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소설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어?”하고 물어오는 막내에게, “앤이 그린 게이블에 머물수 없게 되자, 통곡하는 부분이었다”고 대답했다.
매튜를 따라서 그린 게이블에 온 앤은 매튜의 누나 마릴라가 “왜 사내아이를 안 데려오고 여자아이를 데려왔느냐”고 반문하면서, 반갑지않은 눈길을 자신에게 줄때, 무언가 잘못된 것을 깨닫는다.
매튜는 앤에게 그런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앤의 조잘거림에 그저 귀를 열어놓은채 누나의 판단에 맡길 요량으로 우선 앤을 자기 집에 데려온 것이다. 주늑이 들데로 들어야 하는 못생긴 작은 소녀는 마릴라의 말과 눈빛에 그대로 통곡하고 만다.
마릴라는 “얘야, 너 울 필요 없다”하면서 달래려고 하는데, 앤은 고개를 번쩍 들고, “아줌마가 고아고, 살집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그들이 사내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줌마는 울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또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앤의 독특한 성격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정도의 설명으로 마릴라 아줌마 또한 설득당하지 않는다.
그녀는 본인들이 사내아이를 원했는데, 여아가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아내고자 한다. 매튜는 앤에게 마음을 조금씩 주면서 그 가엾은 고아를 데리고 있고자 마릴라를 설득하나, 마릴라는 “조그만 계집애에게 마음을 빼앗긴 매튜”에게 냉정하다.
그 다음날 앤은 마릴라 아줌마를 따라서 앤을 소개해준 이를 찾아 떠난다. 앤은 그린 게이블의 아침을 맞이하면서, 되돌려보내지는 것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그 아침에 펼쳐지는 6월의 신록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마릴라가 앤을 데리고 다시 돌아가면서, 앤과 약간의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때도 앤은 자신의 상상과 사물에 대한 묘사에 시간을 소비한다. “사실적”인 것만을 말하라는 마릴라에게 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Oh, What I know about myself isn’t really worth telling” said Anne eagerly. “If you’ll only let me tell you what I imagine about myself you’ll think it ever so much more interesting.”
“오우,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말할 가치가 없어요." 앤은 열정적으로 말한다.
"만약에 상상속의 나에 대해 말하게 해주신다면, 훨씬 흥미로울 텐데요?”
마릴라에게 한번 더 구박을 받고 그녀는 자신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한다.
노바스코샤 출신의 고등학교 교사였던 엄마와 아빠를 지닌 그녀는 그 당시의 전염병으로 태어난지 3개월만에 엄마를 잃고, 그후 4일만에 아빠까지 잃고 만다.
그뒤로 애보기로 이집저집 전전하다가 고아원에 맡겨진 앤은 그 삶이 남루하기 그지없었으나, 그녀의 상상력과 재치는 그녀를 건져올리는 힘이 된다.
눈만 크고, 야위고 주근깨가 있으며 빨간머리의 앤을 양녀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마침 앤이 그린 게이블로 가게 되는 행운을 안게 된 것이다.
마릴라는 우선 앤의 입양을 주선해준 집으로 가서, 의사전달이 잘못된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마침 그때 애보기를 원한 여자가 있어서 앤이 그집에 넘어갈 것처럼 되는데, 그녀의 인상은 마치 송곳같고, 앤은 귓속말로 “저집에 가느니, 고아원에 다시 가는 것이 낫다”고 마릴라에게 말한다.
그래서 마릴라는 일단 앤을 다시 그린 게이블로 데려오게 되고, 매튜와 의논해서 앤을 키우기로 결심하게 된다.
서두부분을 장식한 그 긴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로왔는지.. “초록집의 앤”의 저자 몽고메리는 “앤” 시리즈 이야기를 이후로도 계속 쓴 것 같다.
내가 읽은 첫 책은 앤이 이집에 머물게 되고, 초등학교를 다니고 전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임용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들이 앤의 독특한 성격과 맛물려서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지, 그리고 많은 묘사가 “그린 게이블”과 그녀가 자라는 아본리아(Avonlea) 마을의 풍경을 그리는데 쓰여진다.
앤은 이 책에서서 나오듯이 “애같지 않은 아이”이다. 어른같은 감성을 지녔다. 아이들을 키워봐서 알지만, 아이들은 나무와 숲같은 자연경치에 그다지 흥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앤은 하늘과 나무와 꽃과 풀들에서 상상력과 영감을 얻으며 그들과 대화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그녀의 외모와 배경은 볼품없으나 언제나 그 내면은 꿈과 향기로 가득한 삶을 살게 된다.
초록집의 앤에는 성격이 분명한 인물들이 나온다.
주인공 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꿈이 있으며 모험심과 따뜻함이 있는,,, 그리고 노력파이면서, 개척적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매튜와 마릴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경계가 분명하며, 주변의 아름다운 사람들과 마음을 다하여 교제를 나눈다.
그녀가 “초록집”의 일원이 되면서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매튜와 마릴라에게 부모가 갖는 똑같은 조바심과 자부심을 시시때때로 선사하며, 그들의 진정한 삶의 동반자로 자리잡는다.
앤이 이룬 획기적인 성과들… 웅변대회, 퀸스학교에서의 장학금…은 그녀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면서, 그녀의 삶의 도전을 조금씩 더 확고하게 해준다.
그러나 성격도 만만치 않아서 자신을 놀리고 모독한 길버트에게는 “영원한 라이벌로 틈을 조금도 주지않으면서” 거리를 두게 되고, 그것이 소설에 긴장을 주는 한면으로 작용하게 되기도 한다.
태어날때부터 가진 것이 없었던 앤에게는 아본리아의 생활이 그야말로 황홀함 그 자체이다. 처음으로 가보는 소풍에 목숨을 걸고, 친구를 불러 차대접하는 그날, 어렵게 얻은 그 기회에 그녀의 친구를 술에 취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그녀의 가슴이 날아올랐던 일들.. 첫번째 참여하는 저녁 음악회, 그리고 도시로의 나들이.. 가 그녀에게는 가슴 벅찬 희열로 다가온다.
언제나 멋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남들이 다 입는 주름진 멋진 드레스를 입는 것이 소원이지만, “실용성”에 관심이 많은 마릴라에 의해 등한시 당해도 그녀는 상상을 통해서 예쁜 옷들을 입으며 결핍을 달래기도 한다.
아, 정말 부족하다는 건, 행운임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애들에게는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라고 걱정하는 엄마들의 한탄은 이유가 있다. 그들은 즐거움을 느낄 겨를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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