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오늘은 불행해 보이네.”
저녁 잠자리에서 나에게 던지는 남편말.
그렇지않아도 불편했던 맘이, 남편의 그말에 미안함으로 나타난다.
“나도 알아.”
“나래 숙제 도와줄때 나타나는 증세지?”
이젠, 내 표정에 도사가 되어버린 남편의 진단.
큰애의 숙제가 <한국문화에 대한 연설원고 마련>이었다. 선생의 제안인줄 알았더니, 제 스스로 주제를 선택한 것이다. 그 부분은 기특했다.
월요일, 폭설관계로 하루 쉰다고 친구집에서 놀다가,
숙제를 위해서 일찍 집에 오긴 했는데,
나는 밥하느라, 저는 컴퓨터하느라 저녁 전까지는 내 맘만 급할뿐,
건드리지 못했다.
아이들 밥을 먹이고, 한국인에 대한 영어책자를 주었다.
“이걸 먼저 읽어보고, 전체적인 느낌을 잡아봐.”
역사, 문화, 사람, 전통, 예술 그리고 한국의 오늘등
그래도 조목조목 정리가 잘되어있는 책이다.
단점이라면, 좀 어려운 용어가 많이 있다는 것.
엄마, “안빵”이 뭐야?
“컨넌방”이 뭐야?”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물어본다.
안방 건넌방 사랑방, ,,
전통 가옥구조를 설명해준다.
온돌방,,,
마루,,,,
화장실과 부엌은 신을 신고 가야 하고.
엄마 어렸을때의 집의 구조라고.
설명하면서도 이런것까지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오락가락 하게 된다.
어쨋든 그애와 내가 기본 골격으로 잡은 주제는
음식, 주거생활, 전통놀이, 의복, 역사, 한국의 환경 등이다.
대강 책을 통해 이해는 되는데, 한국의 역사 부분이 이해가 안된단다.
왜 분단이 되었냐고.
소련이 나오고, 미국이 나오고, 일본의 패망후 소련과 미국이 한국을 서로 차지하려고 해서, 결국엔 그들의 결정으로 38선으로 나뉘고,
그런 다음에 또다시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내 기분은 여기서부터 다운되기 시작했다.
“왜 분단” 되었냐는 물음에,
강대국들의 힘살겨루기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대답이 나에게도
그애에게도 석연찮은 것….
마음껏 영어로 설명해줄 수 없는 것도, 또 내안에 제대로된 역사의식이 있는건지,
내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나름대로 이해하기를 마치고,
첫문장을 쓰기위해서 끙끙댄다.
“엄마 이런 말은 어때?”하면서 물어보는 족족, 이내 내 눈을 찡그린다.
그렇게 구태의연하게 시작하면, 누가 흥미를 갖겠니?라고 속으로 말하며.
머리를 들었다 박았다 하다가 또 동생들과 어울려 한바탕 놀고… 나도 나를 주체못하고, 칼럼방을 오가며 아이가 한눈팔때 같이 한눈팔았다.
이것도 아주 고약한 느낌이다. 같이 한심해지는 느낌.
그러다보니, 글쓰기는 10시가 넘어서 시작이다.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써내려가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더 이상 도와주기가 싫었다.
우선 제 나름대로의 글쓰기를 끝낸후 도와주리라 하고 옆에서 뜨개질만 하고 있었다.
남편이 일을 끝내고 올라와서,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옆에서 애쓰는 딸이 안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쩌다 그애곁에서 뜨개질하다 잠이 들었다.
“나래가 다 끝냈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못하겠데.
내일 아침에 하라고 그러지 뭐.”
하면서 나를 깨우는 남편의 목소리. 시계를 보니 12시를 조금 남겨놓고 있었다.
“알았어”하고 아이를 들여보낸다.
그애가 써놓은 글을 자러 들어가면서 한번 읽으니, 제 느낌이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부분을 엄마 아빠에게 듣고, 또 책에서 읽은 대로 풀어써놓는 글이다.
“아휴, 내 이럴 줄 알았지. 제 생각이 이렇게 없으면 어떻게 해.”
남편에게 짜증을 낸다.
큰애에게는 관대해지지가 않는다.
그애가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평가를 내리지도 않는다.
간신히 그 점수나 줄까?
