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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나의 방이 만들어지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의 변화가 나를 놀래킨다.
글쓰는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국문과를 졸업했고,
어학공부하는 사람들을 한눈아래로 째려보면서,
문학전공을 자랑스럽게 마쳤다.
졸업하고 나서도 출판사, 잡지사를 전전하는 전력을 자랑하다가,
내 뜻과는 무관하게 발을 딛게된 캐나다에서도
시차적응이 안되어 낮에는 밑으로 처지는 눈까풀을 쓸어올리며
이민 2주만에 교민신문사에 입사했다.
한국말만 써도 되는 그 직업도 좋았고,
그것뿐이랴, 한국사람을 만나고 한국어로 기사쓰고, 그 일을 거진 6년을 하게됐다.
이 정도면, 글에 관한한 작은 명함 하나정도는
내밀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게다.

그러나, 신문사를 나오곤 그야말로 "글"에 대한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신문사에서 청탁을 해보고, 청탁에 쫓기는 글쓰는 이들을 보면서,
나에게는 글이 자꾸 부담이 되어갔다.

소설도 아니고, 시도 아니고,
그저 사람만나 들은 이야기 풀어놓는 수준이었던 나의 글쓰기는
그곳에서 성장을 멈추고 있었다.
그런 내가, 이런 칼럼 코너를 자원해서,
누구도 추천하지 않고, 등을 떠다미는 이 하나 없는데,
이를 열어야만 했던 나의 "글에 대한 갈급함"이 나를 얼마나 어이없게 하는지.

사실, 글을 생각하게 된 동기는 한 2년여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눈이 많이 오는 이곳은 겨울이면 빙판운전으로
사고가 많이 난다.
우리 온가족이 토론토를 방문하기 위해 차에 몸을 싣고 한5분 달렸을려나,
그만 운전하던 남편과 지켜보던 내가 "어, 어"하는 사이에 차가 미끄러져,
옆 들판에 뒤집혀박히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 이름을 불러대고.
다행이도 아이들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있었고,
창문으로 기어나와,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내가 한 생각은
기록을 해두어야겠다는 것이었다.

만약에 내가 이렇게 세상에서 소리없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의 모습들이 어떻게 기억되어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없어진다면, 더더욱 남은 가족을 위해
엄마, 혹은 아내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느꼈는지를 알려줘야 하겠다는 것.

그러곤, 인터넷을 통해 옛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렇게 할말이 많아지는지.
그간 살아온 이야기는 그런대로 짧게 끝낼 수 있었지만,
하루에도 수번씩 내 가슴에 쌓이는 수다를 털어놓기엔 너무 많은 양이 되어갔다.
내가 등록한 카페에 내 글로 도배할 수도 없고,

인터넷에는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있었다.

이제 나의 "방"을 하나 만들었다.
언제라도, 누구하고나 나누고싶은
내 마음의 밭을 가는 작업실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혹여, 내 글에 공감하거나, 같은 경험을 가진 이들,
그리고 따끔한(혹은 따뜻한) 충고를 해준다면,
그것보다 기쁜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샘솟는 나의 열정을 이곳에 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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