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눈이 나린다.
나는 시시각각 밖을 바라본다.
왜냐하면 내리는 눈의 행적이 의심스러워서다.
눈이 오다가 잠깐 그치면, 그렇지,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지 않더라니... 하다보면, 다시 좀 무서운 기세로 흩뿌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등뒤에 다시 뜨거운 햇볕을 느끼고 돌아보면, 눈발이 약해지면서 해가 고개를 슬쩍 들여밀고 있다.
그래도, 오랜만에 겨울의 모습을 회복했다.
기억하기로는 12월초쯤에 눈이 내린 것 같다. 드디어 우리들의 "겨울"로 들어서나 했다. 한 이틀 눈을 치우지 않고 버티다가, 눈에 밀려 차가 진입로를 벗어나기 힘들어하자, 남편이 작심하고 눈을 치웠다.
그리곤 그것으로 끝이었다. 바로 뒷날부터인가 날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몇십년만에 처음이라는 "그린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크리스마스 이동인구가 순조로운 여행들을 해서 싱글벙글이었다.
"내 아이들은 눈을 보지 못할거야. 사진으로 밖에는 말이지. 어떻해.."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아이들 옆에서 나는 속으로 코웃음쳤다. "얘들아 눈은 올때되면 온다, 걱정마라. 네 아이들도 별 문제없을 거야.."하면서.
겨울이되면 자연스럽게 나도 긴 동면에 들어간다. 먼곳까지 누구를 오라할 생각도 안하고, 내가 어디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기후가 시시각각, 요동을 치니, 눈길을 장거리 운전한다는 것에 이미 질린 까닭이다.
그런데, 이렇게 도로사정이 좋고보니, 좀이 쑤시기도 한다. 누군가를 불러들이고 싶기도 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기도 하다. 이런 마음과, 긴 겨울을 조용히 보내는데 익숙해진 내 몸이 서로 마찰을 일으킨다.
며칠전엔 기러기 한쌍이 나타났다. 따뜻한 곳을 향해 날아갔던 새 두마리가, 다시 돌아온 것이 우습기도 하고,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이들의 염려가 어린애다운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의 안일함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따뜻한 날이 계속된 어느날 아이들과 마일드메이 산책에 나섰다. 이사오고 나서 걷기를 목적으로 처음 나가봤다. 예전같으면 눈에 파묻혀있을 산속 하이킹 코스가 말끔히 말라있다. 우리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잎이 져 앙상한 가지위로 새들이 날고, 낙엽덮인 수풀속에선 보솜보솜한 푸른잎이 나오고 있다. 바람은 조금 찼지만, 늦가을이나, 초봄같은 그런 신선함이 있었다.
하이킹을 하면서 만난 풀들..
작년에는 많은 눈이 오지 않았는가? 1년 사이에 "지구온난화"가 이렇게까지 진행된 것인가? 사람들을 보면, 어제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가서 불치병을 선고받고 쉽게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아왔다. 지구도 그런 인간과 닮아있는건가.. 설마.
클린턴 시대에 부통령을 지내고 대선에서 부시와 겨룬 엘 고어씨가 책과 영화를 만들었다. "An Inconvenient Truth, 불편한 진실"이라는 환경문제 다큐멘타리이다. 남편이 이를 시청할때까지만 해도, 그건 나의 관심밖이었다. 정치가가 환경문제를 부각시키다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그러나, 그런 얄팍한 생각도 했다.
어제 그 디비디를 봤다. 간간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고 엘 고어의 개인적인 전기를 삽입했으나 정치적 홍보물이라고는 볼수 없었다. 또한 보좌관들이 그를 위해 마련한 자료를 가지고 브리핑 정도만 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알고보니, 엘 고어는 하버드 대학 시절부터 이에 관심이 있었다 한다. 지구의 위기에 대한 발표회를 중심으로 찍은 이 다큐멘타리는, 인류의 배경에 서있던 문제를 우리손으로 던져주는 그런 효과가 있는듯싶었다.
대형 스크린과, 각종 통계, 그리고 사진들은 지구가 대단히 큰 위험에 직면해있음을 보여준다.
지구온난화는 각종 개스로 인한 지구온실효과의 결과로 평균 대기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개스로는 이산화탄소(탄산가스), 프레온 가스, 메탄가스 등인데, 이런 것들은 산업활동시 발생하는 것들이다. 때문에 경제규모가 큰 선진국등이 가장 많은 개스를 배출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엘 고어는 미국정부와 거대에너지 회사를 그 주범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느 개인, 회사, 나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 모두가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하는 지구의 문제로서, 이를 위해 1997년 12월 교토에서 모임을 갖게 된다. 이때 정해진 것이 교토의정서라고 하는 온실가스 감축협의안이다.
그는 이 의정서에 협력국가중 두나라 미국, 호주가 빠져있다고 비난한다. 정치가들은 그런 문제는 "내일"의 걱정거리로 밀어놓는다는 것이다. 캐나다도 환경전문가들은 그 의정서에 반하는 정책들을 편다고 지적한다.
지역 신문을 보니, 환경문제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시의원 빅토리아 서다(Victoria Serda)씨가 엘 고어가 주관하는 "지구 기후 위기"(Earth's climate Crisis)를 다루는 전문가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나쉬빌에 간다고 씌여있다.
지구 기후 위기에 관한 전문가 모임에 참여한 빅토리아 서다 시의원이 엘 고어의 책 "불편한 진실"
을 소개하고 있다. 밑에 사진은 따뜻한 날씨, 호숫가를 산책하는 주민들.
그녀는 "지난 몇년간 여러가지 방법을 써서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주목을 끌고자 시도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면서, "이 훈련이 환경운동을 펼치는데 고무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녀는 시의원이 된 것도 이같은 맥락의 일종이었다고 전한다. 이 모임에는 빅토리아 서다 의원 이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관심있고 교육받은 1천여명의 전문가가 모인단다. 자비가 들어가는 이 모임 참여를 위해 그녀는 기금마련 공연을 열고, 후원자들을 모집했다. 나쉬빌까지의 여행은 환경피해가 적은 차를 이용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엘 고어같은 역량있고, 지명도가 있는 명사가 의욕적으로 일을 해나가니, 가시적인 효과가 나는 것 같다. 8학년짜리 둘째와 10학년인 큰애는 학교에서 이 디비디를 시청했다고 한다. 교재로 채택되었는가 싶다.
엘 고어는 이대로 가다가는 50년이 채 지나기전에 사스같은 질병, 해수면 상승으로 초래되는 수몰지구 출현, 가뭄과 홍수다발, 허리케인등 재해가 그치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
그의 다큐멘타리 타이틀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밑에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아니라 지구 경고(Global Warning)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지구가 깊숙히 병이 들었고, 치유에 눈을 돌려야 할때라는 이야기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 "문명에 의존하는 생활방식, 환경오염물질, 개발지향적 정책지양"등이 쉽게 생각되어진다. 인간의 욕심이 사망을 낳게 된다는 것을 직시하는 일일 것이다.
부수고 세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있는 것을 잘 보존하는 방식의 생활패턴을 배워야겠다. "불편한 진실"에서 보여주는 그 경고는 인간들이 "불편함"을 참는데 그 해결의 열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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