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슬리의 축제의 날들이 다 지나갔다.
매년 8월 첫째주 주말이면, 월요일 휴일(시빅 할라데이)까지 4일간의 잔치에 돌입한다.
이름은. 농가가 많은 지역이어서 소고기 축제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행사의 하루,
<비프 바베큐> 디너가 있다.
축제는 내가 사는 곳에서 한 5분 정도 걸으면 있는 강을 낀 넓은 잔디밭에서 벌어진다. 주요행사
는 나무로 크게 지어진, 상설 무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술과 음악이다. 매일 맥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무대에서는 생음악이 밴드 그룹을 바
꾸며 연주된다.
또한 밤9시경부터 새벽1시까지 댄스파티가 잔디밭에서 열린다. 올해는 비가 오는 밤이 많아서, 아
무래도 상설무대에서 벌어졌을 것 같다.
둘째날인가, 아이들을 데리고 갔었다. 아이들이 점프할 수 있는 큰 놀이기구가 하나 있었고, 꼬마
들이 운전할 수 있는 작은 차도 있었다. 장난감 낚시놀이에서는 물고기를 낚는 아이들에게 각종
모양의 튜브를 주기도 했다.
<포니 라이드(말타기)>와 <덩키 라이드>가 아이들에게 인기인데,
빗줄기 때문에 그렇게 재미를 보는 것 같지 않았다.
광대아저씨가 긴 나무다리를 밑에 대서 키다리가 되어 곤봉돌리기 등을 시범보이고 있는 것도 볼만하다.
햄버거와 핫도그, 그리고 과자 음료수를 사먹을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돈을 주니, 엄마가
별로 필요없어 보인다.
얼마후에 아이들을 살펴보러 가니, 둘째는 제 친구와 함께 무대 바로 밑에서 춤추느라 정신이 없
다. 어른들이 반, 아이들이 반, 온갖 기분을 다 내고 있어서 절로 웃음이 난다.
등록한 팀별로 야구게임이 벌어지고, 월요일에는 비프 페스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머드 발리볼>
대회가 있다. 바로 진흙탕에서 배구시합을 하는 것이다. 올해는 가보지 않았는데, 작년 경험을 비
춰보면 정말 흥미진진했다. 잔디를 아예 파서 배구장을 만들어놓고, 팀대항을 하는데 시합이 끝날
즈음이면 모두가 온통 흙귀신들이 된다. 아가씨들도 있고, 청년들도 있고...
조신하게 흙을 피하면서 배구를 하려는 사람도 있을법하지만, 그런 사람은 그예 쓰러뜨려서 몰골
을 형편없게 만든다. 그런 다음 삼삼오오 어깨동무하고 강으로 씻으로 간다. 그들의 그 싱그러움.
그 외에 유명한 것으로는 <미스터 뷰유티플 선발대회>가 있다. 제목으로 알겠지만 청년들이 여
장으로 나와서 미모를 겨루는 것이다. 나는 올해도 이 대회를 참관하지 못했다. 언제 하지? 하면
서 그렇게 시간을 놓쳐버렸다.
축제 기간중에 있는 일요일 아침에는, <주일예배>가 행사장에서 전교회 합동으로 드려졌
다. . 방문온 사람들과, 행사장 주변에 홈카와 텐트등으로 캠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동네의
배려에서다. 참으로 음악이 좋았다. 아이들 피아노 선생했던 다이엔과 모든 악기와 성악에 능한
존 빅터의 합주가 마음으로 스며왔다. 노래도 옛날 어렸을 때 교회에서 부르던 아주 쉬운 곡들.
그 음이 익어서 가사는 달라도 그 감성이 그대로 살아났다. 그중에서 <주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
계>를 4절까지 반주에 맞춰 따라부르는데, 한국에서 교회 중등부 시절, 야유회가서 불렀던 그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그 자리에서 우리집에서 한집 건너의 이웃집 아저씨 론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암>
으로 투병중이었던 그는 작년엔가 이발소 개업 <50주년> 기념식을 가졌었는데.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이발사가 되었다 했다. 고전 영화에나 나올듯 싶은 옛것을 고대로 간직한 페이슬리의 작은 박물관같은 그의 이발소. 자식도 없이 부
인과 단촐하게 살았는데. 착하고 바지런한 미망인 미키 아줌마를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났다.
