는 교사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헐레벌떡 나가서,
학교 파할때 돌아오게 되니,
머리가 좀 무겁고, 힘이 들었어요.
마지막 오는 찻속에서 묘하게 혼자 앉게되어,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꽉 차 있는 차안에서
혼자 졸았습니다.
기분좋게 잤다고 해야…

집에와서 둘째가 그러는군요.
친구들이 엄마가 자는 걸 보았다고.
친구중 한명이 이를 놀리는 식으로 말했나 봅니다.

이에 대해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너의 엄마는 일을 많이 하셔서
피곤하신 건지 모른다”고 감싸주었다나요?

녀석들, 떠드느라고, 별 관심도 없어보이더니
제가 자는 것은 용케도 훔쳐봤나 봅니다

“미안해 루미, 엄마 다음엔 안 졸께”했더니
“노, 엄마, 자도 되요. 친구에겐 그게 뭐 큰일이야
했어요. 그랬더니 그애가 아무말도 못하던걸요?”
라고 말합니다. 제 친구와 협동하여 엄마를 변호한 것 같습니다.
아 창피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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