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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가족회의

“안되겠어. 아이들이 텔레비전과 컴퓨터앞에 붙어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
뜬금없이 혼잣말하던 남편이
“애들아, 이젠 일주일에 3일간은 TV, 컴퓨터 사용하지 않기로 하자.”
아이들 술렁술렁, “안돼 아빠, 재밌는 쇼있는데…”
나도 기분이 이상하다.
조금 절제시켜야 된다는 생각은 했지만, 남편은 나와 의논도 없이 갑자기 못을 박는다.
“엄마~~~”
동정표를 구하려는 아이들의 눈초리..
“그래 이따가 저녁먹고 우리같이 이야기하자.”
……..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내 안에 마음의 가닥이 잡힌다.
남편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남편의 의견을 존중해서 3일간을 텔레비전, 컴퓨터 free 시간을 정하고,,, 하면서 말을 맞추다 보니, 잠시동안 보는 것은 괜찮다고. 하루종일 텔레비전이 켜있는 것이 문제라고. 컴퓨터도 그렇고.
그렇다면, 저이들 좋아하는 프로를 정해서 그 시간만 보게 할까 했더니, 그러라고…

저녁먹고 한자리에 모였다.
“자 오늘 중요한 결정의 자리다.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왜 좋고 왜 나쁜지 그것부터 말해보자.”

<좋은점>
재미있다. 교육적이다. 공부에 도움이 된다. 좋은 컴퓨터 게임은 요리도 배울 수 있고, 응급시에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요즘 갖고 노는 이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심심할때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 흥미롭다. 만화를 보면, 만화그리는 실력이 향상된다.

<나쁜 점>
나쁜 장면이 많이 나온다. 눈이 나빠진다. 컴퓨터에는 정크 메일이 많다. 너무 시끄럽다. 두뇌향상에 도움이 안된다. 채팅을 잘못하면, 낯선사람이 컴퓨터에서 쫓아다닐 수 있다. 컴퓨터 먼저하겠다고 싸운다. 숙제를 미루게 된다. 아빠가 고지서 납부를 많이 해야 한다. 저녁에 나쁜 꿈을 꾼다. 에는 화재가 나거나, 도둑이 들고, 전기쇼크가 나오는등, 안좋은 장면이 많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나쁜 웹사이트들이 많다. 보다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는 수가 있다.

이상이 세 아이가 서로 손을 들고 말한 장점과 단점이다.
이를 토대로 스케줄을 짜기로 했다.

각자 하고싶은 방향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큰애는 컴퓨터는 줄이고, 텔레비전은 좋은 프로를 골라보겠다고 했다.
좋은 프로를 일단 다 접수했다. 둘째도 언니 의견에 동감이다.
물망에 오른 프로중에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세 프로(각각 30분씩이므로 1시간30분 걸린다)를 보고,
금요일에는 특별쇼(1시간30분짜리)를 보고,
토요일에 discovery와 ABC Kids, 일요일에 Hamtoro와 어린이 영화 한편
일요일 영화보는 것은 되도록이면 가족이 함께, 만약에 너무 유치(?)한 만화영화가 아니면 같이 보도록 하겠다고 말해준다.

컴퓨터는
수요일과 토요일에 30분,
일요일에 1시간

이상이 엊저녁 결정한 사항이다.
덧붙여서 둘째는 우리가 지적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다.
그중 많이 말한 것이 정크 메일… 나쁜 메일이 온다는 것.
큰언니가 수신거부를 올때마다 할것이며(동생 도와줄 것), 아는 사람편지가 아닌것은 그냥 지워버리자고 했다.

채팅은 낯선 사람들과는 하지말아야 한다는 것.

내가 말한다. “어른들만 볼 수 있는 사이트라든가, 나쁜것들은 사실 모든 어른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일부 어떤 사람들이 그런 것을 즐긴다”고. <어른용=나쁜것>이란 공식이 생길까봐 토를 단다.

아이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때쯤 잊고있던 한가지를 덧붙인다. 그럼 조금 시간이 남을텐데, 피아노와 한글공부를 집어넣자. 30분씩 하면 어떨까 했더니, “15분”이런다. 그래서 오늘부터 매일 15분씩의 한글공부와 피아노를 집어넣었다.

한글공부는 내 책임, 피아노는 각자 놀게 하고, 1주일에 한번씩만 내가 붙어서서 지켜볼 작정이다.

이 정도만 잘 지켜져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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