어떤 사람들은 <비프 페스트>가 아니라 <비어 페스트>라고 흉을 보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비가 와서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보면 음악을 들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적
잖게 있다. 흥이 나면 춤도 앞에 나가 출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이 있으면 꼭 의문이 든다. 내가 이곳서 자라서 이 나이의 아줌마가 됐다면 과연 이
렇게 덤덤할까를. 오랜만에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고,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죽 수다떨고 싶은 것이 많을까? 술을 마시지는 않더라도 청량음료를 마시면서 즐기라
고 마련된 자리에 죽치고 앉아있게 될지도 모른다. 조카나, 나의 아이가 출전한 배구대회나 야구
대회를 응원하느라 목이 쉴지도 모르고, 미스터 뷰우티플에 출전한 코흘리개적부터 안 총각을 보
면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페이슬리의 모든 주민들은 사실 그렇다. 이곳서 자라서 이곳서 말년을 보내는 이들도 많은 것이다.
눈앞에 나를 혹하게 하는 어떤 뽄때나는 무대가 없으면 금방 재미없어지는 그런 나와는 많이도 다를 것이다.
비치에 가도, 아이들이 돌고래처럼 물속에서 헤엄치며 몰두해서 놀때도, 엔간히 더운 날 잠시 물
에 몸을 담가보는 것을 제외하곤, 그저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어른들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심심하게
보내는 나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물속에서 자라난 우리 아이들이 이담에 엄마가 되면 나같지는 않을 거야 생각한다. 저도 즐기면서 아이들을 놀리겠지, 암 그렇치 않겠어?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잠시잠시 손과 발에 물을 축이는 정도. 언제나 옷을 훌훌벗고, 물속으로 첨벙 들어갈까?
그 전에 그 모든 것도 다 귀찮아지는 그런 노년이 오는 건 아닐까?
나와는 달랐을 페이슬리의 축제의 밤들을 보낸 주민들을 생각하며, 나같이 덤덤한 아줌마도 있었음을 고백해본다.
매년 8월 첫째주 주말이면, 월요일 휴일(시빅 할라데이)까지 4일간의 잔치에 돌입한다.
이름은
<비프 바베큐> 디너가 있다.
축제는 내가 사는 곳에서 한 5분 정도 걸으면 있는 강을 낀 넓은 잔디밭에서 벌어진다. 주요행사
는 나무로 크게 지어진, 상설 무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술과 음악이다. 매일 맥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무대에서는 생음악이 밴드 그룹을 바
꾸며 연주된다.
또한 밤9시경부터 새벽1시까지 댄스파티가 잔디밭에서 열린다. 올해는 비가 오는 밤이 많아서, 아
무래도 상설무대에서 벌어졌을 것 같다.
둘째날인가, 아이들을 데리고 갔었다. 아이들이 점프할 수 있는 큰 놀이기구가 하나 있었고, 꼬마
들이 운전할 수 있는 작은 차도 있었다. 장난감 낚시놀이에서는 물고기를 낚는 아이들에게 각종
모양의 튜브를 주기도 했다.
<포니 라이드(말타기)>와 <덩키 라이드>가 아이들에게 인기인데,
빗줄기 때문에 그렇게 재미를 보는 것 같지 않았다.
광대아저씨가 긴 나무다리를 밑에 대서 키다리가 되어 곤봉돌리기 등을 시범보이고 있는 것도 볼만하다.
햄버거와 핫도그, 그리고 과자 음료수를 사먹을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돈을 주니, 엄마가
별로 필요없어 보인다.
얼마후에 아이들을 살펴보러 가니, 둘째는 제 친구와 함께 무대 바로 밑에서 춤추느라 정신이 없
다. 어른들이 반, 아이들이 반, 온갖 기분을 다 내고 있어서 절로 웃음이 난다.