제 애에 대해서만은 후한 점수를 주는 게 부모맘일진데,
나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
초등3학년때에도 스피치대회가 있었다. 제 말에 의하면, 다리가 벌벌 떨려서
서있을 수가 없었대나.
그때 반에서 처음 몇명을 추리는 데서 떨어졌다.
집에와서 하는 말 “I was glad to fail”(난 떨어진 게 너무 좋아)
기가 막혔었다.
내가 남편에게 “나래가 한복을 입고 하면 좋을텐데, 그애가 분명히 싫다고 할거야.”했더니, “뭘 한복씩이나. 안 입어도 돼”한다.
그래서, “나래는 정말 당신닮았어. 나같으면 입고 할텐데. 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안입어도 된다고 말하잖아?” 놀려댄다.
혹시나 해서 “얘, 발표할때 한복을 입고 하면 어떠니?” 넌지시 던지는 내 말에,
“No!!!!!!”를 연발한다. 거기에 대고 중얼중얼… “한국을 소개하는데, 한복만큼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냐…”
내가 나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면, 남편이 그런다.
자신이 그랬다고. 고등학교때까지 남들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려면,
준비했던 것 다 까먹고, 무슨 말을 했는지 전연 기억이 안난다고.
겁도 많았다고.
어쨋든 그 원고를 학교에 가지고 갔다. 선생이 나와 똑같은 지적을 해줄 것이다.
본인의 감정과 경험등을 보태오라고.
가끔 큰 프로젝트를 받아오면,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 이상으로 나에게도 그만한 긴장이 온다.
불완전한 엄마이므로, 이를 제대로 도와줄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또 내 딸이 생각만큼, 이해심있게 엄마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숙제가 요구하는 중심을 잡아내지 못할때 내가 느끼는 단절감 등등…
아이들이 부쩍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을 나타낸다. 북한이 기아선상에 있는 것도 뉴스나, 선생들이 하는 말을 듣고 안다. 북핵문제에도 관심이 있고.
이번 기회가, 내가 그간 내버려두었던 우리 아이들 한국공부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나래에게 화를 내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원고를 가다듬고, 생각을 가다듬어 그애의 자신감을 키워줘야 겠다.
엄마라는 직업은 길고도 부단한 일이다. 작은 일에 지치지 않아야 할텐데..
저녁 잠자리에서 나에게 던지는 남편말.
그렇지않아도 불편했던 맘이, 남편의 그말에 미안함으로 나타난다.
“나도 알아.”
“나래 숙제 도와줄때 나타나는 증세지?”
이젠, 내 표정에 도사가 되어버린 남편의 진단.
큰애의 숙제가 <한국문화에 대한 연설원고 마련>이었다. 선생의 제안인줄 알았더니, 제 스스로 주제를 선택한 것이다. 그 부분은 기특했다.
월요일, 폭설관계로 하루 쉰다고 친구집에서 놀다가,
숙제를 위해서 일찍 집에 오긴 했는데,
나는 밥하느라, 저는 컴퓨터하느라 저녁 전까지는 내 맘만 급할뿐,
건드리지 못했다.
아이들 밥을 먹이고, 한국인에 대한 영어책자를 주었다.
“이걸 먼저 읽어보고, 전체적인 느낌을 잡아봐.”
역사, 문화, 사람, 전통, 예술 그리고 한국의 오늘등
그래도 조목조목 정리가 잘되어있는 책이다.
단점이라면, 좀 어려운 용어가 많이 있다는 것.
엄마, “안빵”이 뭐야?
“컨넌방”이 뭐야?”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물어본다.
안방 건넌방 사랑방, ,,
전통 가옥구조를 설명해준다.
온돌방,,,
마루,,,,
화장실과 부엌은 신을 신고 가야 하고.
엄마 어렸을때의 집의 구조라고.
설명하면서도 이런것까지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오락가락 하게 된다.
어쨋든 그애와 내가 기본 골격으로 잡은 주제는
음식, 주거생활, 전통놀이, 의복, 역사, 한국의 환경 등이다.
대강 책을 통해 이해는 되는데, 한국의 역사 부분이 이해가 안된단다.
왜 분단이 되었냐고.
소련이 나오고, 미국이 나오고, 일본의 패망후 소련과 미국이 한국을 서로 차지하려고 해서, 결국엔 그들의 결정으로 38선으로 나뉘고,
그런 다음에 또다시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내 기분은 여기서부터 다운되기 시작했다.
