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8살 생일을 지난 4월에 지냈다.
벌레잡는 게 취미인 그녀는, 재주도 묘하다.
마당이 넓은집에 같이 갔던 적이 있는데, 내 손을 끌고 보여줄 것이 있다며 데려간다.
마당 구석에 있던 큰 돌덩이를 슬쩍 밀치니, 한가한 오수를 즐기던 벌레들이 꿈틀꿈틀 일어난다.
"아이고, 징그러워"
그 녀석은 새로운 장소만 가면,
어디쯤에 어떤 벌레들이 있는지 다 파악내낸다.
주로 빈통을 들고다니지만, 그렇지 않을때도
먹던 일회용컵에라도 제가 좋아하는 벌레를 잡아넣는다.
그중에는 지렁이, 송충이등 징그러운 것들까지 포함된다.
벌레를 잡되, 죽이지 않고 키워보는 것이 그녀의 특기이다.
그날 매미를 한마리 줍게 됐다. 땅바닥에서 날지 못하던 그것.
그를 잡고는 <왕파리>인줄 알았다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다. 그러곤 7년간 번데기상태로 땅속에 있다는 것도 알아낸다. 그런 벌레에 대한 정보는 그애가 나보다 한 수 위다.
커서 무엇이 되고싶으냐고, 주변에서 많이 묻는다. 좋게 말해서, 미리는 곤충학자가 되면 좋겠다고 말해주지만, 자신은 곤충학자보다는 <그런게 있다면 벌레잡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한다.
두꺼비를 잡아서 한 3주 이상을 키우다, 다시 놓아준 적도 있다. 또한 같이 산책하다 보면 메뚜기들이 팔딱팔딱 뛰는데,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녀를 자세히 보면, 몇번의 연구끝에 메뚜기를 기어히 잡고 만다. 죽이지 않고 살풋이. 그런 다음에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메뚜기가 어느새 그녀에게 길들여진다. 메뚜기를 풀에서 조금 놀라고 놓아주는데, 그렇게 잘뛰던 놈이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또 조금 뛰더라도, 바로 되잡는다. 그렇게 같이 놀다가 죽이기도 하고, 날려버리기도 하지만, 그녀의 벌레 사랑은 끝이 없다. 지난 4월말 생일선물로 사준 세 마리의 금붕어중 1마리만 얼마후 죽고, 모두 생존?해있다. 산소탱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어항에 넣어키우는데, 그녀가 어항을 청소하고, 물고기 먹이를 주고 그렇게 정성을 들여선지 벌써 3개월을 살린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루미>
이제 8월말이면 10살이 된다. 2살 위인 제 언니와 키가 비슷하다. 사고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다. 최근에 캠프를 다녀왔다. 4박5일간.
마지막날 데리러갔더니, 나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이제는 안다. 엄마를 만난 반가움 때문이 아니라, 친구와 헤어져야만 하기 때문이란걸. 같이 지냈던 친구들과 일일이 껴안고 작별을 고하고, 도와줬던 카운슬러(지도교사)들에게 눈물로 인사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많은 친구들 이야기, 있었던 일 이야기로 입이 바쁘다. 눈물이 많이 났지만, 이제는 괜찮다며. 내년에 다시 올 것이라고 말한다.
<나래>
어제 나래를 데리러 밤중 운전을 하며 시골길을 달렸다.
학교 밴드부 선생님의 결혼식이 그의 집에서 있었다. 참 이쁜 그 선생님, 자신이 가르치던 밴드부 학생들을 모두 초청했다. 결혼식 프로그램으로 밴드부 연주도 넣고.
전날 리허설에 데리고 가보니, 넓은 자기집 정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했다. 대형 텐트를 쳐놓고. 비가 오더라고 야외결혼식을 올릴 작정인가 보았다.
음을 고르는 아이들을 보면서,가 주는 그 표현할 수 없는 자유를 심호흡했다. 이웃집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곳,,, 내가 시골에 산다하지만, 우리처럼 이웃과 붙은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광활한 자유함이다. 껄.껄.껄. 제나름의 스타일로 박장대소하고 싶은 그런 시원함을 아이들을 보면서 느꼈다.
어쨋든 다음날 결혼식은 3시에 시작해서 저녁 12시에 끝난다 했다. 나래는 10시30분까지 머물기로 했다.
이모가 와서 머리를 위로 확 올려서 공주머리를 만들어주고, 사촌언니가 사준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를 입었다. 초등6학년의 성장한 모습. 바지 외에는 입을 생각을 안하더니, 그래도 결혼식이라고 최고의 멋을 내고 갔었다.
데리려 갔더니, 흥분해서 목소리가 떠있다.
<엄마, 12시까지 있고 싶은데,,, 하더니, 하루종일 drink했다>고 말한다. <아니, 이 애가?> 했지만, 곧이어서 <소프트 드링크>라고 염려놓으시라고....
너무 기뻐서 선생님 부부도 우는 모습 봤고, 뽀뽀하라고 잔을 부딪쳤던 이야기등, 친구와 같이 돌아오면서 탄성이 잦아들지 않는다.
<세 아이들과 우리 부부>
세 아이를 사촌언니가 데리고 떠났다. 도시를 구경시켜 주러. 영화도 보여줄 거고, 쇼핑도 다닐 거고, 물공원도 갈거고, 이곳서 하지못했던 것을 그 언니가 4일간 데리고 있으면서 해줄거다.
남편은 막내에게 매일 저녁 전화하라고 한다. 애원조로. 언제나처럼 아빠에겐 쌀쌀한 막내는, 뻐기면서 안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없는 우리 부부. 어떤 경험으로 4일간을 보내게 될지, 미지수다. 특별히 아이들을 빼놓고 해서, 즐거울 일을 찾지 못하겠다. 너무 많이 밀착되어 있었나?
