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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속으로

"앤"과 떠나는 여행 <1>

우리가 “빨강머리 앤”으로 알고있는 소설의 원작은 “Anne of Green Gables”이다.
“그린 게이블”이 한국어로 번역하면 뜻이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그녀의 가장 특징적인 신체조건인 “빨강머리”라고 번안했나 싶다.


우선 “그린 게이블”은 초록색 삼각지붕을 일컫는데, 앤이 살았던 집이 남들에 의해서 그렇게 불려진 것이다.

 

만약에 “앤”이 존재했고, 자신이 “빨강머리”로 버젓이 한국에서 불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한국에 쫓아와서 출판사와 절교를 선언했을 것 같다.
앤은 자신의 “빨강머리”를 극도로 싫어했으며, 누가 머리색을 가지고 놀리기만 하면 불꽃같이 성질을 내곤 했다.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어로 된 “초록집의 앤”을 읽어보지 못했다.
최근에 조물조물한 아이들책이 꽂혀있는 책장에서 뽑아들은 것인데, 제법 부피도 있고, 읽을만하여 집어들었다.

 

막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을 봤는데, 그애에게 독후감을 물으니, 무척 재미있다고 했다. 그래서 찬찬히 살펴본 결과, 이 책이 1908년 몽고메리(L. M. Montgomery )에 의해 쓰여졌으며 만화와 영화로도 만들어진 유명한 작품이란 것을 알게됐다. 좀은 유치한 어린아이들 책이 아닌가 하는 선입견만 있을뿐 나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전연 문외한이었다.

 

“초록집의 앤”은 한국의 드라마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일은 매일같이, 매시간 일어나고, 그 일에는 측은함과, 놀라움과, 재치들이 섞여있다.

 

이 책의 배경은 Prince Edward Island이다. “에드워드 왕자의 섬”이라 번역할 수 있는 캐나다 동부의 작은 섬, 샤롯타운이란 이쁜 이름의 도시가 수도인 곳인데, 작자의 생가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게 되면, 당연히 그곳에 가보고싶어지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차로 이틀쯤 걸리는 그곳에 말이다.

 

아직 절반도 채 읽지 않았지만, 읽는 중간중간 토를 달고 싶은 곳이 많이 눈에 띈다.

풍경묘사가 많다. 너무 아름다운 길들… 모든 거리와 나무와 꽃들이 “앤”에 의해 새롭게 이름지어지고, 인식되고, 빛나게 된다.

 

“앤”은 “상상”이 없으면 견뎌내지 못했을 “천애고아”이다. 당근처럼 빨간 머리, 크기만한 눈, 비쩍 말라 볼품없는 몸매, 낡고 촌스런 드레스, 주근깨 얼굴이 그녀가 가진 현실이지만, 그녀의 상상속에는 모든 것에 아름다운 장식이 달린다.

 

 “그린 게이블”에 사는 남매(누이와 남동생)가 일꾼으로 쓰기 위해서 고아원에 사내아이를 부탁하게 된다.기차역으로 사내아이를 마중나갔던 그린 게이블의 남동생 “매튜”는 사내아이 대신 소녀가 혼자 기다리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뭔가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지만, 소녀가 불쌍해서 집으로 데리고 돌아오는데, 그 소녀의 이야기가 자못 흥미롭다.

 

“Which would you rather be if you had the choice – divinely beautiful or dazzlingly clever or angelically good?”

 

“아저씨, 만약에 선택하실수 있다면 말이에요, 아저씨는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움”이나 “완벽한 천재”나 “천사같은 마음씨”중에서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하고 물어보는등, 어린아이의 질문과 생각과 상상이 무덤덤한 일반인들의 저쪽에 가있다.

책을 읽다가,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자,


미리는… 천재를
루미는… 아름다움을
나래는… 선한 마음을


각각 골랐는데, 내가 생각할때 본인들에게 조금(혹은 많이) 부족한 부분들을 원한다 싶었다.

 

어쨋든 “글쎄,,, 어,,, 그럴까?,,,” 정도로만 말하는 매튜 아저씨에게 끊임없이 재잘대는 작은 소녀 “앤”은 저녁 노을이 황홀하게 퍼지는 어떤 풍경앞에서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한다. 그녀의 눈은 그 아름다움에 녹아들어가서 잔영에 반짝이는 물빛처럼 빛난다.

 

“앤”은 기차역으로부터 “초록집”으로 가는 동안 자신을 양육하기로 선택한 사람들과 살집이 있고, 가는 길이 꿈에 그리던 그런 찬란한 아름다움의 길이라 마음이 부풀대로 부풀지만, 글쎄 그 길이 그리 순탄하게 열린 건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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