“왜 분단” 되었냐는 물음에,
강대국들의 힘살겨루기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대답이 나에게도
그애에게도 석연찮은 것….
마음껏 영어로 설명해줄 수 없는 것도, 또 내안에 제대로된 역사의식이 있는건지,
내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나름대로 이해하기를 마치고,
첫문장을 쓰기위해서 끙끙댄다.
“엄마 이런 말은 어때?”하면서 물어보는 족족, 이내 내 눈을 찡그린다.
그렇게 구태의연하게 시작하면, 누가 흥미를 갖겠니?라고 속으로 말하며.
머리를 들었다 박았다 하다가 또 동생들과 어울려 한바탕 놀고… 나도 나를 주체못하고, 칼럼방을 오가며 아이가 한눈팔때 같이 한눈팔았다.
이것도 아주 고약한 느낌이다. 같이 한심해지는 느낌.
그러다보니, 글쓰기는 10시가 넘어서 시작이다.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써내려가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더 이상 도와주기가 싫었다.
우선 제 나름대로의 글쓰기를 끝낸후 도와주리라 하고 옆에서 뜨개질만 하고 있었다.
남편이 일을 끝내고 올라와서,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옆에서 애쓰는 딸이 안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쩌다 그애곁에서 뜨개질하다 잠이 들었다.
“나래가 다 끝냈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못하겠데.
내일 아침에 하라고 그러지 뭐.”
하면서 나를 깨우는 남편의 목소리. 시계를 보니 12시를 조금 남겨놓고 있었다.
“알았어”하고 아이를 들여보낸다.
그애가 써놓은 글을 자러 들어가면서 한번 읽으니, 제 느낌이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부분을 엄마 아빠에게 듣고, 또 책에서 읽은 대로 풀어써놓는 글이다.
“아휴, 내 이럴 줄 알았지. 제 생각이 이렇게 없으면 어떻게 해.”
남편에게 짜증을 낸다.
큰애에게는 관대해지지가 않는다.
그애가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평가를 내리지도 않는다.
간신히 그 점수나 줄까?
제 애에 대해서만은 후한 점수를 주는 게 부모맘일진데,
나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
초등3학년때에도 스피치대회가 있었다. 제 말에 의하면, 다리가 벌벌 떨려서
서있을 수가 없었대나.
그때 반에서 처음 몇명을 추리는 데서 떨어졌다.
집에와서 하는 말 “I was glad to fail”(난 떨어진 게 너무 좋아)
기가 막혔었다.
내가 남편에게 “나래가 한복을 입고 하면 좋을텐데, 그애가 분명히 싫다고 할거야.”했더니, “뭘 한복씩이나. 안 입어도 돼”한다.
그래서, “나래는 정말 당신닮았어. 나같으면 입고 할텐데. 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안입어도 된다고 말하잖아?” 놀려댄다.
혹시나 해서 “얘, 발표할때 한복을 입고 하면 어떠니?” 넌지시 던지는 내 말에,
“No!!!!!!”를 연발한다. 거기에 대고 중얼중얼… “한국을 소개하는데, 한복만큼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냐…”
내가 나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면, 남편이 그런다.
자신이 그랬다고. 고등학교때까지 남들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려면,
준비했던 것 다 까먹고, 무슨 말을 했는지 전연 기억이 안난다고.
겁도 많았다고.
어쨋든 그 원고를 학교에 가지고 갔다. 선생이 나와 똑같은 지적을 해줄 것이다.
본인의 감정과 경험등을 보태오라고.
가끔 큰 프로젝트를 받아오면,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 이상으로 나에게도 그만한 긴장이 온다.
불완전한 엄마이므로, 이를 제대로 도와줄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또 내 딸이 생각만큼, 이해심있게 엄마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숙제가 요구하는 중심을 잡아내지 못할때 내가 느끼는 단절감 등등…
아이들이 부쩍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을 나타낸다. 북한이 기아선상에 있는 것도 뉴스나, 선생들이 하는 말을 듣고 안다. 북핵문제에도 관심이 있고.
이번 기회가, 내가 그간 내버려두었던 우리 아이들 한국공부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나래에게 화를 내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원고를 가다듬고, 생각을 가다듬어 그애의 자신감을 키워줘야 겠다.
엄마라는 직업은 길고도 부단한 일이다. 작은 일에 지치지 않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