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국의 몇개 방송이 나오는 안테나를 설치한지 한 두어달 되는 것 같습니다.
4개방송이 나왔던 것이, 요즘 <아이 스카이>라는
한국위성방송회사가 미국의 대형회사에 판권을 팔아넘기는
바람에 1개 채널만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몇주전부터는 KBS만 봅니다.
그것도 뉴스를 빼고는 몇달전에 녹화해 놓은 것을
방영해주기도 해요. 드라마는 언제적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나마 그렇게 보는 것도 열심이지 않아서,
시간을 찾아 텔레비전앞에 앉는 것이 아니라,
앉아있는 시간에 방영해주는 프로만 보는 편이라,
변변히 드라마 한개도 연이어 본 것이 없습니다.
전체적인 안목이 없이, 그저 짧은 감상만으로 비판을 하려고하니,
좀 찔립니다.
여러분들의 수정을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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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니!"
"그, 그러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물쭈물하면서
다른 남자에게 맘을 빼앗기고 있는 여자친구는 제 남자친구의
대답에 대강 세가지 언어로 표현합니다.
무언가를 숨겨야 하는 그런 상황이지요.
이뻐서 구박하지 못하겠지만 진실이 없는 표정입니다.
여자주인공은 항상 주목을 받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건들여주기를 바라는 백치미같은,
포장된 이쁘장한 여배우의 얼굴을 봅니다.
어제 <여름향기>라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겨울연가>를 히트친 연출가가 다시 만들었다고 하더니,
바로 이것이었나 봅니다.
그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너무 곳곳에 어정쩡한 복선을 깔아놔서,
줄거리가 꿰지는 알차지 않은 대본,
어느것 하나 점수를 줄 수가 없더군요.
보시시한 배경처리와, 패션쇼를 능가하는 배우들 입은것, 치장한 것을
보라고 이 드라마를 만들었을까요?
겨우 4회 방영분 한편을 보고, 이렇게 독설을 내뱉아도 되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것만 보고 잤다면, 참 한국드라마 형편없다 할뻔 했습니다.
그 뒤에 나오는 드라만데 <드라마 시티>라는 타이틀을 달고
매주 주제가 바뀌는 것 같앴는데요.
이번주는 <문제작>인가 하는 극이었어요.
임현식을 빼고는 전연 얼굴을 모르겠는 신선한 배우들이,
참 보기좋았습니다.
내용도 짜임새가 있었고, "어?" "아?" 하지 않는 여배우의
씩씩함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표정관리에 약간씩 다듬어야 할데가 있지만서도 좋은
대본때문에 소소한 단점은 가려집니다.
일에 열정적인 피디와, 방송작가, 그 극이 탄생되는
방송국의 이야기가 살아있습니다.
권력에 맛이 간 학생운동권 출신의 선배와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배경좋은 큰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진정으로 독립하는 여주인공을 그렸습니다.
극중에 방송작가로 나오는 여주인공이 대본을 상업적으로
수정하라는 방송국측의 요구에 이런 요지의 말을 하더군요.
"아, 그렇다면, 출생의 비밀을 지니게 하고, 게다가 병까지
걸려서 시한부인생을 살게 하면 딱이겠다"고,
"눈물 질질빼는 삼류드라마로 아예 작정하고 만들지 그러냐"고 말입니다.
끝까지 보진 않았어도, <여름향기>류의 드라마를 같은 드라마에서 비판한 것이지요.
수십년전부터 계속되어온, 판에 박힌 스토리전개에 삶이 가미되지 않은,
비현실적인 공주와 왕자가 출현하는 드라마는 끝까지 보기가 힘이 듭니다.
또하나, 시트콤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폭력장면.
멱살을 쥐고흔드는 것은 거의 너무나 평범하고,
따귀를 때리기도 하고, 죽지 않을만큼 패주는 것도 나옵니다.
어떻게 그렇게 구타가 쉽게 이루어지는지,
그런 장면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미간이 조여집니다.
어떤 시트콤에선가 남자 개그맨이 자신에게 잘못한
여자개그맨의 멱살을 뒤흔드는 장면이 계속 반복되는데,
정말 끝까지 쳐다보기 민망했습니다.
이곳서는 다른 사람의 옷깃을 다치는 것도 <미안한 일>인데,
가족간, 친구간에 별스럽지 않은 일에도 주먹이 오고가고 것,
그것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과장된 것 중 한가지, 대화가 없고 소리침만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만 있고, 배려하는 모습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가끔씩 지나가면서, 왜 모두 화났느냐고 그럽니다.
모두 화난 것 같은 드라마, 얼키고 설킨 인간관계들,
일부러 비비꼬는 것 같은 그런 드라마 전개도 눈에 거스립니다.
한국 텔레비전을 들여놓고,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신동엽, 김원희>가 나온 토크쇼였습니다.
제목도 모르겠어요.
그 프로그램은 다시 보고싶은데 어디에서 언제 하는지 다시 볼수 있는 기회를 못찾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보디 가드>란 드라마를 두번 정도 같이 봤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대로 재미가 있는 것 같애요.
영어자막도 나와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지요.
다큐맨터리 프로그램등은 볼만합니다.
정보가치가 없는 것을 다루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어쨋든 나레이터가 있는 다큐물은 작가가 공들여 쓴, 흔적이 보입니다.
나무 한그루만 가지고 숲은 논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이렇게 정리해놓고 다시한번 찬찬히,
그리고 보고싶어지는 프로그램을 시간을 맞추어서
찾아서 볼 수 있는 정성이 들어간 다음,
세밀한 감상쓰기가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조금더 신빙성있는 글이 나올 겁니다.
지난 여름에 너구리 가족이 나무에서 놀고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형제가 저를 쳐다보고 있어서, 찍었는데
사진에는 한마리가 이미 사라지고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