8살 생일을 지난 4월에 지냈다.
벌레잡는 게 취미인 그녀는, 재주도 묘하다.
마당이 넓은집에 같이 갔던 적이 있는데, 내 손을 끌고 보여줄 것이 있다며 데려간다.
마당 구석에 있던 큰 돌덩이를 슬쩍 밀치니, 한가한 오수를 즐기던 벌레들이 꿈틀꿈틀 일어난다.
"아이고, 징그러워"
그 녀석은 새로운 장소만 가면,
어디쯤에 어떤 벌레들이 있는지 다 파악내낸다.
주로 빈통을 들고다니지만, 그렇지 않을때도
먹던 일회용컵에라도 제가 좋아하는 벌레를 잡아넣는다.
그중에는 지렁이, 송충이등 징그러운 것들까지 포함된다.
벌레를 잡되, 죽이지 않고 키워보는 것이 그녀의 특기이다.
그날 매미를 한마리 줍게 됐다. 땅바닥에서 날지 못하던 그것.
그를 잡고는 <왕파리>인줄 알았다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다. 그러곤 7년간 번데기상태로 땅속에 있다는 것도 알아낸다. 그런 벌레에 대한 정보는 그애가 나보다 한 수 위다.
커서 무엇이 되고싶으냐고, 주변에서 많이 묻는다. 좋게 말해서, 미리는 곤충학자가 되면 좋겠다고 말해주지만, 자신은 곤충학자보다는 <그런게 있다면 벌레잡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한다.
두꺼비를 잡아서 한 3주 이상을 키우다, 다시 놓아준 적도 있다. 또한 같이 산책하다 보면 메뚜기들이 팔딱팔딱 뛰는데,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녀를 자세히 보면, 몇번의 연구끝에 메뚜기를 기어히 잡고 만다. 죽이지 않고 살풋이. 그런 다음에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메뚜기가 어느새 그녀에게 길들여진다. 메뚜기를 풀에서 조금 놀라고 놓아주는데, 그렇게 잘뛰던 놈이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또 조금 뛰더라도, 바로 되잡는다. 그렇게 같이 놀다가 죽이기도 하고, 날려버리기도 하지만, 그녀의 벌레 사랑은 끝이 없다. 지난 4월말 생일선물로 사준 세 마리의 금붕어중 1마리만 얼마후 죽고, 모두 생존?해있다. 산소탱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어항에 넣어키우는데, 그녀가 어항을 청소하고, 물고기 먹이를 주고 그렇게 정성을 들여선지 벌써 3개월을 살린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루미>
이제 8월말이면 10살이 된다. 2살 위인 제 언니와 키가 비슷하다. 사고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다. 최근에 캠프를 다녀왔다. 4박5일간.
마지막날 데리러갔더니, 나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이제는 안다. 엄마를 만난 반가움 때문이 아니라, 친구와 헤어져야만 하기 때문이란걸. 같이 지냈던 친구들과 일일이 껴안고 작별을 고하고, 도와줬던 카운슬러(지도교사)들에게 눈물로 인사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많은 친구들 이야기, 있었던 일 이야기로 입이 바쁘다. 눈물이 많이 났지만, 이제는 괜찮다며. 내년에 다시 올 것이라고 말한다.
<나래>
어제 나래를 데리러 밤중 운전을 하며 시골길을 달렸다.
학교 밴드부 선생님의 결혼식이 그의 집에서 있었다. 참 이쁜 그 선생님, 자신이 가르치던 밴드부 학생들을 모두 초청했다. 결혼식 프로그램으로 밴드부 연주도 넣고.
전날 리허설에 데리고 가보니, 넓은 자기집 정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했다. 대형 텐트를 쳐놓고. 비가 오더라고 야외결혼식을 올릴 작정인가 보았다.
음을 고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쨋든 다음날 결혼식은 3시에 시작해서 저녁 12시에 끝난다 했다. 나래는 10시30분까지 머물기로 했다.
이모가 와서 머리를 위로 확 올려서 공주머리를 만들어주고, 사촌언니가 사준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를 입었다. 초등6학년의 성장한 모습. 바지 외에는 입을 생각을 안하더니, 그래도 결혼식이라고 최고의 멋을 내고 갔었다.
데리려 갔더니, 흥분해서 목소리가 떠있다.
<엄마, 12시까지 있고 싶은데,,, 하더니, 하루종일 drink했다>고 말한다. <아니, 이 애가?> 했지만, 곧이어서 <소프트 드링크>라고 염려놓으시라고....
너무 기뻐서 선생님 부부도 우는 모습 봤고, 뽀뽀하라고 잔을 부딪쳤던 이야기등, 친구와 같이 돌아오면서 탄성이 잦아들지 않는다.
<세 아이들과 우리 부부>
세 아이를 사촌언니가 데리고 떠났다. 도시를 구경시켜 주러. 영화도 보여줄 거고, 쇼핑도 다닐 거고, 물공원도 갈거고, 이곳서 하지못했던 것을 그 언니가 4일간 데리고 있으면서 해줄거다.
남편은 막내에게 매일 저녁 전화하라고 한다. 애원조로. 언제나처럼 아빠에겐 쌀쌀한 막내는, 뻐기면서 안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없는 우리 부부. 어떤 경험으로 4일간을 보내게 될지, 미지수다. 특별히 아이들을 빼놓고 해서, 즐거울 일을 찾지 못하겠다. 너무 많이 밀착되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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