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여!”
백합을 꺼내들면서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탄식이다.
꽃회사에서 배달온 백합은 큰 상자안에 화분 8개가 한꺼번에 들어있는데,
가게에 내놓기 위해, 백합을 끄집어내다가 줄기를 부러뜨린 것이었다.
머리가 줄기보다 큰 백합은 이웃끼리 얽혀있어서,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그런 불상사가 생길거라고 내심 알고있으면서,
그저 빠르게 일을 처리하다가 저질러진 작은 사고였다.
나는 그꽃을 옆으로 치워놨다가 일이 끝나고 이층으로 올라와서 물컵에 꽂아두었다.
부활절의 상징인 백합.
꺽인 목을 보는 나의 마음이 짠하다. 마치 예수님을 함부러 대접한 것 같은,
그런 자책감까지 든다.
매년 부활절이면,
이스터 바니(토끼)가 집집마다 배달하는 계란과 초코렛과 함께
고고하고, 아름다운 백합이 가게에 진열된다.
이 상품들은 예수님의 수난보다는 부활에 중점을 둔 것이라서,
내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할때가 있다.
나는 연휴 특수를 조금씩 기대하고, 이 물건들을 진열한다.
그러다보니, 예수님의 십자가는 한참 물러서있고,
부활의 기쁨만 챙기는 얌체가 되가는 것 같을때가 있다.
오늘 아침, 언니의 부탁을 받았다.
우리 교회 설립의 산파역을 하고, 한국으로 떠나신분이,
이곳 교회가족들을 위해 이메일을 보내오셨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수난에 관한 글이었는데,
이메일이 없는 이들에게는 글을 복사해서 돌려보았으면 했다는 것.
나보고 그 글을 프린트해줬으면 한다.
이메일 주소를 몰라 보내지 못한 이들을 그분이 일일이 명명했는데, 모두 5명이었다.
언니는 오늘 교회식구들과의 성경공부를 하기로 했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니, 한부만 복사해서 돌려읽으면 어때!” 그렇게 소리치면서,
길이가 긴 글을 한글 프로그램에 , 옮기고, 필요없는 기호지우고 붙여쓰기를 하면서
쓸만하게 편집하다가, 그만 저장하는 과정에서 다 날려버렸다.
아이들 학교가고, 가게 내려가기 전까지 아침시간이면
인터넷 짧은 나들이하는 게 내 오랜 습관이고 행복인데,
마침 그 일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잠시 백합사건이 생각났다.
나의 작은 시간도 아까와하는 사람이, 예수님의 수난의 의미를 어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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