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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칠흑같은 새벽에

이런 것도 흉몽중에 들까?

<1> 둘째가 마루에서 무언갈 한다. 작은 종이에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휴지를 놓고, 모양을 본다. 제 맘대로 되지 않았는지, 다시 치우고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온 마루가 물감든 휴지천지다. 나는 둘째에게 왜 이런 짓을 했냐고 한다. 그는 좋은 작품을 고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나는 안된다며, 왜 엄마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렇게 물감도 많이 없애고, 휴지도 없애고, 온 집안을 난장판을 만드느냐고 하면서 그애의 엉덩이를 손으로 철썩 때렸다. 자꾸 때렸다. 때리는 내 손에 왜 이렇게 힘이 없나 생각하면서 자꾸 때린다. 둘째가 나를 쳐다보는 눈이 슬프면서, 연민에 차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잘 들어올려지지도 않는 손을 위로 번쩍 쳐들면서 때린다.

<2> 깜깜한 밤인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틴에이저들이 왔구나>하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내 머리속은 무신경을 가장하려고 바쁘다. 두런두런, 낄낄거리며 제방으로 들어간다.

<3> 언니글은 진심이 없어. 내가 땀을 흘리면서 말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쓰는데. 거짓은 쓰지 않는데. 동생이 말한다. 보이기 좋은 것만 쓰고있어. 포장을 잘해서. 나는 아니라고 자꾸 부인한다. 그런데, 말이 달린다. 그애와 신경전을 벌이다 일어났다.



이상이 오늘 잠을 깨게 된 원인이다. 세가지로 정리되는 꿈을 꾸고나서, 잠이 달아났다.

<1> 큰애에 대한 이야기를 잠들기전, 언니와 했다. 컴퓨터와 텔레비전, 그리고 닌텐도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 그래서 그밖에 것들을 등한시 하는 큰애는 나의 오래된 걱정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성경공부반 사람들이 기도제목을 나누는데, <엄마와 나래(큰애)가 좋은 관계를 회복하도록, 서로를 이해하도록 기도해달라>고 했을까?
어쨋든 오늘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 그를 도와줘야 하나? 장점이 있는 아인데. 안좋은 마음으로 잤더니, 큰애가 아니고 둘째가 꿈에 나타났나 보다. 자다가 일어나서 생각하니, 아직도 감사할 것이 많은데, 너무 걱정에 매어사는 게 아닌가 싶다. 그에게 밀착해야지,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좋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2> 하숙하던 아이들 꿈이다. 의사소통이 잘 안되었던 아이들. 그들의 발자욱 소리와, 말소리에 무신경을 억지로 만들던 내 모습이 불쌍하다.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 억지춘향으로 마무리를 잘했다고 광고했지만, 아픔은 어디로 가겠는가? 또하나, 그애들이 다시 있다면, 나는 더이상 그 짐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 그 무신경을 다시 만드느니, 또한 반응없는 곳에 사랑을 부으러 노력하느니 정말 부모에게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게 될 것 같다. 사랑은 주는 것보다, 막는 것이 더 힘들고, 에너지손실도 크다는 것을 그들을 통해 배운다. 일어나니, 내 짐이 어느새 가벼워져 있다.

<3> 동생들은 나에게 바른말하기로 유명하다. 막내였는지 내 밑의 동생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입을 통해 나의 글이 이야기됐다.
사실 많이 생각한다. 인터넷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고싶다. 어느때는 정말 마음속에 아무런 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쓸 이야기도 없다고 느껴진다. 어느새 쓰고싶었던 것들이 다 닳아졌나 하고 놀라울때도 있다. 그러나 담아있던 것을 퍼내는 데에 목적이 있진 않았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싶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소화한 내용이 아니어서 어설픈 글, 또 시간이 가다보니, 몇분 시간들이지 않고 쉽게 쓰여지는 글도 있긴 하다.
깊은 아픔이 있는 글, 내 속 깊숙이에 잠들고 있는 이야기들도 만약에 있다면 언젠가는 나올것이라 여겨진다. 아직은 때가 아닐뿐.
그래서 아직은 조금 더 글을 잡고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가벼운 이야기들이더라도, 조금 나은 글이 나올때를 위하여 뜸을 들인다. 뜸을 들이되, 진지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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