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래 루미 미리.

매년 이맘때..

 
날은 점차 본성을 드러냅니다.
잔뜩 겁주는 뉴스진행자들의 날씨 속보...
언제 발이 묶일지, 우중충하고 매서운 날은 하늘을 자주 올려다봅니다.


그러나,
또 이맘때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서 마음들이 바빠집니다.
잊고살았던 <감사하기>가 코앞에 닥쳐오고,
집앞 장식에, 곳곳에 붙어있는 성탄절을 기념하는 음악회 포스터들...

짧지만 아이들에게 2주간의 방학도 주어지고,
가족과 친지와 정을 나누는 시간들이 돌아오는 겁니다.


페이슬리에 와서 첫해 겨울에 깜짝 놀란 일이 있습니다.
토론토에서도 매년 열리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이 작은 마을에서
열린다는 것이었지요.

토론토에서 퍼레이드 하는 날이 되면, 가장 번화한 거리를 다 막고,
1시간 넘게 행렬을 지어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인파로 먼곳에 주차를 해놓고
한참을 걸어내려가야 합니다.
도로를 꽉매운 사람들속에서 제 아이에게 제대로된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부모들은 일찌감치 나와 자리를 잡습니다.

주로 추위가 기승을 부리므로, 완전무장을 하고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들은 이불자락까지 끌고 나옵니다.


어쨋든 이렇게 거나한 퍼레이드를 어떻게 이런 시골에서 하나,
그게 제 관심사였습니다.

근데, 아마도 기대하지 않아서였는지, 그때 얼마나 흥미롭게 봤는지..
살면서 보니까 우리 동네뿐이 아니라,
주변의 작은 동네들도 모두 퍼레이드를 합니다.
물론 규모는 훨씬 작지만, 퍼레이드 하는 사람과 구경꾼들의 교감은
도시보다 더 친밀한 것 같습니다. 이웃 아줌마 아저씨들, 친구들이니까요.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오고,,,, 북적이는 맛도 괜찮습니다.


동네의 퍼레이드는 주로 자영업자들, 학교같은 기관,
큰 회사, 동네의 밴드부등 누구나 원하는 단체가 조인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장식과 설비가 그럴싸한 단골 게스트가 여럿있고,
행렬이 50여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거리를 막고 동네 윗길부터 시작, 산타가 아이들과 만나서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을회관까지 200여터를 걸어내려갑니다.

우리가 가게를 인수할 당시, 전 주인이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매년 차에 장식을 해서 참여한다는.
남편은 작년에도 "내년에 우리도 한번 하자"더니, 올해 역시
내년에는 트레일러에 멋지게 장식해서 "우리 가족들 한판 뜨자"고 합니다.
아마 그날이 되면, 또 같은 말을 하게 될것 같습니다만..


지난주 금요일 올해의 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그날 얼마나 날이 이상했는지,
오전에는 푹한 기운에 비가 왔습니다.
오후로 갈수록 조금씩 추워지더니, 젖은눈이 옵니다.
온땅이 눈과 비로 질척거리면서 미끄럽고,
모자를 눌러써도, 콧등으로 스며드는 눈발과 매운 바람이
눈을 바로 뜨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 행렬은 무얼 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들처럼 질퍽거리며, 오가는 사람과 인사한 게 다인것 같습니다.
가슴속에 품고 한장씩 눌렀던 사진기도, 너무 추워선지 작동이 제대로 되지않고
렌즈에 달라붙은 습기와 눈방울들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퍼레이드가 끝나면 우리 교회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핫초코렛과 쿠키를
제공합니다.
작년엔 막내와 함께 가서 오붓하게 뒤풀이를 했지요.

올해는 아이들이 산타를 만난다고 해서
마을회관까지 거의 걸어갔는데,
너무 춥다고 도로가자고 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날 큰 아이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밤늦게까지 열리는 무료스케이트를
지치고 왔습니다.





어린 꼬마들의 행진입니다. 아예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어디 불났나 싶기도 하지요?



















뒤에 보면 터너 가든마켓이라고 쓰여있습니다.
꽃, 농작물들을 판매하는 곳인가봅니다.뒤에 큰 눈사람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퍼레이드날에는 주변에서 구경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탕을 나눠줍니다.
왼쪽이 우리딸, 옆에 있는 아이는 이날 <슬립 오버>하러 온
우리딸의 친구입니다.









페이슬리 센추럴 스쿠울이라고 써있지요? 아이들 학교의 행렬입니다.
우리 애들은 이곳에 없어요. 원하는 아이들만 탔다나요?







이날의 일등공신들은 말입니다.
차가 끄는 행렬도 많지만, 말에 각종 장식을 해서
말이 끄는 행렬도 많습니다. 이쁜 말 한번 담아봤어요.








산타가 탄 트레일러입니다. 전구로 장식된 사슴들이 보이고, 맨 끝에 산타가 보입니다.
안보이신다구요? 어쨋거나 산타가 탄 것을 끝으로 퍼레이드가 끝나지요.




이렇게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동네를 훑고 지나가면,
아이들의 <선물 리스트>가 작성되고,
부모들은 그동안 모은 돈이 있든 없든 좋은 선물을 맘속에 담아두고
쇼핑할 채비를 합니다.

....................

한해가 어떻게 지나갔나, 앞으로 어떤 해를 맞아야 되나
혼자 조심스런 생각이 드는 때입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지,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생활해야 할지
대차대조표를 작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일은 특별히 하는 것이 없는데
합창 때문인지 무언가 쫓기는 나날들이었습니다.

지난번 다른 마을 공연에 이른 저녁을 차려주고 찬조출연차 갔다왔더니
저녁먹은 상, 설겆이감, 엄마가 온다고 부리나케 치웠지만 정신없는 거실..
그리고 남편은 내가 있었으면 일찍 일이 끝났을텐데,
그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는 일때문에 쩔쩔매고 있는 것을 보았지요.

가족의 희생속에서 누리는 나의 문화적 만족감!!
그게 과연 정당한가 하는 생각을 조금 진지하게 했습니다.

어쨋든 이런저런 일들을 포함하여,
내년엔 조금 현명한 계획표를 세워야하겠습니다.


'나래 루미 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캔 유 비 어 마이 발렌타인?"  (0) 2004.02.10
스노우데이와 아이들  (0) 2004.01.07
집안일 (Family Affair)  (0) 2003.10.29
가을이 되면서  (0) 2003.09.26
사진으로 보는 가을축제>  (0) 200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