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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작은 음악도들의 이야기








작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모습이 어떻습니까?.

지난 한주간 <음악캠프>가 있었어요.

막내는 바이올린 기초반을 택했습니다.
파랑웃도리와 청바지를 입은 아이가 막내 미리입니다.


아이뿐 아니라, 저도 가까이서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접한 기회였구요.
캠프에서 악기를 빌려줘서 집에까지 가지고 올 수 있었습니다.
그애는 매일 저녁 2시간씩 연습해야 한다고,
2시간이 지나면 알려달라며 열심을 냈습니다.

물론 2시간은 아니고, 한 2분이나, 길면 20분쯤 했을라나요?


아이들의 캠프 선택이 점처 까다로와져갑니다.
흥미가 없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그래서 작년에 했던 <미술>쪽의 캠프도 올해 연결되지 않았고,
그전에 했던 <수영>도 매년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 음악캠프는 우선 큰애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이뤄졌습니다.
학교 밴드에서 플룻을 하고 있는 그애에게,
방학중에 조금 더 연습하면, 개학하고 나면 실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늘겠지? 하면서 언질을 준 것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큰애가 경험이 1-2년 있는 쥬니어 <플룻>반을 택하고 나니, 밑의 두 아이들은 덩달아서 같이 하게 됐습니다.

둘째는 클라리넷을 했습니다. 소리가 아주 낮더군요.
칼칼한 알토음입니다.
플룻의 소리가 아름다운 고성의 소프라노 소리라면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잘 불었을 때의 일이지, 우리 아이들의 수준은
빽빽거리는 소프라노와, 음정이 불안한 알토소리입니다.


그래도, 오며 가며 악기가방과, 악보가 들어간 바인더를 들고 수많은
다른 <작은 음악도>들과 한 물결을 이루며 캠프장으로 쓰는
고등학교를 왔다갔다 한 일은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이모네 집에서 하루밤 잔 날은 실컷 놀다가 잠들 시간에서야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해서, 골방에 들어앉아 세아이가 동시에 연습하는데...
그런 불협화음속에서도 엄마인 저는 행복하기만 합니다.

지난 토요일 그동안 배운 학생들의 <연주회>가 있었지요.
꼬마들의 첫번째 연주회는 <공짜>도 아니고 거금 5달러씩
지불해야 했습니다. 청중은 대부분 부모와 일가친척들이지만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둘째가 끼어있는 <기초 밴드부>의 연주. 플롯, 클라리넷, 색스폰,
트럼펫, 알토 색스, 베이스 색스, 드럼, 오보에 등 모든 악기가 한데 모아져
밴드가 형성되지요? 내딸같은 초보자들이 내는 그 소리가 화음이 됩니다.






둘째(하얀옷 입은 아이)는 그날 안경을 집에 놓고 와서,
악보보느라 청중 흘끔거리느라 온 인상을 다 찡그리고 있습니다.
엄마인 나는 앞자리에 앉아서 그런 찡그리는
인상이라도 대견해서 사진찍느라 정신없습니다.


막내반의 바이올린 기초반.
7살부터 조금 큰 아이들까지, 그 모습이 얼마나
앙징맞은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리 애들 말에 의하면
<행동은 수준급으로, 연주는 유치하게>해서 박수를 받는다나요.
모두 한발을 비스듬히 앞으로 빼고,
절도있는 방식으로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립니다.
연주하면서 한바퀴씩 돌기도 하고,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연주라기 보다는 율동잔치
같았지만, 그래도 음은 모두 맞더군요.
그들의 연주곡은 <반짝 반짝 작은별>등 귀에 익은 서너곡이 되었습니다.


큰애의 쥬니어 밴드.
이 아이들은 어느정도 연주능력이 있습니다.
큰애는 지난번 제 생일때 선물로 받은 플룻을 가지고 캠프에 다녔습니다.
소리도 표정도 모두 대견한 모습이었지요.
그러나 그애는 내년에는 테너 색스로 바꾼다고 합니다.
악기가 무지 크다고 하는군요.
제 친구들 말에 제 타입이 재즈밴드
타입이라고 했다면서 말입니다.


여성적이지 않고, 여기말로 터푸한 것을 달리 말하면
재즈밴드 스타일이라고 하나보다, 저 혼자 그렇게 해석해봤습니다.





연주회가 끝난후 근처 공원에서 찍은 큰애와 막내의 사진입니다.


영광스럽게도, 두명의 이모와 세명의 꼬마사촌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열렬한 청중으로 동참해준 연주회가 끝나면서 음악캠프가 모두 끝났는데, 결론은 이렇게 났습니다.

큰애는 내년에 다른 악기를 도전한다,
막내는 바이올린은 좋아하지만 레슨을 받을 생각은 없다,
둘째는 클라리넷보다는 바이올린을 하겠다,
해서 캠프에서 싸게 파는 바이올린을 구입했습니다.

세 아이가 끽끽대면서 서로 차례를 기다리며 바이올린 연습을 합니다.
올해 음악캠프를 주관했던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내가 매년 동참하는 <메사야> 합창단의 지휘자인 동시에
지역 오케스라를 이끄는 <존 샤>에게 레슨을 받게 할 생각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 이렇게 정리가 됐는데,
내년 여름까지 이런 기운이 이어져나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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