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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죽을 힘을 다하여..

나의 이름은 밥 타복스(Barb Tarbox)이다.
41살된 전직 모델이다.

고등학교 강당.
4천명의 초롱초롱한 눈이 나를 보고있다.
그들의 눈가에 잡힌 이슬이 보인다.
나는 그들을 향해 외친다.
“나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라.”
나도 그들같은 때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여학생!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항상 아이들에게 둘러쌓여있던 꿈같던 시절.

나는 죽어간다.
믿고싶지 않지만 죽어간다.
나는 나의 죽음을 아이들에게 알린다.


<폐암> 판정을 바로 전까지만 해도, 나는 보통사람들보다 더욱 정렬적으로 살아내는 모델이었다.
작년 가을 정기검진을 받았을때 엑스-레이에 나타난 작은 선을 보고, 의사가 재검사를 권고했다. 얼마후의 CT촬영에서 나타난 놀라운 결과, 폐암이 뼈속과 두뇌속까지 번진 말기암 환자였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나에겐 자각증상이 하나도 없었다.
“기참한번 없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다.
의사말에 <폐암> 환자의 50%이상이 말기가 되도록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의사의 선고가 떨어지고 난후 2달반이 지나자, 몸무게가 15kg이 넘게 빠졌다. 까무라칠 것 같은 엄청난 두통이 밀려오고, 지하실까지 제힘으로 걸어다니지 못할 정도로 허약해졌다. 시시때때로 주저앉고 싶어진다.

내 <폐암>의 원인은 흡연이다.
나는 흡연을 12살에 시작했다.
배구, 농구등 어느것에서다 뛰어난 학교에서 내노라 하는 운동선수였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인기가 높다. 나는 더욱 유명해지고 싶었다.
7학년에 올라가자, 친구들이 너나나나 흡연을 시작했다.
나의 첫번째 경험은 “맛이 지독하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을 보니 모두들 <성공적>으로 흡연의 길에 들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노력했다. 차차 적응이 되었다.

기가막힌 일은 나의 어머니까지도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는 데 있다. 어머니가 치료받을 당시 그중 한명 의사는 나에게 “밥, 너도 담배피니?”하고 물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답했더니, 그렇다면 너도 20년 후에는 이곳에 와야 할 것이라고 말해줬었다. 그래도 나는 그런일은 없을 것이라고,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20년,. 나도 엄마를 따라 가고 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남편과,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10살난 딸이 있다. 그들을 두고 떠나야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나는 나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카가 다니고있는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캐나다 고등학교를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너희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할 용기가 있으면 흡연하라.”고.

나의 1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 강의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운다. 나는 그 아이들이 나의 잘못된 길을 따라하지 않길 바란다.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서 마음에 우러나오는 위로와, 다짐을 실은 수많은 이메일을 받는다. 학생들에게는 통계보다는 경험자가 전하는 이야기에 더욱 공감을 하는듯하다.

지난 발렌타인데이는 남편과 나의 21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가족이 모여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날을 보냈다. 아마 그것이 내 생애 마지막 결혼기념일이 될 것이다. 지금은 나의 친구 한명과 남편이 나와 함께 움직여주고 있다. 학교강연나가는 것 일정 조절해주고, 운전해준다.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나의 고통에 같이 아파하고.

나는 하루2갑이상 피는 골초였으나, 담배가 정말 몸서리쳐지도록 싫다.
나와 남편이 그렇게 꿈꾸던 이상적이고 정이많은 내 딸과의 이별,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의 이별은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다시 만날 수 없다.
그리고 그 암의 통증이라니.

나는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흡연을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끊으라고.
“그럴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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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치료로 민둥머리가 된 모습으로 밥이 강연을 합니다.
이곳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았는데, 잡지에도 났군요.
하루하루를 신에게 감사하며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의사들은 작년 크리스마스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다는군요.
밥의 용기에 감동을 받아서 글을 써봅니다.

<죽은>사람보다 <죽어가는 사람>이 저에게는 더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
생의 마지막 심지를 학생들의 금연권고에 활활 불태우는 그녀와 남게 될 남편, 딸에게 마음 깊은 애정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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