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에 캐나다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연쇄살인사건이 요즘 다시 신문지상을 장식한다.
장기간에 걸친 재판준비를 끝내고 법정에 올랐기 때문이다. 어떤 일(공적인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에 서두르는 법없이 순서를 밟아가는 캐나다 문화의 속성이라 치부하기에는 범인검거에서 재판까지의 시간이 너무 긴 듯하다.
어떤 범죄인지 그 대강을 살펴보자.
때는 90년대 말경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캐나다 서부 해안도시인 뱅쿠버 다운타운의 동쪽에서 여자들이 사라진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피해자의 대다수는 매춘업에 종사하거나, 알콜중독, 마약중독등의 이력을 지닌 20대부터 50대 사이의 여성들이다. 여러가지 제보와 수색으로 그 지방에서 돼지농장을 경영하던 한 농가를 덮치게 된다.
현재 57살이며 독신으로 살던 로버트 (윌리) 픽톤(Robert (Willie) Pickton)의 포트 코퀴트람 농장(Port Coquitlam farm)에서 시체의 여러 부위와 뼈, 피의 흔적 등이 발견됐으며, 픽톤은 1급 살인혐의로 2002년 2월 경찰에 붙잡힌다. 치밀한 수색과 조사를 거쳐 경찰은 픽톤을 26명을 죽인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그들이 제시한 증거물은 240개가 넘고, 이밖에도 비밀스런 증거자료가 첨부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농가에는 도막난 몸의 부위가 냉동고에 있었고, 피는 양동이 이곳저곳에서 발견됐으며, 신체의 각 부위들은 또 따로 쓰레기봉지에 있었다고 보도된다. 아직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인육을 돼지 사료로 먹였고, 그 돼지고기를 시장에 납품했다는 소문도 항간에는 떠돌고 있는중이다.
1994년에 촬영된 로버트 윌리 픽톤의 모습.(사진은 토론토 스타에서)
이번 재판은 피해자의 규모나, 범죄의 극악함, 그리고 막대한 수사자료외에도 이 재판을 위해서 60만 달러를 들여 새로운 법정까지 지은 것등, 캐나다 범죄역사에 길이 남게될 것이다. 26명의 살해사건중 6명에 관한 재판이 먼저 진행중이다.
신문사 웹사이트에는 피해자 한사람한사람의 이력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몸 파는 일"에 나섰던 과거가 불우했던 사람들이었다. 말하자면 이혼가정 자녀, 정신적 지체자, 입양아, 십대 임신모, 학교중퇴자, 알콜 중독, 나쁜 배우자를 만나 마약에 빠진 사람 등등 흔히 인생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을 그렇게 치부하는 사회의 시선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보호자들도 많았다. 그들은 그 당시 나쁜 물에 있었지만, 우리들의 자매이자, 이웃이며 딸들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또한 일순간 수렁에 빠져있었을뿐 치료와 권유등을 통해 가정에 돌아올 수 있는 이들이었다며 오열한다.
피해자중에는 손녀까지 둔 50대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디어들은 그들 주변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해 그녀들에 대한 스케치를 해주었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취재였을 텐데도 나는 몇명에 관한 글을 읽으며, 머리가 무거워지고 몸이 처지듯이 가라앉는 것같다. 사회의 보호막으로부터 멀어진 여성들을 상대로 죄를 저지른 픽톤의 정신상태는 어떤 것이었을지..
오른쪽은 1차 재판이 진행중인 6명의 살해된 여자들. 왼쪽은 픽톤 농장
과 그 주변의 모습. .
그 많은 증거자료가 있는데도 규모와 체계와 형식을 갖춰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게 장난처럼 생각되어진다. 제 삼자의 입장이 이럴진대 가족들은 얼마나 허망할까.
첫번째 재판에서 픽톤은 무죄를 주장했다고 한다. 그의 무죄주장 때문에 확실한 증거를 위해 경찰이 더욱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았나 싶다.
경찰은 픽톤이 있는 감옥에 "죄수"로 분한 사복경관을 삽입, 그에게서 증거를 받아냈다. 그는 사복경관에게 한손으로는 다섯개를 표현하는 다섯손가락을 펴보이고 다른 손으론 제로(0)를 만들어 50명을 채우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잡혔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49명을 죽였다는 말이다. 뱅쿠버 다운타운에서 행방불명된 여자들의 수는 70명에 압박한다고 하니, 그가 동료 죄수?에게 털어놓은 것이 헛말이 아닐 것이다. 경찰은 그의 육성녹음 테이프를 증거로 제출할 것이란다.
이 재판이 얼마나 길어질른지 알수 없다. 진실이 밝혀지는데 5년 이상을 기다려온 가족들은 드러나는 증거들앞에서 몸을 못가누고, 마침내 재판장을 뛰쳐나오기도 한다는 소식이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게 되면, 인간이 가진 죄악의 추악함을 대면해야 할것인데, 고상하다고 자처하는 인간의 사회에서 저질러진 참혹한 범죄를 보는 일이 견딜만 할 것인지 .
이런 세기의 범죄에 관한 뉴스는 아마도 세계곳곳으로 이미 앞질러서 보도되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고, 또 내가 드나드는 인터넷 뉴스판을 뒤적거렸다. 내가 재탕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민첩하지 않아선지, 언뜻 눈에 띄지 않는다. 나는 뒷북치는 셈치고, 알릴 걸 알린다는 묘한 사명감을 끌어내 이렇게 타자를 치고 있다.
이 세상에는 기괴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흥미거리 주간지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고 엽기적으로 만들어낸 사건이라면 좋겠다. 이런 세상에 살고있다는 게 참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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