등록한 팀별로 야구게임이 벌어지고, 월요일에는 비프 페스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머드 발리볼>
대회가 있다. 바로 진흙탕에서 배구시합을 하는 것이다. 올해는 가보지 않았는데, 작년 경험을 비
춰보면 정말 흥미진진했다. 잔디를 아예 파서 배구장을 만들어놓고, 팀대항을 하는데 시합이 끝날
즈음이면 모두가 온통 흙귀신들이 된다. 아가씨들도 있고, 청년들도 있고...
조신하게 흙을 피하면서 배구를 하려는 사람도 있을법하지만, 그런 사람은 그예 쓰러뜨려서 몰골
을 형편없게 만든다. 그런 다음 삼삼오오 어깨동무하고 강으로 씻으로 간다. 그들의 그 싱그러움.
그 외에 유명한 것으로는 <미스터 뷰유티플 선발대회>가 있다. 제목으로 알겠지만 청년들이 여
장으로 나와서 미모를 겨루는 것이다. 나는 올해도 이 대회를 참관하지 못했다. 언제 하지? 하면
서 그렇게 시간을 놓쳐버렸다.
축제 기간중에 있는 일요일 아침에는, <주일예배>가 행사장에서 전교회 합동으로 드려졌
다. . 방문온 사람들과, 행사장 주변에 홈카와 텐트등으로 캠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동네의
배려에서다. 참으로 음악이 좋았다. 아이들 피아노 선생했던 다이엔과 모든 악기와 성악에 능한
존 빅터의 합주가 마음으로 스며왔다. 노래도 옛날 어렸을 때 교회에서 부르던 아주 쉬운 곡들.
그 음이 익어서 가사는 달라도 그 감성이 그대로 살아났다. 그중에서 <주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
계>를 4절까지 반주에 맞춰 따라부르는데, 한국에서 교회 중등부 시절, 야유회가서 불렀던 그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그 자리에서 우리집에서 한집 건너의 이웃집 아저씨 론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암>
으로 투병중이었던 그는 작년엔가 이발소 개업 <50주년> 기념식을 가졌었는데.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이발사가 되었다 했다. 고전 영화에나 나올듯 싶은 옛것을 고대로 간직한 페이슬리의 작은 박물관같은 그의 이발소. 자식도 없이 부
인과 단촐하게 살았는데. 착하고 바지런한 미망인 미키 아줌마를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났다.
어떤 사람들은 <비프 페스트>가 아니라 <비어 페스트>라고 흉을 보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비가 와서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보면 음악을 들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적
잖게 있다. 흥이 나면 춤도 앞에 나가 출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이 있으면 꼭 의문이 든다. 내가 이곳서 자라서 이 나이의 아줌마가 됐다면 과연 이
렇게 덤덤할까를. 오랜만에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고,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죽 수다떨고 싶은 것이 많을까? 술을 마시지는 않더라도 청량음료를 마시면서 즐기라
고 마련된 자리에 죽치고 앉아있게 될지도 모른다. 조카나, 나의 아이가 출전한 배구대회나 야구
대회를 응원하느라 목이 쉴지도 모르고, 미스터 뷰우티플에 출전한 코흘리개적부터 안 총각을 보
면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페이슬리의 모든 주민들은 사실 그렇다. 이곳서 자라서 이곳서 말년을 보내는 이들도 많은 것이다.
눈앞에 나를 혹하게 하는 어떤 뽄때나는 무대가 없으면 금방 재미없어지는 그런 나와는 많이도 다를 것이다.
비치에 가도, 아이들이 돌고래처럼 물속에서 헤엄치며 몰두해서 놀때도, 엔간히 더운 날 잠시 물
에 몸을 담가보는 것을 제외하곤, 그저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어른들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심심하게
보내는 나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물속에서 자라난 우리 아이들이 이담에 엄마가 되면 나같지는 않을 거야 생각한다. 저도 즐기면서 아이들을 놀리겠지, 암 그렇치 않겠어?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잠시잠시 손과 발에 물을 축이는 정도. 언제나 옷을 훌훌벗고, 물속으로 첨벙 들어갈까?
그 전에 그 모든 것도 다 귀찮아지는 그런 노년이 오는 건 아닐까?
나와는 달랐을 페이슬리의 축제의 밤들을 보낸 주민들을 생각하며, 나같이 덤덤한 아줌마도 있었음을 고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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